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 감독/사진=넷플릭스
한준희 감독/사진=넷플릭스
"이런 반응, 예상도 못 했습니다."

군필자 뿐 아니라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열광하는 군대 드라마가 나왔다. 술자리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화 소재이지만, 동시에 가장 지루한 소재로 꼽히는 '군대 얘기'를 성별과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한준희 감독도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데뷔작 '차이나타운'으로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한준희 감독은 'D.P.'를 통해 첫 시리즈물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D.P.'는 누적 조회수 1000만뷰를 기록한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했다.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 이를 덮으려고만 하는 상관들과 방관하는 보통 사람들을 세밀하게 담아내며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었다.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 한준희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 '군대 얘기가 재밌겠냐'는 핀잔도 들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처음 원작을 봤을 때 감흥을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못이 박힌 벽 앞에서 가슴을 밀치고, 하의를 탈의시킨 후 음모를 태울 뿐 아니라 각종 성추행과 희롱성 발언까지 충격적인 군대 내 폭력적인 상황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몇몇 시청자들은 "군대에 또 간 거 같다"면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기도 했다.

섬세한 연출력으로 작품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석권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준희 감독은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민했다"며 "그럼에도 보면서 불편하거나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저희가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준희 감독/사진=넷플릭스
한준희 감독/사진=넷플릭스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연출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 있었다면?

원작을 봤을 대 감흥이 있었다. '꽂혔다'고 하지 않나. 지금 ('D.P.'를 )보시는 분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기분을 저 역시 느꼈다. 그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고, 어떻게 구현을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앞뒤의 상황들, 새로운 대사들을 논의하면서 만들어나갔다.

▲ 원작 'D.P.'에 꽂혔던 이유는 뭘까.

저도 군대에 갔다 왔지만, 많은 걸 느꼈다. 굉장히 유머가 있으면서 날 서 있는 부분이 있다. 여러 인물을 통해 스스로 지나온 시간들, 군대나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제가 느낀 감정을 오롯이 담아 전달하고 싶었다.

▲ "뭐래도 해야하지 말입니다" 이 마지막 대사가 작품의 주제를 관통한다는 평이다.

이 작품이 뭔가 가치를 전달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저 역시 '나는 군대 있을 때 방관하지 않았나', '좋은 선임이라 생각했는데 맞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군대건, 사회건 뭔가를 방관했던 적은 없었는지 상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완성한 장면이었다.

▲ 원작과 달라진 부분들도 눈에 띈다. 안준호의 계급이 상병에서 이병으로 바뀌고, 한호열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투입된 이유는 무엇일까.

준호가 사회에 있다가 D.P가 되기까지 과정을 전하면서 시청자들이 함께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준호와 짝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을 투입했다.

원작은 조금 더 딥(Deep)하고, 건조하고, 르포같은 매력이 있다. 굉장히 훌륭하다. 이 원작을 시리즈로 하면서 영상 매체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 군필자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내더라.

이런 종류의 장르가 상업적인 매체 안에서 나온 적이 없어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만들겠다는 저희만의 목표만 생각했다.

▲ 군부대의 실상을 드러내는 좋은 의도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반대로 군 가혹행위 피해자들에겐 다시 트라우마를 안기는 생생한 묘사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이 계신다면 가슴이 아프고, 죄송하다. 그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했다. (폭력적인) 묘사를 하는 부분도 필요한 정도의 수위만 보여주고, 더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 밸런스를 고민했다. 그럼에도 마음 아픈 분들이 있었다면, 저희의 잘못이 맞다.

▲ 감독님이 생각하는 인기 이유는 뭘까.

남자들은 공감하고, 여자들은 군대에 안갔어도 친구든, 오빠든, 동생이든 군대에 보내본 경험이 있지 않나.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느끼신 거 같다. 유쾌하기도 했다가, 분노하기도 했다가 그런 감정의 결을 함께 하시더라. 그 부분이 감사하다.

▲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 덕분 아닌가 싶다.(웃음)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속성의 작품들,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의 매력과 장점이 분명 있다. 그리고 OTT,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넷플릭스를 즐기는 분들과 ('D.P.'가) 맞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와 함께 작품을 작업했다.

이 작품을 하고 싶어서 6개의 회차를 어떻게 담을 것이고, 안준호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될지 정리해서 먼저 제안을 드렸다. 그 후 작가님이 생각하는 것들을 함께 얘기를 나눴다. '주고받고, 주고받고'의 과정이었다. 작가님은 성실하시고, 저는 성실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작가님이 좋은 글을 주시면 제가 영상화에 대한 기획을 하고, 작가님이 이를 보고 의견을 주시고, 그런 작업을 계속했다.

▲ 김보통 작가가 이 부분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하신 부분이 있었나.

그런건 전혀 없었다. 제가 생각한 부분에 대해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셨다. 원작자이자 이 작품의 작가인데, 표옹력 있는 자세로 함께해 주셨다.
한준희 감독/사진=넷플릭스
한준희 감독/사진=넷플릭스
▲ 원작에 나왔던 여러 탈영의 이유 중 몇 가지만 소개됐다.

원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작가님도 동의한 에피소드를 가져왔다. 동시에 준호라는 인물이 이 성장할 수 있는 서사를 갖춰갈 수 있는, 어울릴만한 사건을 순차적으로 배치한다는 게 기본적인 계획이었다.

▲ 원작은 더 어두웠다. 안준호의 독백도 원작보다 줄어들었다.

작가님의 독백은 정말 좋다. 그걸 줄이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재밌었다. 배우들의 입에 맞도록 변주를 하고, 더하거나 빼거나 하는 과정이 재밌었다.

▲ 드라마에서는 문제 상황을 덮기 바쁜 군 간부들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군 간부의 문제를 꼬집기보다는, 원론적으로 영화적인 구조에서 인물들의 갈등이 주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리얼리티가 베이스인 간부들의 모습에서 그런 부분들이 배어날 수 있었던 거 같다.

▲ 작품을 만들면서 관련 취재를 했을 거 같은데, 탈영자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달라졌나.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지급하면서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다고 접하긴 했다. 하지만 작품의 반응을 보면 알지만,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건강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지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시대가 변해도 이같은 군내 부조리는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정 누군가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바꿔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6부 타이틀 '방관자들'이라는 것처럼 방관하지 않으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훈처럼 뭔가를 강요하다기 보다는 이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정해인, 구교환 등의 연기는 어떻게 평가하나.

연기는 배우들이 하는 거 아닌가. 정말 고생 많으셨고, 감사했다. 배우들은 늘 신기한 존재다. 정해인 배우와 구교환 배우는 연기 방식, 표현 스타일이 모두 전혀 달랐다. 그 두 사람이 합쳐 연기를 하는데 서로를 좋아하고 존중하는 게 느껴졌다. 그 부분이 재밌고 좋았다.

▲ 80년대생 후임들에 비해 신승호, 홍경 등 선임분들이 95~96년생에 미필이더라.

나이와 관계없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에게 적절한 옷을 입히면 작품에 맞지 않을까 싶었다.

▲ 이전까지 영화 작업을 하시다가, 'D.P.'를 통해 원작이 있는 시리즈물을 선보이게 됐다. 감독으로서도 새로운 도전 아닌가.

장편 상업 영화와 지상파 드라마가 아닌 넷플릭스에서만 할 수 있는 얘기였다. '남자들 군대 얘기가 재밌냐?'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었던 아이템이었다. 그 작품을 재밌게, 흥미롭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져갔을 때 함께해 준 파트너들이 있어서 지금의 결과물이 나오는 게 가능했다.

▲ 호평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이 시즌2 제작이 촉구하고 있다. 시즌2가 제작되면 어떤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나?

아직 명확하게 나온 게 없다. 말하기에 이른 단계다. 그렇지만 시즌2를 가게 된다면 직시하려고 했던 현상, 영화적인 완성도를 챙기면서 갈 수 있었으면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