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란은 불공평한 운명과 싸워…꿈과 남동생 사이 균형 찾겠죠"

86년생 젊은 여성 감독이 만든 중국 영화 '내가 날 부를 때'는 한때 사회에 만연했던 남아선호 분위기 속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경험들에 의문을 던진다.

'내가 날 부를 때' 감독 "딸이기에 당연했던 양보에 대한 의문"
지난 9일 개봉한 영화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어린 남동생을 갑자기 떠맡게 된 스물네 살 안란의 이야기다.

집에서 나와 독립적인 삶을 살던 안란에게 남동생은 평생 몇 번 본 적 없는 낯선 존재다.

안란은 그런 남동생 때문에 오랫동안 꿈꿔온 베이징 대학원 진학에 위기를 맞는다.

인뤄신(35) 감독은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 젊은 여성인 안란을 통해 사회 환경이나 중국의 가족관계에서 윤리가 자기 욕구와 충돌하는 딜레마가 생길 때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를 살펴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삶도 안란의 세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를 비롯해 남자 형제를 위해 희생해온 경험을 가진 여성들이 주변에 많다며, 안란이 처한 곤경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젊을 때 자발적으로 또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더 나은 조건과 취업의 기회를 남동생에게 양보했어요.

저는 어른이 된 후 어머니가 '그래야만 하는 것'(당연한 양보)에 대해 의문을 가졌죠. 어머니와도 이 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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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날 부를 때' 감독 "딸이기에 당연했던 양보에 대한 의문"
영화 속에는 안란의 어린 시절 회상 장면이 나오는데, 그의 부모는 산아제한 정책하에 아들을 낳기 위해 딸인 안란에게 장애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딸이라는 것만으로 존재를 부정당하는 안란의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인뤄신 감독은 "여자아이들이 남자 형제를 위해 희생하고, 부모로부터 진정한 사랑조차 받지 못하는 것을 목격했다.

외동딸조차도 온갖 무관심과 억울함을 겪기도 한다"며 "'왜 이런가'에 대한 의문과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여자아이는 무엇을 원하게 되는지, 안란의 운명에 뛰어들어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안란은 운명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 형제를 위해 학업, 꿈을 포기해야 했던 시대를 산 고모와는 다르다.

안란은 부잣집 남자친구에게도 의존하지도 않고, 간호사를 무시하는 의사에게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편다.

모두가 당연한 듯 요구하는 남동생에 대한 부양의 의무도 "왜 내가 책임져야 하냐"며 거부한다.

'내가 날 부를 때' 감독 "딸이기에 당연했던 양보에 대한 의문"
"안란은 마음이 굳세고, 생각이 명료해요.

부모로부터 방치되고 피해를 봤지만, 자라면서 자신이 강한 사람이어야 하고, 자신의 삶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을 차츰 배운 거죠. 고모 세대가 오랜 세월 동안, 불공평한 운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서서히 멈췄다면, 안란은 달라요.

그녀는 싸우죠. 안란은 '당신이 이기려면 싸워야 하고, 만약 이기지 못한다 해도 싸워야 한다'고 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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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안란이 꿈만 좇는 인물은 아니다.

안란과 남동생이 싸우면서 조금씩 정이 들어가는 과정은 또 다른 뭉클함을 안겨준다.

인뤄신 감독은 안란이 자신의 꿈을 성취하면서 동시에 남동생에 대한 사랑을 가질 수 있길 희망했다고 전했다.

영화가 여성들이 경험해야 했던 차별과 보이지 않는 억압을 다루지만 인뤄신 감독은 이를 남녀 갈등으로 치부하지는 않았다.

"남자들도 많은 어려움에 부닥쳐요.

여자로서 저는 서로의 고통을 항상 느껴요.

영화 속에서 누나는 동생을 밀어내고, 동생 역시 누나를 밀어내요.

하지만 결국 손을 잡고 껴안죠. 그것이 순간일 뿐일지도 모르지만요.

저는 이 포옹의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은 '밀어내기'를 원망하지 않아요.

이 방법만이 우리가 함께 전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거로 생각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