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개봉하는 이장훈 감독의 영화 ‘기적’. 기차역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인생 목표인 소년 준경(박정민 분)과 그의 친구 라희(임윤아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15일 개봉하는 이장훈 감독의 영화 ‘기적’. 기차역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인생 목표인 소년 준경(박정민 분)과 그의 친구 라희(임윤아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박정민(사진)은 스크린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영화 ‘동주’에선 윤동주의 사촌형 송몽규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트랜스젠더 유이를 연기해 지난해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탔다.

 배우 박정민 "꿈 향해 직진하는 17세 소년…변신 기대하세요"
박정민이 17세 소년으로 돌아온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기적’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해 직진하면서도 허당 같은 엉뚱함을 선보이는 예측 불가 캐릭터 준경을 연기한다.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박정민은 “변신을 의도한 건 아니다”며 웃었다.

“스스로 변신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찾는 과정인 것 같아요. 감독님들이 좋은 옷을 입혀주니까 매번 그런 옷에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추석 명절에 맞춰 개봉하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이라곤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소년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연출한 이장훈 감독의 신작이다. 박정민과 함께 임윤아 이성민 이수경 등이 출연한다. 박정민은 “기분 좋게 웃고, 울고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영화”라며 “생각보다 다이내믹한 영화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에 참여한 계기를 묻자 시나리오를 꼽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저도 모르게 끝까지 다 읽고 있었고, 마음이 이상하게 움직였어요. 34세인 제가 17세 소년을 연기하는 데 대해 우려했지만 며칠 후에 또 작품이 생각나서 읽어봤습니다. 그때 역시 감정이 올라오는 걸 느끼고 감독님과 만나게 됐죠.”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연기는 다채롭고 깊다. 순수하고 엉뚱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서운해하면서도 인정받고 싶어 하고, 누나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어머니에 대해선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

“원하던 양원역이 만들어지고 그 앞에서 얘기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누구나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칭찬받고, 용서받고 싶지만 표현을 잘 못하죠. 그런 감정을 잘 담아낸 장면이라 계속 생각납니다. 사실 저는 그렇게 잘 우는 배우는 아닌데, 왠지 그때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그는 올해 10년을 맞았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멀어요. 지금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조금씩 객관화하는 과정입니다. 그런 단점들을 개선할 수 있나, 안고 가야 하는 건가 고민도 하고요. 지난번보다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