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은 불행한 현재를 버티게 해주는 축복일까,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족쇄일까.

기억 속 단서를 추적하는 사랑꾼 휴 잭맨…영화 '레미니센스'

기억이라는 매혹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영화 '레미니센스'는 SF와 미스터리, 액션, 로맨스를 넘나들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 절반이 바다에 잠긴 미래, 사라진 사랑을 찾아 과거 기억을 헤매는 닉 배니스터(휴 잭맨)가 숨겨진 음모와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다.

닉은 동료 와츠(탠디 뉴턴)와 과거의 기억을 다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비를 이용한 '추억 여행' 장사하는데, 영업이 끝난 시각 손님 메이(레베카 페르구손)가 찾아온다.

닉은 메이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메이는 사라져버린다.

닉은 메이의 행적을 추적해 나가는데, 다른 이들의 기억에서 찾은 메이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재벌, 마약, 범죄 조직과 연관돼 있어 보이는 메이의 정체가 드러날수록 혼란은 커지지만, 닉은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하지 못한다.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질 때마다 커지는 위협 속에서 닉은 메이의 타임라인을 완성해 간다.

기억 속 단서를 추적하는 사랑꾼 휴 잭맨…영화 '레미니센스'

"과거만큼 중독적인 것은 없다"는 대사처럼 영화는 과거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두 다리를 잃은 참전 용사는 키우던 개와 막대 던지기를 하며 보냈던 과거를 회상하고, 사랑했던 연인과의 시간을 그리워하는 젊은 여성은 그 기억에 갇혀버린다.

희망이 없는 도시에서 행복했던 과거로 회기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누가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닉 역시 기억 속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와츠는 괴로워하는 그에게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아"라고 조언하지만, 이는 개인의 선택이란 점을 영화는 암시한다.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는 흘려보내야 할 것처럼 여겨지면서도, 잊히지 않는 과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한다.

과거의 기억은 족쇄인 동시에 축복이다.

물에 잠긴 도시의 빈부격차, 부패한 권력, 추락한 도덕성 등이 곳곳에 드러나지만, 닉에게 메이를 찾는 일은 지극히 사적인 여정이다.

관객들은 닉을 통해 과거와 기억에 사로잡힌 개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바라본다.

기억 속 단서를 추적하는 사랑꾼 휴 잭맨…영화 '레미니센스'

닉을 연기한 휴 잭맨은 대표작 '엑스맨' 시리즈의 짐승같이 강한 캐릭터인 울버린의 모습을 내려놓고, 과거에 사로잡힌 애처로운 사랑꾼으로 분한다.

참전 군인 출신이라는 설정으로 액션신도 어느 정도 소화하지만, 영웅적인 면모보다는 개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데 더 집중한다.

다만 메이의 정체는 사회의 거대 악을 드러내거나 예상치 못한 반전을 주기보다는 그가 타락한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수준으로 끝을 맺는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혁신적인 기술과 비밀스러운 음모를 밝혀내는 카타르시스를 원한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오는 25일 개봉. 상영시간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기억 속 단서를 추적하는 사랑꾼 휴 잭맨…영화 '레미니센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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