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유튜버 새벽 /사진=SNS
뷰티 유튜버 새벽 /사진=SNS
혈액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뷰티 유튜버 새벽(본명 이정주)의 남자친구가 편지를 통해 고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새벽의 남자친구 A씨는 지난 6일 SNS에 "사랑하는 정주에게"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25살 가장 꽃다운 시기에 날 만나줘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알아봐줘서, 6년이라는 시간동안 내 옆을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며 "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너, 표현의 가치를 알았던 너, 작은 거 하나에도 감동 받던 너, 선물을 주면서도 받는 사람보다 더 기뻐했던 너, 본인의 감정에 솔직했던 너,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던 너, 동물을 정말로 사랑했던 너, 떡볶이를 가장 좋아했던 너, 설리를 가장 좋아했던 너"라고 고(故) 새벽을 기억했다.

이어 "너를 만난 6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쌓아온 우리의 추억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이따금씩 꺼내어 보겠다"고 했다.

A씨는 새벽이 투병 중 '오빠는 나를 만나서 불행한거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난 정말 행운아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가끔 사람들이 '여자가 남자를 잘 만났다'고 말하더라. 그러면 난 '남자가 여자를 정말 잘 만난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너를 만나서 많이 달라졌다.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라는 말, 틀렸다는 걸 내 스스로를 보면서 깨닫게 됐다. 그렇게 만들어 준 너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고맙다. 너에게 배운 마음 주변에도 널리 퍼트리겠다"고 다짐했다.
뷰티 유튜버 새벽과 남자친구 A씨 /사진=SNS
뷰티 유튜버 새벽과 남자친구 A씨 /사진=SNS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기도 했다. A씨는 "사실 아직까지도 너의 빈 자리가 믿겨지지가 않는다. 지금도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고 고개만 돌려도 너가 웃고 있을 것만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 너라는 사람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비대했기에 그걸 비워내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혹시 내가 그리움에 지쳐 힘들어 하는 밤에는 한 번씩 꿈 속에 들러서 안부라도 전해달라. 그래야만 내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렇게 너를 다급하게 데려간 걸 보면 하늘나라에서 급하게 천사 자리가 하나 필요했나 보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않고 너를 온전히 드러내며 밝게 지냈으면 좋겠다"며 고인을 향해 사랑한다고 말했다.

62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고(故) 새벽은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30세.

고인은 2019년 림프종 판정을 받은 후 유튜브를 통해 투병 과정을 공개하며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A씨와 함께 커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특히 고 새벽은 지난해 11월에는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강호동의 밥심'에 출연해 A씨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그는 치료 중 너무 힘들어서 항암을 포기하려했으나, 남자친구의 설득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를 그려 보지 않느냐. 꼭 남자친구와의 미래에 같이 가보고 싶다"고 말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 다음은 새벽 남자친구 A씨 SNS 게시글 전문

사랑하는 정주에게,

25살 가장 꽃다운 시기에 날 만나줘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알아봐줘서, 6년이라는 시간동안 내 옆을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가 서로를 처음 마주한 날, 신도림에서의 첫 데이트, 처음으로 함께 간 제주도 여행, 부산으로 불쑥 찾아가 부모님께 인사드린 날,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하던 날, 조아를 우리의 가족으로 맞이한 날, 다 기억하니?

연희동에서 널 처음 본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너는 흰색 반팔티에 녹색빛 치마를 입고 있었어. 너무 밝고 생기발랄한 너에게, 나와는 180도 다른 너에게, 나는 조금씩 스며들었어. 어느샌가 너의 향기에 흠뻑 취해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됐지. 처음 널 본 순간부터 하루하루를 되뇌여봐도 그 시간들이 너무 즐거워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너,

표현의 가치를 알았던 너,

작은 거 하나에도 감동받던 너, 선물을 주면서도 받는 사람보다 더 기뻐했던 너,

본인의 감정에 솔직했던 너,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던 너,

동물을 정말로 사랑했던 너,

떡볶이를 가장 좋아했던 너,

설리를 가장 좋아했던 너.

너를 만난 6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었어. 그동안 쌓아온 우리의 추억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이따금씩 꺼내어 볼게. 너가 아프고 난 뒤 어느 날 내게 말했어. "오빠는 나를 만나서 불행한거 같다고." 그리고 내가 답했어,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난 정말 행운아라고"

가끔 사람들이 말하더라, "여자가 남자를 잘 만났다고" 그러면 내가 답하지, "남자가 여자를 정말 잘 만난거라고"

나는 너를 만나서 많이 달라졌어.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는 말, 틀렸다는 걸 내 스스로를 보면서 깨닫게 됐어. 그렇게 만들어 준 너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고마워. 너에게 배운 마음 주변에도 널리 퍼뜨릴게.

사실 아직까지도 너의 빈자리가 믿겨지지가 않아. 지금도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고 고개만 돌려도 너가 웃고 있을 것만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 너라는 사람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비대했기에 그걸 비워내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거 같아.

혹시 내가 그리움에 지쳐 힘들어 하는 밤에는 한 번씩 꿈 속에 들러서 안부라도 전해줘. 그래야만 내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을거 같아. 이렇게 너를 다급하게 데려간걸 보면 하늘나라에서 급하게 천사 자리가 하나 필요했나 보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않고 너를 온전히 드러내며 밝게 지냈으면 좋겠다.

19910128 너가 태어난 날,

20150804 우리가 만난 날,

20210530 너가 별이 된 날.

이 세 가지는 절대로 잊지 않을게! 내가 잠든 새벽엔 언제나 함께 해줘. 매일 밤이 지나면 새벽은 항상 돌아오니깐. 정말 많이많이 사랑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