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카투'는 인도 영화지만,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는 '발리우드' 영화는 아니다.

마을 사람들의 아침 풍경을 자연의 소리와 비트 있는 효과음으로 리듬감 있게 보여주는 영화 초반, '발리우드의 세련된 버전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산이다.

폭주하는 원시의 에너지…영화 '잘리카투'
힌두교가 아닌 가톨릭이 주류인 남인도의 어느 산골 마을, 도살을 겸하는 바르키(쳄반 비노드 조제)의 푸줏간에서 물소 한 마리가 도망친다.

마을 남자들이 폭주하는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서지만 역부족. 경찰은 소를 죽이는 것은 불법이라며 소가 잡힐 때까지 안에 머물라고만 한다.

마을 사람들은 사냥용 라이플을 가진 밀렵꾼 쿠타찬(사부몬 압두사마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쿠타찬은 예전에 바르키의 조수이자 바르키의 여동생 소피(산티 발라찬드란)의 애인이었으나 교회에서 백단향을 훔쳐 마을에서 추방된 전력이 있다.

쿠타찬을 밀고한 건 경쟁자였던 바르키의 현 조수 안토니(안토니 바르게즈)였다.

물소를 추격하다 숲에서 마주친 쿠타찬과 안토니는 뒤엉켜 짐승 같은 싸움을 벌인다.

물소의 난동과 남자들의 사냥으로 혼란이 확산하는 와중에 쿠리아찬(재퍼 이두키)은 딸 약혼식 피로연에 좋은 고기를 내놓을 생각뿐이지만, 딸은 중매 결혼을 거부하며 도망친다.

물소를 쫓는 남자들이 뒤엉키고 한쪽에서는 또 다른 소동이 벌어지며 마을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면서 경쾌했던 에너지는 어느새 인간과 짐승을 구별할 수 없는 광기로 변질되고 결국 아비규환으로 치닫는다.

폭주하는 원시의 에너지…영화 '잘리카투'
인도 남부 케랄라 출신인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이 원작인 S. 하리쉬의 단편 소설 '마오주의자'(Maoist)를 바탕으로 남인도 문화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펠리세리 감독은 "원작 소설 '마오주의자'가 내면 깊은 곳에 스릴러를 숨기고 있는 풍자 소설이라면, 나는 그 두 가지 모두를 탐구하고자 했다"며 "외적으로는 풍자극이고 내적으로는 잔혹한 스릴러"라고 말했다.

또 "인간의 탈을 벗어 던지고 그 아래 숨어있던 짐승을 드러내는 인간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2019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국내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을 통해 먼저 선보였다.

지난해 아카데미 영화상 최우수 국제 장편 영화상 인도 출품작이었다.

제목 '잘리카투'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 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집단 경기로, 황소를 풀어놓고 참가자들이 황소의 등에 올라타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를 제압한다.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