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허풍 가득한 무용담이 밋밋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일상에 환상을 선물하는 팀 버튼의 상상력…영화 '빅 피쉬'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위손'(1990), '비틀쥬스'(1988), '유령신부'(2005) 등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팀 버튼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빅 피쉬'(2003)가 국내 개봉 17년 만에 오는 12일 재개봉한다.

'빅 피쉬'는 초라한 현실을 환상적인 거짓으로 포장해 보여준다.

영화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운명을 보는 마녀, 시간이 멈춘 유령 마을 등 믿을 수 없는 모험과 로맨스를 늘어놓는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알버트 피니)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의 이야기 속 젊은 시절의 에드워드(이완 맥그리거)는 '큰 고기는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말을 따라 고향을 떠난다.

포장도로가 아닌 숲길을 택한 에드워드는 길을 잃고 헤매다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유령 마을에 잠시 머물기도 하고, 첫눈에 반한 운명의 여인 산드라를 찾기 위해 수년간 서커스단 잡역부로 일하기도 한다.

사랑을 쟁취한 뒤에도 에드워드는 우연히 범죄에 휘말렸다가 돈을 벌기도 하고, 군인으로 파병돼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도 말도 안 되는 탈출 전략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모험을 계속한다.

그가 이 여정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거인과 난쟁이, 샴쌍둥이, 늑대인간 등 절대 평범하지 않다.

일상에 환상을 선물하는 팀 버튼의 상상력…영화 '빅 피쉬'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에 관객들이 빠져드는 데는 이 기상천외한 모험과 로맨스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난 흥미진진한 모험, 일생일대의 변치 않는 단 하나의 사랑. 에드워드의 이야기는 누구나 바라는 환상을 현실로 만든다.

여기에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환상 속 이야기에 대한 이질감을 줄여나간다.

아들 윌 블룸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이야기의 열렬한 팬이었지만, 어른이 된 이후에는 병상에 누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하는 아버지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윌은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진실을 찾으려 하지만,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현실성 없는 오류가 눈에 띈다.

하지만 영화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관심이 없다.

에드워드의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인지, 없었던 이야기라면 왜 이런 거짓말을 지어내는지 애써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관객의 몫이다.

대신 영화는 환상 속에 사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 부자지간의 관계에 집중한다.

거짓말만 하는 아버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어 답답해하던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를 대신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빅 피쉬'가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뻔한 판타지에 그치지 않고 가슴 뭉클한 명작으로 기억되는 것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서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 환상을 선물하는 팀 버튼의 상상력…영화 '빅 피쉬'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상미와 시각효과다.

마치 동화책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초록 잔디와 파란 하늘의 유령마을과 샛노란 수선화가 만발한 배경에 에드워드가 산드라에게 청혼하는 장면, 채도가 낮은 배경을 달리는 짙은 빨간색의 클래식한 디자인의 자동차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영화는 일종의 마법을 부리는 것'이라는 팀 버튼 감독의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들도 있다.

에드워드가 산드라를 처음 본 순간 시간이 멈추는 시퀀스에서는 팝콘이 공중에 흩날린 채 떠 있다.

이 팝콘은 에드워드가 손을 뻗어 걷어내면 힘없이 바닥으로 투두둑 떨어지면서 이야기에 신비로움과 재미를 더한다.

'빅 피쉬'는 팀 버튼 감독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상상의 세계를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을 지루해하는 관객들에게 환상을 보여주면서 이를 꿈꾸게 한다.

일상에 환상을 선물하는 팀 버튼의 상상력…영화 '빅 피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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