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 강혜연 인터뷰

아이돌 딱지 떼고 트로트 가수로 재도약
"최종 8위? 아쉽지만 긍정적으로 생각"
"'미스트롯2' 하면서 방향성 더 뚜렷해져"
"응원해준 베스티 해령도 큰 힘 됐다"
'미스트롯2' 강혜연 /사진=변성현 기자

'미스트롯2' 강혜연 /사진=변성현 기자

지친 마음까지 사르르 녹여버리는 맑은 눈웃음, 무대 위에서 토끼 같은 눈을 반짝이는 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세상이 환한 빛으로만 가득찬 듯한 기분이 든다. 우수에 찬 표정으로 구성지게 정통 트로트를 내뱉다가도 올하트가 나오자 이내 환한 웃음을 터트리며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순수함과 솔직함에 시청자들은 곧 매료됐다. '미스트롯2'에 출연했던 가수 강혜연의 이야기다.

'미스트롯2' 출연 초반 강혜연은 '정통 트롯'으로 본인의 실력을 인정받고자 했다. 이미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그를 걸그룹 베스티 혜연으로 기억하고 있는 탓이었다. 출발은 걸그룹이었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긴 공백기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도 허다했다. 하지만 강혜연은 환경에 쉬이 흔들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긍정적인 그의 성격은 트로트라는 장르를 만났고, 곧 보는 이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힘으로 발전했다.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강혜연은 '미스트롯2' 출연 이후 달라진 점을 묻자 "제일 먼저 스케줄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예전에는 라디오를 하러 가도 정말 일적인 대화를 위해서만 나만 불렀는데 이제는 '미스트롯2'를 봤다면서 먼저 말을 걸고 다가와주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응원해주는 팬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몇 배 더 많아졌다. 마스크 쓰고 걸어가는데도 알아보시더라. 눈만 보이는데 알아보시는 게 정말 신기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스트롯2'에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눈길을 끈 강혜연은 높은 스타성으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뜨거운 지지 속에서 최종 8위라는 높은 순위로 레이스를 마쳤지만, 경연 도중 함께 무대를 준비하던 참가자의 하차로 부득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쉬웠다"고 말문을 연 강혜연은 "물론 14인 안에 들어가는 게 처음 목표였는데 올라가면 갈수록 욕심이 생겼고, 한 번만 더 올라가면 결승 멤버니까 간절했다. 7, 8위를 다투다 떨어져서 너무 아쉬웠다. 며칠동안 잠만 잤다"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아무 생각없이 자고, 푹 쉬면서 생각해보니 결승 멤버에 못 들어가서 너무 아쉽긴 하지만 나름 내 길이 따로 있으니까 이런 결과가 생긴 게 아닐까 싶더라. 더 연습하고 노력해서 나만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평소 성격도 긍정적인 편이냐는 물음에 강혜연은 "그렇다"면서 "덕분에 준결승에서도 더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자고 다짐해서 깊게 빠져들지 않았다"고 밝게 답했다.
'미스트롯2' 강혜연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미스트롯2' 강혜연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강혜연은 아이돌 팬들에게는 유독 낯이 익은 참가자였다. 걸그룹 EXID, 베스티로 활동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 그는 2012년 EXID에서 다미라는 이름으로 짧게 활동했다가 2013년 베스티로 재데뷔했다. 아이돌 활동으로 빛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긴 공백기가 시작됐다. 강혜연은 멤버 해령과 함께 마지막까지 베스티를 지켰지만 결국 2018년 팀은 해체했다.

강혜연은 "베스티 공백기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옷에도 관심이 많아져서 동대문에서 옷을 떼와서 팔아보기도 했다"며 "항상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연예계 쪽이 노력만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운도 따라줘야 하는 거라서 오히려 다른 직업을 하면 운이 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매 순간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한다.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다. 어둡고 슬프고 우울한 상태로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거나 도전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좋아하는 성격이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강혜연은 "베스티 계약 해지 이야기가 오고 갈 때 연기를 해보라고 해서 미팅을 했는데 하면 할수록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하고 싶은 건 노래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하고는 싶은데 잘 안 되니까 회피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도피처를 계속 찾으려고 한 거다. 이걸 깨닫고 결국 계속 노래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동생이 작곡을 해서 같이 곡도 만들어보고, 커버송으로 나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지금 소속사 대표님한테 연락이 와서 트로트 가수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3년의 공백을 깨고 2018년 강혜연은 '왔다야'라는 곡을 냈다. 베스티 혜연이 아닌, 트로트 가수 강혜연으로서의 시작이었다. 강혜연은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어떨지 모르겠는데 난 베스티가 어느 정도 알려진 그룹이라고 생각했다. 인지도가 있는 그룹 출신이 트로트로 넘어온 경우가 없지 않느냐. 원래 이런 건 먼저 개척하는 게 중요하다"며 해맑게 웃었다.

트로트가 아예 낯선 장르는 아니었다고. 강혜연은 "베스티 활동을 할 때 장윤정 선배님을 닮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라디오에 나가서 '짠짜라'를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Mnet '트로트엑스'에도 출연했다. 세미 트롯을 좋아해서 공부하면 잘할 자신이 있었다"고 당차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시작점이 아이돌이었지만, 편견에서 벗어나 완벽한 트로트 가수로 각인되기 위해 '왔다야' 발표 후에도 레슨과 연습에 매진했다고 강조했다.

당차게 트로트 가수로의 첫 발을 내디뎠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평소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미스트롯2' 출연을 망설였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 생각했다는 강혜연이었다. 그는 "관객들과 소통할 창구가 점점 줄더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많은 분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를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미스트롯2'에 지원했다. 경연에 최적화된 성격이 아니라 고민이 컸는데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강혜연 /사진=J&J EMG 제공

강혜연 /사진=J&J EMG 제공

'미스트롯2'는 제게 전환점인 것 같아요. 사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나갔거든요. 이전에 그룹을 두번이나 했고 트로트로 전향하고 열심히 방송 활동도 하자고 마음 먹은 찰나에 코로나19가 터져서 다시 공백기를 겪게 됐으니까요. 마지막 기회치고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웃음) 이 정도 관심을 받아본 게 처음이에요. 인생의 터닝포인트랄까요?"

경쟁의 부담이 있어 출연을 망설였던 '미스트롯2'였지만, 경연을 마친 현재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 됐다. 아이돌 출신 트로트 가수 강혜연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해답을 준 프로그램이었다.

강혜연은 "베스티로 활동할 때 난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족한 멤버였다. 그런데 트로트로 전향하니 표정이나 무대 매너 등 아이돌 활동하면서 제일 많이 연습했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되더라. 분명 그룹 내에서는 튀지 않았고, 외모도 평범했는데 트로트를 하면서는 오히려 '아이돌 외모다!'라는 말을 듣는다"며 웃었다.

이어 "사실 '미스트롯2'에 출연 초반에는 아이돌 이미지를 벗으려고 했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실력파 트로트 가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많은 분들이 나의 밝고 통통 튀는 모습을 좋아해주시더라. 일부러 아이돌 이미지를 벗으려 하지 않고, 같이 가져가면서 노래도 더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트롯2'를 하면서 확실히 캐릭터가 더 잡힌 것 같다. 앞으로 뭘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도 뚜렷해졌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준 베스티 멤버 해령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강혜연은 "해령이는 EXID 연습생으로 들어갔을 때부터 항상 먼저 나를 챙겨준 친구였다. 이번에 '미스트롯2' 방송을 보고 '언니가 항상 잘 되길 바라고 기도했는데 행복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 무대를 보면서 울었다더라"며 "해령이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같이 고생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냐. 곁에서 같이 기뻐해 주고, 슬퍼해 주는 좋은 친구다"라며 고마워했다.

끝으로 강혜연에게 '팬들한테 들었던 말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애칭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공주님, 요정님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어요. 아이돌로 활동할 때는 별명식으로 부르는데 트로트 팬들은 꼭 '님'자를 붙여서 저를 가수님, 혜연 님으로 불러주시더라고요. 혜연 공주님이라는 말이 정말 새로웠어요. 제가 공주도 돼 보고(하하). 팬분들이 불러주니 기분이 간지러우면서도 좋더라고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과 활동으로 여러분들의 기쁨이 되어드릴게요. 강혜연 노래 들으시고 힘 많이 내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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