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사진=JTBC
'영화인'으로 분류되던 허진호 감독, 전도연, 류준열이 드라마 '인간실격'으로 뭉쳤다. 스크린을 주름잡던 이들은 탄탄한 스토리를 내세우며 안방극장을 접수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2일 JTBC 새 주말드라마 '인간실격'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허진호 감독, 배우 전도연, 류준열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드라마 첫 연출 도전에 나선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오랜만에 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전도연, 류준열 모두 "욕심나는 대본이었다"면서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자신했다.

JTBC 10주년 특별기획으로 제작된 '인간실격'은 인생의 중턱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빛을 향해 최선을 다해 걸어오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여자 부정(전도연)과 아무것도 못될 것 같은 자신이 두려워진 청춘 끝자락의 남자 강재(류준열), 격렬한 어둠 앞에서 마주한 이들의 치유와 공감이 밀도 있게 그려진다.

연출자인 허진호 감독은 영화 '천문', '덕혜옹주',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한국 멜로 영화의 거장이다. 1997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24년째 영화만 만들어왔지만, '인간실격'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장을 내게 됐다.

허진호 감독은 "제가 드라마를 하게 될 줄 몰랐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허 감독은 "용기도, 자신도 없었는데, 대본을 받고 '해야겠다'는 생각과 용기가 생겼다"며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건, 주변에서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점에서 와닿았다"고 전했다.

'인간실격'은 영화 '소원',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건축학개론' 등을 집필한 김지혜 작가가 맡았다. 영화계에서 소문난 두 사람이 처음으로 의기투합한 프로젝트가 드라마인 것.

또 "영화 3편 만드는 느낌으로 고생을 많이 하긴 했다"면서도 "이젠 '드라마 감독'으로 불러달라. 다음에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대본과 함께 전도연, 류준열 두 배우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감도 드러냈다. 허진호 감독은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라며 "전도연 배우가 대본을 건넨 다음 날 바로 연락을 줬고, 저 역시 욕심이 나서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연출 방향에 대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에 대해 집중하려 했다"고 설명하면서 "짧은 영상 안에도 좋은 대사들도 많다. 생각하게 하는 대사들을 전도연 배우, 류준열 배우가 잘 표현해 줬다"고 칭찬했다.

허진호 감독은 또 "어려운 시국에 조금이라도 온도를 올렸으면 한다"며 "자신이 느끼는 삶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는 드라마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믿고 보는 배우 전도연X류준열 호흡 어떨까

/사진=JTBC
/사진=JTBC
tvN '굿와이프' 이후 5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전도연이 연기할 부정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대필작가다. 최선을 다해 걸어왔으나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다. 투명 인간이라도 된 듯 존재감 없이 자질구레한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부정의 진폭 큰 감정 변화를 전도연은 호소력 짙은 연기로 그려낼 예정이다.

전도연은 '인간실격' 출연 이유에 대해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항상 같다. 대본이다"라며 "무겁고 어두운 작품 피하고 싶어서 시간이 지나더라도 기다려 보자 했는데, '인간실격'은 어둡지만,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선택하게 됐다"고 마음을 움직인 포인트를 전했다.

전도연은 "대본을 보고 많이 울었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캐릭터에 많이 이입했다"며 "'어떻게 전도연이 아무 것도 되지 못하는 '부정'의 감정의 이해할 수 있냐'고 하지만, 전 많이 이해됐다"면서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를 드러냈다.

5년 만에 브라운관 복귀에 대해 전도연은 "긴장되고 떨린다"며 "주변에서 하는 드라마를 더 많이 보고, 신경을 쓰고 있다"고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부정에 대해 잘 모르고 보셨으면 좋겠다"며 "그냥 지켜봐 주셨으면,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전했다.

전도연은 호흡을 맞추게 된 류준열에 대해 "강재를 보면서 류준열 씨가 영화 '돈'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떠올랐다"면서도 "사실 '의외'였고, '한다'고 할 지 몰랐다. 좀 더 규모가 큰 작품을 선택할 줄 알았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이어 "저도 같이 연기할 때 어떻게 나올지 상상이 안되고, 궁금하더라"라며 "주변에 '잘 어울리냐'고 많이 물어봤다"고 덧붙였다.
/사진=JTBC
/사진=JTBC
류준열은 "전도연 선배님이 한다고 하셔서 스케일이 큰 작품인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류준열 역시 '인간실격' 출연은 2016년 '운빨로맨스' 이후 5년 만에 복귀다. 2015년 tvN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은 '운빨로맨스' 이후 영화 '택시운전사', '리틀포레스트', '독전', '뺑반', '돈', '봉오동전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연기파 청춘 배우라는 평을 받았다.

류준열은 "저는 시나리오 뿐 아니라 어떤 사람들과 작업하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데뷔 전부터 즐겼던 작품들을 만들어 주신 감독님, 전도연 선배님이 하신다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저는 '제발 좀 써주세요'라는 입장이었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류준열이 연기하는 강재는 역할대행 서비스 운영자로 누군가의 오빠, 아들, 애인까지 최저시급 10만 원에 대신해 주는 인물이다. 류준열은 "이전까지 청춘의 얘길 많이했는데, 결이 다르다"며 "이전까진 성장하고 깨우치고 나아가는 부분이 있다면, '인간실격'에서는 뭔가 길을 잃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끼는 인물이었다"고 강재를 소개했다.

류준열은 또 "'영화로 많이 보지만 드라마는 언제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제가 가린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류준열은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다"며 "긴 호흡과 많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부정과 강재 외에 다른 캐릭터의 활약도 예고했다. 류준열은 "제가 맡은 배역 이외에 다른 이야기들도 재밌다"며 "제가 나온 작품은 쑥쓰러워서 잘 챙겨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인간실격'은 다른 캐릭터들도 워낙 재밌어서 시청자 입장에서 같이 볼 거 같다"고 전해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