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인질', 황정민이 황정민을 연기…이보다 완벽한 몰입은 없다
배우 황정민(사진)이 실제 배우 황정민을 연기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영화 ‘인질’을 보면 어느새 궁금증은 사라지고 허구와 현실의 간극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인질’은 ‘모가디슈’ ‘싱크홀’에 이어 여름 극장가를 장식할 대작 한국 영화다. 배우 황정민이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된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황정민과 ‘부당거래’ ‘베테랑’을 함께한 제작사 외유내강이 만들고 NEW가 배급을 맡았다.

영화는 황정민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오프닝에서부터 황정민이 청룡영화제에서 수상 소감으로 말한 ‘밥상’ 장면이 흘러나와 웃음을 자아낸다. “60여 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그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냥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죠.”

이를 시작으로 영화는 황정민이 그동안 보여줬던 다양한 이미지와 ‘신세계’ ‘베테랑’ 등 출연작 속 대사를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다른 영화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던져주는 동시에 허구이면서도 현실과 최대한 밀착시켜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황정민은 자신을 연기하는 것으로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배우로서 시사회 등에 섰을 때의 모습부터 극한 상황에서 처절하게 도망치는 모습까지 모두 황정민 자체가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납치범과 육탄전을 펼칠 땐 혼신을 다하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황정민 연기를 완수한 그는 “겪어본 적 없는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다른 캐릭터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결국에는 철저하게 황정민을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연출을 맡은 필감성 감독은 “황정민의 연기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며 “촬영 현장에서 넋 놓고 보느라 ‘컷’하는 것도 잊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인질’은 필 감독의 데뷔작이다. 신인 감독인데도 인질극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게임 서사를 잘 활용해 납치범들과의 대치를 긴박하게 담았다. 납치범들 역엔 개성이 넘치는 조연들을 발굴해 적절하게 배치했다. 무자비한 캐릭터와 코믹한 캐릭터 등이 다양하게 나온다.

필 감독은 영화 기획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가 신예 배우 발굴이었다며 “3개월 동안 1000명이 넘는 배우의 오디션을 봤다”고 했다. 황정민은 “영화는 혼자서 주인공을 맡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모두 각자의 포지션에서 연기를 잘해줬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