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대사 한신성 역…"때로는 능구렁이 같은 인간적인 캐릭터"

"히어로처럼 굉장히 능력 있는 사람이 영웅적인 행동으로 모두를 구해내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평범한 사람들이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남기 위해 어느 순간 비범해지는 그 순간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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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김윤석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 담았죠"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의 주연 배우 김윤석(53)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26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작품을 소개할 때나 캐릭터를 설명할 때 '평범'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됐던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전혀 평범하지 않은 소재지만, 김윤석의 말대로 영화 속 인물들은 위기를 돌파할만한 물리력이나 정보력이 없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김윤석은 남한의 유엔(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의 투표권을 얻고자 동분서주하던 한신성 대사 역을 맡았다.

북한의 방해 공작에 "아니 이러기요?"라며 분을 이기지 못하고 성을 내고, 서로를 못마땅해하는 부하 직원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단출한 대사관 식구들을 이끌어간다
그는 "한신성 대사는 굉장히 똑똑한 것도 아니고, 어떨 때는 능구렁이처럼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한다.

때로는 경박스럽기도 하고, 말을 번복하거나 화도 낸다"며 "그렇다고 해도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판단한다.

이것이 한신성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참 인간적"이라고 설명했다.

'타짜'의 아귀 역을 비롯해 '추격자', '검은 사제들','남한산성', '1987', '암수살인' 등에서 강렬한 역을 주로 맡아온 김윤석은 이 평범한 한신성 대사를 위해 무게감을 조금 내려놓고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으로 영화를 끌어간다.

'모가디슈' 김윤석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 담았죠"

영화에는 남북 대사관 식구들이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는 감동 스토리도 전개되지만, 김윤석은 이 역시도 남북 협력이라는 거창한 소재가 아닌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 주목했다고 했다.

"남북의 화합과 협력이라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오지에 남아있는 말이 통하는 유일한 두 무리가 만나서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탈출하는 이야기란 점이에요.

남과 북의 관계가 많은 제약을 주고, 이로 인한 선택과 갈등도 있지만 그건 그(생존) 다음의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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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영화는 남북 관계를 신파적인 소재로 소모하지 않는다.

김윤석은 "하룻밤 사이에 '좋아한다', '사랑한다' 이러면서 부둥켜안거나 하지 않는다"며 "탈출 과정에서 참사관끼리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뭔가를 진하게 주고받고 이런 것도 없다.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가져갈지 (맡기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모가디슈' 김윤석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 담았죠"

그는 긴장감이 폭발하는 카체이싱(자동차 액션) 촬영을 하면서 고생한 일화도 털어놨다.

19991년을 배경으로 한 촬영은 구형 모델의 자동차에 책, 모래주머니 등을 달고 달리면서 자꾸 시동이 꺼져 애를 먹었다고 했다.

"창문을 내리면 올라가지도 않고, 시트 밑에는 용수철이 튀어나와 있었어요.

차를 공수해 오는 것도 어려웠고, 미술·소품팀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차가 막 달리면 모래주머니가 새서 차 안이 먼지 구덩이가 됐어요.

이런 게 다 굉장히 실감 나게 나온 것 같아요.

이 정도로 살벌하게 나올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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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체이싱을 포함해 영화에는 군중들의 대규모 시위와 총격전 등 내전 상황이 실감 나게 연출되는데 김윤석은 제작 시스템이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고 감독님에게 이야기했는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며 "유럽, 아프리카 각지에서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미술팀이 도시 전체를 세팅했다.

그런 준비와 점검 등 제작 시스템 자체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모가디슈' 김윤석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순간 담았죠"

그러면서 류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춘 조인성 배우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윤석은 "류승완 감독은 24시간 현장에 사는 것 같다.

크랭크인 이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며 "어마어마한 준비와 각 팀을 조각을 맞추듯 이어 맞추며 현장을 이끌어 가는데 이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감탄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를 보면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겉멋 안 부리고 진솔하게 연기를 한다 싶었는데, 만나보니 사람 자체가 원래 그렇구나, 거기서 나오는 담백함이 있다는 점을 알았다.

상당히 좋았다"며 웃었다.

영화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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