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으로 창조해 낸 실존 인물 연기

정약전이 유배지에서 쓴 어류도감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섬 청년 창대는 실존 인물이지만, 영화 '자산어보'의 창대는 가상의 인물이다.

'자산어보' 변요한 "나와 닮은 창대…자연스럽게 묻어가"
정약전이 '자산어보' 집필에 도움을 준 청년 어부 창대를 언급한 몇 줄의 문장이 이준익 감독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영화 속 창대는 양반에게 버림받은 서자로, 사람 노릇을 하겠다며 홀로 글공부를 한다.

바다 생물에 호기심이 생긴 약전이 도움을 요청하지만, 사학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거절했던 창대는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는 제안에 못 이기는 척 응한다.

창대를 연기한 배우 변요한은 23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신 적이 없다"며 "배우들이 마을에서 사는 것처럼 그냥 풀어놓으셨고, 마을 사람들과 창대가 바라보는 약전의 모습이 붙으면서 (약전과 창대가) 자연스럽게 벗이 됐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거기에 묻어서 흘러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보통 시나리오를 받으며 저랑 닮은 구석을 찾아요.

창대도 분명 저랑 닮았는데,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꿈을 향해 달려가다 현실에 부딪히기도 하잖아요.

반항심이나 야망도 있고, 그것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고, 갈등하기도 하고요.

결국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창대의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그럴 수밖에 없게 대본에 나와 있었고, 그렇게 묻어서 흘러가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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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변요한 "나와 닮은 창대…자연스럽게 묻어가"
시나리오를 받은 변요한은 실제 정약전의 유배지인 흑산도에도 다녀오고, 전라도 사투리를 할 수 있는 지인을 총동원해 사투리 연습을 하고, 수영장에 다니며 물에 익숙해지고 전문가에게 물고기 손질법을 배웠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창대의 마음을 아는 것에 비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담보다는 과감하게 하고 싶었다.

뜨거운 사람이 되고 싶었고, 창대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창대였으면 어땠을까 궁금했고,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엄청 뜨거운, 젊은이의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제가 (창대를 통해) 그런 걸 배웠죠."
그는 "거짓말하지 않고, 서툴더라도 다 내려놓고 안 좋으면 어때 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했다.

감독이 좋아서 골랐을 장면들에 "나도 알지 못했던 생소한 표정들이 많이 나온 것도 좋았다"고 했다.

'자산어보' 변요한 "나와 닮은 창대…자연스럽게 묻어가"
감독과 배우들이 입을 모은 건 남쪽 바다 섬의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변요한도 "촬영할 땐 날씨를 예상할 수 없어 힘들었지만, 그것조차 너무 즐겁게 촬영했다"며 "새카맣게 타서 치아밖에 안 보일 정도였는데 그것도 너무 좋았다"고 했다.

"촬영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하늘도 보고 별도 봤어요.

장관이니 절경이니 하는 말을 써 본 적이 없는데 그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좋았고 행복했죠."
'변요한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는 설경구의 칭찬에 변요한은 "묻고 더블로 가겠다"(영화 '타짜' 대사)며 "더 발전하겠다"고 화답했다.

30대 중반을 지나는 변요한은 자신의 청춘이 창대와 닮았다고 했다.

"창대처럼 반항심도 많았고 지금도 하고 있고, 방황도 하고 갈피를 놓칠 때도 있고, 고민도 많고 외로움도 많이 느끼는데 일은 잘하고 싶고…. 여러 가지가 섞여 한 단어로 정리하기 힘들지만, 썩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번 촬영에서 즐기는 법, 유연하게 하는 법을 배웠지만 연기를 하는 한 본질적으로는 그런 마음들이 있어야 시야도 넓어지고 삶을 넓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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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변요한 "나와 닮은 창대…자연스럽게 묻어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