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윤여정, 각종 영화제 여우조연상 휩쓸어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다.

미국 땅에 꿈을 심은 한인 가정 이야기, 골든글로브 거머쥐다

영화는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가장 미국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신과 가족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영화를 쓰고 연출한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은 최근 한국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가 이렇게 호평받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면서도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나라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 이야기, 제 개인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극 중 가족이 겪는 갈등과 고충,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에 공감해 주신다"며 "열린 마음으로 배역에 임하고 표정에서 인간애가 묻어나도록 섬세하게 표현해준 배우들의 훌륭하고 깊이 있는 연기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제이컵(스티븐 연)과 아내 모니카(한예리) 부부는 비옥한 땅을 일구겠다는 꿈을 안고 남부 아칸소주로 이주하고, 부부를 돕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건너오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백하고도 아름답게 담았다.

미국 땅에 꿈을 심은 한인 가정 이야기, 골든글로브 거머쥐다

'미나리'는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이후 주목받아 왔다.

'미리 보는 아카데미상'으로 평가되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2020 AFI 어워즈'에서 10대 영화에 올랐고, 112년 역사의 전미비평가위원회에서 여우조연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윤여정이 받은 26개의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28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모두 75개의 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에 따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리면서 인종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하고, 미국인 감독과 배우가 미국에서 촬영한 영화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었다.

지난해 중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페어웰'로 같은 부분에 올랐던 중국계 미국인 감독 룰루 왕이 비슷한 처지가 된 '미나리'를 옹호하며 HFPA를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왕 감독은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라며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징짓는 구식의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땅에 꿈을 심은 한인 가정 이야기, 골든글로브 거머쥐다

미국 영화지만, 한국어 대사가 80% 이상이어서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가 미국에서 전례 없는 호평과 관심을 받는 건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불러일으킨 한국 콘텐츠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 덕이 크다.

또한 백인 일색으로 비판받던 할리우드가 다양성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변화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고,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을 차지한 것을 언급하며 '미나리'가 같은 길을 갈지 관심을 표해왔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