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표현해야만 들어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파리 외곽지역에 고착된 분노…영화 '레 미제라블'
영화 '레 미제라블'은 오랜 세월 프랑스 파리 외곽 지역에 층층이 쌓인 분노를 긴장감 속에서 들여다본다.

빈곤과 차별로 인한 불만이 팽배한 이 지역의 분노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다.

영화의 배경이 된 몽페르메유는 프랑스 대문호인 빅토르 위고가 동명의 소설을 집필하는 데 영감을 준 파리 외곽도시로 그때도 지금도 낙후된 지역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배경의 이민자들과 빈곤층이 거주하고 있다.

영화는 지방에서 전근 온 경찰 '스테판'의 시선으로 몽페르메유를 바라본다.

스테판은 이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동료 경찰 '크리스', '그와다'와 함께 마을을 순찰하며 범죄조직, 부패한 정권과 연계된 주민들과 이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동료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스테판과 동료들은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아기 사자의 행방을 찾던 중 마을 소년 '이삭'이 범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삭을 쫓던 중 함께 놀던 아이들이 공격적으로 달려들게 되고, 당황한 그와다는 순간적으로 고무탄을 발포한다.

고무탄을 맞고 쓰러진 이삭과 이 모든 상황을 하늘에서 찍고 있는 드론. 크리스는 이삭을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는 스테판을 무시하고 드론에 찍힌 영상을 확보하는 게 먼저라며 소리친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경찰과 이를 이용하려는 지역의 범죄조직, 드론에 찍힌 영상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한 걱정,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삭을 비롯한 마을 아이들의 분노도 커진다.

파리 외곽지역에 고착된 분노…영화 '레 미제라블'
영화는 이 과정에서 2005년 파리 소요사태를 언급한다.

또 다른 파리 외곽 도시인 클리시수부아에서 벌어졌던 소요사태는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두 명이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돼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크게 다치며 발생했다.

당시 소년들은 축구 경기를 보고 집에 돌아가다 경찰차를 보고 도망쳤고, 경찰은 이유 없이 달아나는 소년들을 추격했다.

지역사회는 분노했고, 두 달여 간 300여 채의 건물과 차량 1만여 대가 불타는 폭동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영화가 경찰을 악한 존재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경찰들은 지역사회가 큰 소동 없이 질서를 유지하길 바란다.

이들은 거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영화는 이런 현실을 드러내며 19세기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을 집필할 당시부터 2005년 소요사태를 거쳐 현재까지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회 시스템이 외면한 낙후된 지역에서 살아가는 레 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 외곽지역에 고착된 분노…영화 '레 미제라블'
영화는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안겼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화를 보고 교외 지역 빈곤 실태 조사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제72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벌칸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프랑스 대표작으로 미국 아카데미에 출품돼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로도 지명되기도 했다.

영화를 연출한 라주 리 감독은 아프리카 말리 출신 이민자로 몽페르메유에서 자랐다.

그는 영화에 그와 지인들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고 했다.

영화 속 주요 사건인 경찰의 전근, 사자 도난 등도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을 반영한 것이다.

라주 리 감독은 앞서 '레 미제라블'은 정치적 영화라고 언급하며, 정치인들이 실제 외곽 지역의 삶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오는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