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정가에 '리셀러'로 중고가도 천정부지
잡았다 하면 6~7만원…비싸도 너무 비싼 가요 LP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LP(바이닐) 열풍이 불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게 아니냐는 음악 팬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특히 가요 음반의 경우 처음부터 고가로 출시되는 데다 리셀러들로 인해 중고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LP가 음악 감상 수단보다는 '고급 소장품' 성격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 가요 LP 정가 5만~10만 원…가격 부풀려졌다 비판
얼마 전 예약 판매가 시작된 가수 청하 1집 '케렌시아'는 11만8천300원(할인가 9만5천800원)이라는 높은 가격 때문에 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LP와 함께 수록된 책, 포스터, 포토 카드, 엽서 등 때문에 가격이 부풀려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청하뿐만 아니라 태연, 블랙핑크 로제, 레드벨벳 조이, 슈퍼주니어 예성 등 아이돌 LP에는 포토북 같은 굿즈가 함께 구성됐고 김동률, 서지원 LP에는 CD가 수록됐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중음악 LP는 평균적으로 정가가 5만~9만 원 선이다.

재출시된 일부 앨범은 15만~20만 원을 호가한다.

반면 팝 LP는 3만~4만 원이면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음반을 살 수 있다.

5만 원을 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에서는 더 싼 값에 LP가 출시된다.

30달러(약 3만4천 원) 안팎이면 팝스타들의 LP를 구매할 수 있고 재출시 앨범이나 한정판도 대개 40달러(약 4만5천 원)를 넘지 않는다.

예컨대 테일러 스위프트는 2010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 수상작인 '피어리스'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39달러의 가격을 매겼다.

명반으로 꼽히는 두아 리파 '퓨처 노스탤지어' 한정판도 30달러가 안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새로운 LP가 나올 때마다 과도한 가격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과거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마스터링한 후 판을 옮긴 것이라면 모를까, 디지털 음원을 판에 녹이는 최근 LP가 5만~10만 원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잡았다 하면 6~7만원…비싸도 너무 비싼 가요 LP

◇ 수십 배 이문 남기는 '리셀러' 판쳐…국내 LP 품질 낮다 지적도
중고 시장으로 가면 LP 가격은 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정가로 샀다가 수십 배로 되파는 '리셀러' 때문이다.

최근 나오는 가요 LP는 소량을 제작해 선착순 예약을 받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소장 가치가 높다고 여겨지는 일부 LP의 경우 리셀러들의 타깃이 된다.

대표적으로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는 중고 시장에서 정가(4만4천 원)의 50배에 가까운 200만 원에 거래된다.

이 밖에도 최근 새롭게 출시된 전람회 1집과 이소라 '눈썹달' 보라색 판이 각각 100만 원에, 백예린 '에브리 레터스 아이 센트 유.' 한정판이 60만 원대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런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LP의 품질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구매처에 올라온 후기를 보면 흠집으로 인해 판이 튄다거나, LP 특성상 잡음이 있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음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최근 제작 불량 논란이 있었던 몇몇 앨범을 거론하며 "품질에 비해서 적당한 가격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가격은 비싼데 퀄리티가 안 따라주는 경우가 많아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고 짚었다.

잡았다 하면 6~7만원…비싸도 너무 비싼 가요 LP

◇ 고급 소장품·굿즈 된 LP, 성장세 제동 걸릴 수도
LP는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옛 감성을 '힙하게' 여기는 MZ 세대의 마음마저 사로잡으면서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다.

예스24에 따르면 이 회사를 통해 판매된 LP는 전년과 비교해 2018년 26.8%, 2019년 24%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73.1%나 뛰어올랐다.

특히 가요 LP는 262.4% 더 판매됐다.

그러나 LP의 '미친 가격'이 지속된다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LP를 듣기 위해서는 턴테이블, 스피커 등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데, 음반도 쉽게 살 수 없는 가격이라면 새롭게 LP 시장에 유입되는 소비자가 적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P가 본래 목적인 음악 청취 수단이 아니라, 경제적 여건이 되는 일부 마니아층을 위한 호화 소장품 내지는 열성 팬덤의 굿즈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식으로는 (LP 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며 "포토북 등 음반 외 물품을 LP 구성에서 빼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리셀러 문제에 대해서도 "선착순이나 래플(추첨식)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예약한 모든 사람에게 음반을 판매하는 방식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어려운 문제지만 전반적으로 자정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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