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안 본성을 자각한 인간이 드러낸 선악…영화 '보이저스'
영화 '보이저스'는 그동안 봐왔던 우주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지구 온난화로 인류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야 한다는 설정이나 우성 유전자로 태어난 신인류의 등장은 우주 영화에서 상투적이고 익숙한 요소지만, 이는 영화의 배경에 그친다.

기존 우주 영화가 대업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대원들과 빚어진 갈등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여겼다면, '보이저스'는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고립된 인류의 본성과 욕망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영화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태어나고 훈련받은 아이들을 이끄는 리처드가 죽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그동안 식욕, 성욕 등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억제하는 약물인 '블루'를 복용해 왔는데, 이를 끊게 되면서 혼란이 찾아온다.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혈안이 된 잭(핀 화이트헤드)은 미래 세대를 위한 임무보다는 당장의 즐거움을 쫓고, 임무를 완수하려는 크리스토퍼(타이 셰리든)와 셀라(릴리 로즈 뎁)는 잭의 무리로부터 우주선을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우주선을 인류 역사의 축소판으로 보여준다.

욕망을 분출하는 데 거리낌 없는 태초의 인간이 규율과 규범을 준수하는 사회를 형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다양한 캐릭터와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를 통해 담아낸다.

우주선 안 본성을 자각한 인간이 드러낸 선악…영화 '보이저스'
잭은 외계인이라는 공포의 대상을 부각해 아이들이 자신을 의지하게 만들고, 남은 식량을 마음껏 먹게 해준다거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아이들을 회유한다.

일종의 정치다.

공포와 회유책 속에서 대다수의 아이는 잭 편에 서게 되고, 반대편을 적대시하며 손에 무기까지 들게 된다.

잭과 크리스토퍼는 뚜렷한 선과 악으로 구분되고, 블루를 끊은 아이들이 드러내는 본성은 사회화를 거치지 않은 태초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의 본능은 선한지 악한지에 관한 풀리지 않는 논쟁거리를 던지고, 인간이 선악을 모두 지니고 있다면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를 주시한다.

열세에 놓인 선과 우위를 점한 악의 대립 구도 속에서 쫓고 쫓기는 액션은 긴장감을 자아내고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돌연변이 10대 소년 사이클롭스 역으로 주목을 받았던 타이 셰리든과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의 딸 릴리 로즈 뎁 등 라이징 스타들의 열연도 눈길을 산다.

오는 26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우주선 안 본성을 자각한 인간이 드러낸 선악…영화 '보이저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