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이건 너답지 않아."
벗어날 수 없어 잔혹한 어둠의 굴레…영화 '폭력의 그림자'

마약, 폭력 등 나쁜 일들은 한번 발을 들이면 늪처럼 빠져들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벗어나려 해도 과거의 과오들이 얽히고설켜 헤쳐나오기가 쉽지 않다.

마치 그림자처럼 어둠에 잠식되지 않는 이상 떼어 놓기가 힘들다.

영화 '폭력의 그림자'는 전직 권투 선수 더글러스(코스모 자비스)가 마약 거래상 집안인 데버스 가문을 위해 궂은일들을 처리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면서 겪게 되는 내적 갈등을 따라간다.

더글러스는 영화 초반 "데버스 가문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나를 만나게 된다"는 대사로 자신을 소개한다.

데버스 가문에 충성을 맹세한 더글러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그들의 가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도구처럼 이용되는 하수인일 뿐이다.

사실 더글러스에게는 진짜 가족이 있다.

옛 연인 어설라(니암 알가르)와 자폐증이 있는 아들. 이들의 관계는 이미 소원해진 듯하지만, 더글러스에게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름의 노력도 하고, 어설라의 새 출발도 응원한다.

벗어날 수 없어 잔혹한 어둠의 굴레…영화 '폭력의 그림자'

하지만 데버스 가문의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더글러스의 삶을 위태롭게 흔든다.

집안의 원수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손봐주라던 요구는 어느덧 청부 살인 지시로 이어지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가해질 보복 앞에 더글러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영화는 더글러스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에게 공존하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어설라를 비롯해 그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그에게 지금의 모습은 진짜 그가 아니라고 일깨우려 한다.

"넌 그들과 달라", "옛날의 너가 그리워"라는 말들이 더글러스를 자각하게 하지만, 이미 발을 들인 폭력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벗어날 수 없어 잔혹한 어둠의 굴레…영화 '폭력의 그림자'

데버스 가문의 막내 딤프나(배리 케오간)는 혼란스러워하는 더글러스에게 마약을 권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려 든다.

살아남기 위해 데버스 가문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더글러스의 상황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동시에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폭력의 그림자를 부각한다.

배우들의 굳은 표정과 먹구름이 가득 낀 하늘은 거친 분위기를 연출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더글러스의 내적 갈등은 폭력의 잔혹성을 어느 액션 영화보다도 묵직하게 전한다.

작품은 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부산국제영화제, 런던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오는 17일 개봉. 상영시간 101분.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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