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관통해 사랑받는 시골남자와 서울여자의 로코
[백 투 더 2000's] 갯마을 홍반장과 포도밭 그 사나이
'갯마을 차차차'에서 바닷가 곳곳을 누비는 '홍반장' 홍두식을 보고 있노라면 15년 전 무뚝뚝하면서도 속정 깊었던 '포도밭 그 사나이', 장택기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최근 tvN이 주말에 방송 중인 '갯마을 차차차'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물론 배우 신민아와 김선호라는 안정적이면서도 신선한 조합을 내세워 시작 전부터 기대를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지만 시청률이 1회 6%대에서 꾸준히 올라 5회 10%를 돌파한 것을 보면 작품 자체의 힘도 상당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15년 전 KBS 2TV가 '포도밭 그 사나이'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시골 배경의 로맨스코미디(이하 로코)가 히트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도시 여자 이지현(윤은혜 분)과 포도밭에서 일하는 남자 장택기(오만석)의 티격태격 로맨스에 시청자들은 점점 빠져들었고 시청률도 14%까지 치솟으며 인기를 얻었다.

물론 '갯마을 차차차' 속 윤혜진(신민아)-홍두식(김선호) 커플과 '포도밭 그 사나이' 속 이지현-장택기 커플은 각 캐릭터가 다른 부분이 있지만 풍광 좋고 인심 좋은 시골에서 서로 스며들고 성장하는 구도는 비슷하다.

[백 투 더 2000's] 갯마을 홍반장과 포도밭 그 사나이
특히 혜진과 지현은 닮은 구석이 많다.

천생 도시 여자인 둘은 각각 치과의사와 패션디자이너 지망생으로 직업군은 다르지만 성격은 비슷하다.

적당히 돈을 좋아하고 속물근성도 있으며 까칠하고 자존심도 세지만, 기본적으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의외로(?) 현실에 빨리 적응도 하는 편이다.

에르메스 에르백과 로저 비비에 펌프스를 사랑하며 제 잘난 맛에 살던 치과 의사 혜진은 초반 바다마을 공진에서 꽤 좌충우돌했다.

동네 마이크가 켜진 지 모른 채 마을 어르신의 뒷담화를 하다 왕따가 되기도 하고, 다가오는 두식에게 사회적 포지션 운운했다가 민망해진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가 빠진 아이를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에서 초반부터 그의 선함을 발견했던 두식은 혜진의 본질을 의심하지는 않고 있고, 혜진 역시 두식의 진심에 점점 마음을 열며 마을에 적응하는 분위기다.

이지현 역시 초반에는 부모의 강권 때문이었지만 당숙 할아버지의 포도밭 땅값이 20억 원으로 뛰었다는 말에 혹해 농사에 뛰어들었다.

본심을 숨기고 순응한 척했다가 장택기를 실망하게 했던 그다.

이처럼 속물 기질이 있지만 사실은 순진한 구석도 있었기에 택기와 농사를 짓고 배우며 점점 마을에 동화돼 갔다.

두식과 택기도 성격은 다르지만 극 중 포지션은 비슷하다.

두식은 홍반장이라는 별명답게 똑똑하면서도 오지랖 넓은 마당발이고, 택기는 그야말로 포도 잘 키우는 것밖에 모르는 우직한 시골 총각이지만 '진국'임은 틀림없다.

또 두식이 서울대까지 졸업하고 5년의 공백 후 공진에 돌아와 홍반장이 된 사연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집안의 반대로 한차례 결혼이 좌절된 택기만큼이나 상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 투 더 2000's] 갯마을 홍반장과 포도밭 그 사나이
무엇보다 두 캐릭터 다 난생처음 시골살이를 하며 좌충우돌하는 도시 여자를 정과 사랑으로 감싸며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기에 화면으로만 봐도 포도 향기가 가득할 것 같은 '포도밭 그 사나이' 속 풍경이나, '갯마을 차차차' 속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공진의 풍광 모두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눈을 정화해준다.

옛 어르신들을 보는 듯 정겨운 마을 사람들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한 시골 남자와 도시 여자의 로코가 시대를 관통해 사랑받는 이유다.

'포도밭 그 사나이' 속 지현과 택기는 포도밭에서 사랑을 이루고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재봉틀로 턱시도를 만들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인 지현에게 택기가 "디자이너 손이 다 망가졌네. 네 손이 망가지면 내 맘이 쓰리다꼬"라고 하자 지현은 "택기 씨 손 닮아가는 것 같고 좋잖아요"라고 했다.

'갯마을 차차차' 속 혜진도 두식처럼 공진을 종횡무진 누비며 홍반장을 뛰어넘는 윤반장이 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