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내전 당시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 사건 다뤄

군에 학살당하는 무고한 민간인, 버려진 시신과 실종된 사람들, 뒤늦은 발굴작업과 유골이 된 가족을 앞에 두고 오열하는 사람들, 시간이 흘러도 규명되지 않는 진실.
한국 현대사에서도 낯선 장면이 아니다.

비극의 역사는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얼굴로 반복된다.

반복되는 비극의 역사…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보스니아 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Quo vadis, Aida?)는 보스니아 전쟁(1992∼1995)의 한 장면을 담았다.

데뷔작 '그르바비차'(2005)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던 야스밀라 주바니치 감독의 신작이다.

그르바비차라는 마을에 있던 세르비아군의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집단 강간으로 고통받아야 했던 한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보스니아 전쟁을 기록했던 주바니치 감독은 전쟁 속에서 남편과 아들을 구하려는 여성의 이야기로 여전히 아물지 않은 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1995년 여름, 아이다(야스나 두리치치)는 스레브레니차라는 작은 마을에 주둔한 유엔평화유지군의 통역관으로 일하고 있다.

아이다는 유엔군이 안전지대로 선포한 마을이 안전할 것이라 믿었지만 세르비아 군대는 마을을 불법 점령한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작전은 실패했고, 현장의 유엔평화유지군 소속의 네덜란드 군대는 무력했다.

난민 보호소가 된 유엔의 기지는 밀려드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아이다의 남편과 아들은 다른 주민들과 함께 기지 밖에 남겨진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다는 밖에 있던 남편과 아들을 수용소 안으로 데려오는 데는 성공하지만, 유엔은 기지를 비우기로 한다.

아이다는 유엔 직원인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가족도 유엔이 보호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거절당한다.

주민들은 남자와 여자로 분리된 채 세르비아군에게 끌려가고 아이다는 남편과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세르비아군이 보스니아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벌인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을 보스니아 주민이자 유엔군의 통역관으로 중간 지대에 놓인 아이다의 동선을 따라가며 그의 시선으로 비춘다.

반복되는 비극의 역사…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
주바니치 감독은 실제 당시 유엔군 통역사였던 하산 누하노비치가 쓴 책 '유엔의 깃발 아래'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엑스트라로 참여한 사람 중엔 수용소에 갇혔던 사람들도 다수였으며, 그들의 증언에 따라 촬영이 진행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전쟁 이후 모든 것이 파괴된 보스니아는 1년에 영화 한 편이 겨우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영화산업이 황폐해졌고, 스레브레니차는 세르비아계가 통치하는 지역이 되면서 여전히 당시의 대량 학살을 부정하는 우파 정치인들이 집권하고 있다"며 영화가 나오기까지 겪어야 했던 난관을 설명하기도 했다.

주바니치 감독은 "전쟁의 서사는 늘 자유, 민주주의,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어서 그 서사의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을 놓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는,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서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