인간성과 비인간성의 대결 그려낸 '웰메이드' 생존 서바이벌
당신은 아직 사람을 믿습니까…'오징어 게임'
"아직도 사람을 믿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기훈(이정재 분)이 받은 질문의 화살은 결국 시청자를 향한다.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 공개된 이 작품은 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이들이 거대한 공간에 갇혀 465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을 그려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등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하던 놀이를 생존과 거액의 상금이 걸린 게임으로 재탄생시킨 이 작품은 '라이어 게임' 등 같은 '생존 서바이벌' 장르의 작품 중에서는 규모와 구성, 수위, 배우들의 연기 등에서는 월등히 앞서는 듯 보인다.

당신은 아직 사람을 믿습니까…'오징어 게임'
특히 세트장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그 거대함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정재, 박해수 등 주연 외에도 공유, 이병헌 등 톱스타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장르적 틀을 벗어나지 못해 충격적인 반전이나 신선한 전개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이 모인 게임 공간은 참가자 456명이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장소에서 잠을 자고, 같은 양의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언뜻 온전히 '평등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회의 축소판이 된다.

일부 게임 관리자들과 함께 불법 장기매매에 가담한 병기(유성주)는 다음 게임이 무엇인지를 전날 미리 알 수 있었고, 힘을 가진 덕수(허성태) 무리는 다른 참가자들의 음식을 빼앗아 먹으며, 게임 속에서 여성과 노인은 남성들에게 쉽게 배제된다.

그 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기 위해 애쓰며, 때로는 기꺼이 죽음을 불사한다.

당신은 아직 사람을 믿습니까…'오징어 게임'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라며 외치는 기훈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노인 일남(오영수)을 챙기고, 자신의 돈을 훔쳤던 새벽(정호연)이 위기에 처하자 도움을 자처하면서도 자신의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는 사람을 속이기도 하며 '인간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와 유사한 인물로는 공안에 잡혀 다시 북으로 돌아간 어머니와 보육원에 맡긴 동생을 되찾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새터민 새벽(정호연)과 일하던 중 손가락 두 개를 잃었지만 밀린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가 있다.

반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참가자들과 힘을 합치기도, 누군가를 속이기도, 죽이기도 하는 가장 명석한 플레이어인 상우(박해수), 돈을 위해서라면 폭력과 살인을 무자비하게 저지르는 덕수(허성태)는 기훈과 상반된 인물들이다.

작품의 중반까지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며 어떤 인물에는 몰입하기도, 어떤 인물에는 반감을 갖기도 한다.

당신은 아직 사람을 믿습니까…'오징어 게임'
그러나 무엇보다 기훈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들은 다른 참가자들이 아닌 가면 뒤에 숨어 게임을 진행하는 대장과 관리자들, 그리고 이 게임을 즐기는 VIP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면 이 작품은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대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간을 체스판의 말처럼 여기는 게임 주최자와 관리자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간성을 저버리는 참가자들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이 인간을 '도구'로 취급하는 것이 비단 이 작품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번 "아직도 사람을 믿나"라는 질문 앞에 놓인다.

기훈은 그런 우리에게 어색한 미소를 건네며 말한다.

"원래 사람은 믿을 만해서 믿는 게 아니야. 안 그러면 기댈 데가 없으니까 믿는 거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