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녜이 웨스트, 10집 기습 발매…드레이크, 일주일 안 돼 6집으로 '맞불'
몇 년간 서로 '디스'한 두 사람, 이번에도 온라인 신경전
힙합 제왕들의 귀환…카녜이-드레이크 격돌에 음악계 '들썩'
세계 힙합계를 주름잡는 거물 래퍼 카녜이 웨스트와 드레이크가 잇따라 새 앨범을 발표하며 맞붙었다.

두 사람이 화제성과 앨범 흥행력으로는 적수가 거의 없는 데다 오랜 시간 서로를 저격하며 껄끄러운 관계로 지낸 터라 이들의 격돌에 음악 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선공'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정규 10집 '돈다'(Donda)를 내놓은 웨스트 측에서 나왔다.

위켄드, 제이 지, 트래비스 스콧, 크리스 브라운, 팝 스모크, 릴 베이비, 로디 리치 등 하나의 앨범에서 보기 힘든 아티스트들을 모아 피처링 군단으로 내세웠다.

기습적인 발매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발매 첫날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총 9천510만 회 재생됐다.

스포티파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일일 재생수로 올해 나온 앨범 가운데선 가장 많았다.

그러나 평단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의 평론가 리뷰 평점에서 3일 기준 100점 만점에 53점을 받았는데, 매체별 점수 폭이 상당히 크다.

0점을 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수록곡 '제일 파트 2'(Jail Pt.2)에 메릴린 맨슨과 다베이비가 참여한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맨슨은 과거 여러 여성을 성폭행 및 학대해 고소당했고 다베이비는 연이은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평점 60점을 부여한 미국 음악 매체 피치포크는 맨슨과 다베이비의 참여를 지적하는 한편 "27개 트랙에서 여성 아티스트는 부족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힙합 제왕들의 귀환…카녜이-드레이크 격돌에 음악계 '들썩'
이를 두고 일부 팬들은 음악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어느새 관심은 웨스트의 라이벌 드레이크에게로 향했다.

드레이크가 정규 6집 '서티파이드 러버 보이'(Certified Lover Boy)를 지난 3일 발표하면서다.

해외 팬들은 웨스트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스포트라이트를 내줬다며 이를 놀리는 인터넷 밈(meme)을 게재했고 외신들도 "웨스트가 자신의 순간을 드레이크에게 뺏겼다"고 표현했다.

드레이크는 21개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에서 제이 지, 퓨처, 릴 웨인, 타이 달러 사인, 영 서그, 스콧 등 화려한 피처링진으로 맞불을 놨다.

일단 일일 성적은 드레이크의 승리로 보인다.

스포티파이에서 '돈다' 일일 스트리밍 기록을 깬 것은 물론 사상 최다 스트리밍 앨범인 자신의 전작 '스콜피온'(1억3천200만 건)도 뛰어넘었다고 집계 사이트 차트 데이터가 4일 발표했다.

다만 작품성 면에서 평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드레이크가 늘 하던 음악과 비슷하지만, 매력도는 떨어지는 편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그렇다고 히트할 만한 킬링 싱글도 썩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영국 음악 매체 NME도 이 앨범에 평점 40점을 매기고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단지 드레이크가 예전에 한 공식을 따라 대충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힙합 제왕들의 귀환…카녜이-드레이크 격돌에 음악계 '들썩'
음악은 뚜껑이 열렸지만, 두 사람의 맞대결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장외 신경전이 남아 있다.

원래 이들은 여러 차례 무대와 곡에서 협업하는 등 친분이 두터웠으나 2018년 즈음을 기점으로 사이가 틀어졌다.

노래를 통해 '디스'하는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에서도 서로를 조롱하고 공격했다.

이번 앨범 발매를 앞두고도 신경전은 계속됐다.

드레이크는 지난달 피처링으로 참여한 '비트래이얼'(Betrayal·배신)에서 웨스트를 저격하는 듯한 랩을 했고 웨스트는 드레이크의 캐나다 토론토 자택 주소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드레이크는 이를 비웃는 듯한 영상을 올리며 맞받아쳤다.

팬들은 다 큰 성인 남성들의 이런 '온라인 신경전'을 비웃으면서도 흥미롭게 바라보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웨스트와 드레이크가 앨범 흥행을 위해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한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