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 나이트'는 장엄한 풍광을 담은 중세시대 그림 같다가도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신비로운 빛의 색채를 내뿜는 현대미술로 변한다.

신비로운 영상미 품은 중세 판타지…영화 '그린 나이트'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화는 14세기 영국에서 집필된 작자 미상의 2천500행으로 이뤄진 두운시(두운법을 기본 원칙으로 삼은 시)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원작으로 한다.

'반지의 제왕', '호빗'으로 유명한 판타지 문학의 거장 J. R. R. 톨킨이 최초로 현대어로 번역한 작품이다.

아서왕의 조카인 가웨인은 크리스마스에 궁정에 나타난 녹색의 기사가 요청한 대결을 받아들여, 그의 목을 내리친다.

가웨인이 녹색의 기사와 한 약속은 1년 후 녹색 예배당에서 자신이 내리치는 도끼날을 되돌려 받는다는 것. 그렇게 가웨인은 녹색의 기사를 찾아가는 여정을 떠난다.

영화는 인물의 얼굴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화면 속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이어간다.

가웨인의 여정에는 죽은 자의 환영, 거인족, 말하는 여우 등 초현실적인 존재들이 등장하며 마치 그를 시험하는 듯한 느낌의 시퀀스를 만들어 간다.

신비로운 영상미 품은 중세 판타지…영화 '그린 나이트'
어둠 속 안개가 내려앉은 몽환적인 숲속 풍경이나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창의적인 캐릭터들은 시각적인 부분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호빗' 시리즈의 골룸, '아바타'의 나비족, '킹콩'의 킹콩 등 판타지 영화의 주요 캐릭터를 탄생시킨 디지털 시각효과 스튜디오인 웨타 디지털의 기술력이 동원됐다.

크리스마스 게임 또는 목 베기 게임으로 불리는 이 여정은 자아 성찰 과정으로 해석되는데, 기사 작위도 받지 않은 채 향락에 빠져 지내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가웨인은 여정이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가웨인을 연기한 데브 파델은 미숙한 인물 속에서 관대함, 신의 등 기사의 덕목을 하나씩 찾아가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준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로 다소 난해한 이야기 속에서 중심을 잡는다.

신비로운 영상미 품은 중세 판타지…영화 '그린 나이트'
다만 중세시대 기사를 소재로 한 판타지 영화로 흥미진진한 모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자아 발견, 유혹, 기독교와 이교사상 간의 긴장 관계 등을 상징적,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는 '미나리'의 북미 투자배급사인 A24의 신작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 수입에 꾸준히 투자해 온 소지섭이 소속사 51K와 함께 공동 제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오는 5일 개봉. 상영시간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

신비로운 영상미 품은 중세 판타지…영화 '그린 나이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