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출연진들 /사진=JTBC
'설강화' 출연진들 /사진=JTBC
JTBC 새 드라마 '설강화' 측이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대해 재차 부인했다.

30일 JTBC는 "앞서 입장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억측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어 오해를 풀고자 재차 입장을 전한다"며 "현재의 논란은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면서 "물론 이는 정제되지 않은 자료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제작진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JTBC는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히 탄압받은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명했다.

'설강화'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 모티브는 1987년 대선 정국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재될 예정"이라고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또 등장인물 중 안기부 요원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부각시키는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쪽같다"고 안기부 요원을 표현한 것에 대해 "힘 있는 국내파트 발령을 마다하고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동료들에게 환멸을 느낀 뒤 해외파트에 근무한 안기부 블랙 요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인물은 부패한 조직에 등을 돌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원칙주의자로 묘사된다고 덧붙였다.

여자주인공 영초(지수 분)가 실존인물인 민주화운동가 천영초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에 대해 "천영초 선생님과 무관하다"며 "선생님을 연상케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관련 여주인공 이름은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JTBC는 "이 시간 이후부터 미방영 드라마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정사실인양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경고하며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하는 수 많은 창작자들을 위축시키고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오는 6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초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설강화'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간첩·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를 찬양하는 역사 왜곡 드라마라는 지탄이 이어졌다.

디시인사이드 '설강화' 갤러리 측은 JTBC 사옥 앞으로 트럭을 보내 "제대로 된 입장표명 및 드라마 폐지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고문 받아 사망한 아픈 역사가 있다"며 "남주인공이 간첩 설정인지, 간첩 설정의 남주인공을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지 해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간첩 설정인 남주인공과 안기부의 미화 서사가 있는지, △안기부 팀장 역을 "원칙적이고 열정적이며 대쪽같은 일물"이라고 소개한 점, △여주인공 기숙사에 남주인공을 숨겨주는 내용으로 인해 운동정신을 훼손할 여지가 있는지 해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설강화' 촬영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게재돼 13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다음은 JTBC '설강화' 측 공식입장 전문.

JTBC가 드라마 ‘설강화’ 논란에 거듭 입장을 밝힙니다.

JTBC는 ‘설강화’에 대한 입장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억측과 비난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재차 입장을 전합니다.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습니다.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정제되지 않은 자료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제작진의 책임입니다.

이에 JTBC는 ‘설강화’의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1.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2. ‘설강화’의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입니다.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3. 이런 배경 하에 남파 공작원과 그를 쫓는 안기부 요원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이들은 각각 속한 정부나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부정한 권력욕, 이에 적극 호응하는 안기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부각시키는 캐릭터들입니다. 그러므로, 간첩활동이나 안기부가 미화된다는 지적도 ‘설강화’와 무관합니다.

4. 안기부 요원을 ‘대쪽 같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가 힘 있는 국내파트 발령도 마다하고,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동료들에게 환멸을 느낀 뒤 해외파트에 근무한 안기부 블랙요원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인물은 부패한 조직에 등을 돌리고 끝까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원칙주의자로 묘사됩니다.

5. 극중 캐릭터의 이름 설정은 천영초 선생님과 무관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관련 여주인공 이름은 수정하겠습니다.

위 내용들을 토대로, 이 시간 이후부터는 미방영 드라마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정사실인양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하는 수많은 창작자들을 위축시키고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해주셨으면 합니다.

JTBC는 완성된 드라마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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