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는 한인 가정의 이야기
선댄스영화제 대상 등 68관왕…아카데미 유력 후보

미국 영화사가 제작하고 미국 국적 감독이 미국 땅에서 미국의 배우·스태프와 촬영한 엄연한 미국 영화지만, 영화 '미나리'에 쏠린 한국과 세계 영화계의 관심은 그 온도가 다르다.

가장 보통의 특별한 꿈을 심다…영화 '미나리'

한국 관객들에게는 국내 드라마와 영화에서 친숙한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출연한 데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가 미국 영화계에서 호평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국과 세계 영화계에서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불러일으킨 한국 콘텐츠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과 함께 백인 일색으로 비판받던 할리우드가 다양성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변화도 한몫했다.

하지만 미국 내 주요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가 영어보다 한국어 대사가 많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리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고, 그 반작용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과 호평은 커진 모양새다.

4월 예정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영화는 지난해 가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국내에 처음 공개된 데 이어 다음달 정식 개봉한다.

가장 보통의 특별한 꿈을 심다…영화 '미나리'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제이컵(스티븐 연)은 비옥한 땅을 일구겠다는 꿈을 위해 가족을 이끌고 남부 아칸소 시골로 이주한다.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놓인 트레일러 집을 보고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심장이 좋지 않은 아들 데이비드(앨런 김) 걱정이 앞서고, 토네이도가 몰아치던 밤 불안이 고조되며 결국 큰 싸움으로 이어진다.

부부를 돕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는 고춧가루와 멸치, 한약을 바리바리 싸 들고 트레일러 집으로 온다.

순자는 손주들을 앉혀놓고 화투를 가르치고, 할머니와 방을 쓰게 된 데이비드는 "할머니는 쿠키도 구울 줄 모르고, 냄새가 난다"며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다"고 못마땅해 한다.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던 이민자 가정을 담은 영화는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과 가족의 자전적 이야기로, 역시 이민자인 제이컵 역의 배우 스티븐 연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내 한인들과 많은 이민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 갈등하다가도 서로에게 의지해 보듬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는 이민자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가족을 둔 대부분의 이들에게 깊이 다가갈 만하다.

가장 보통의 특별한 꿈을 심다…영화 '미나리'

데이비드가 어린 시절의 정 감독이지만 이제 아버지가 된 감독은 제이컵에게 자신을 더 투영한다고 했고, 자신의 경험과 실존 인물인 가족들에게 영감을 받았으나 영화 속 캐릭터는 배우들이 재창조해 낸 새로운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영화는 감독의 경험에 바탕을 둔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자연광으로 담아낸 아름다운 풍광, 여기에 녹아든 음악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면서도 예상치 못한 드라마틱한 반전의 요소가 가미되면서 장르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제이컵이 일군 땅에 심고 기른 한국 채소가 이 가족에게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 안겨준다면, 데이비드의 눈에 교양 없고 괴팍한 할머니가 손수 가져와 숲속 양지바른 물가에 심은 미나리는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으로 쑥쑥 자라나며 이 가족을 단단하게 묶어준다.

"미나리는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뽑아 먹을 수 있다.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라는 순자의 대사에 제목의 의미가 그대로 담겼고, 감독은 영화의 끝에 '우리의 모든 할머니에게'(TO OUR ALL GRANDMA)라는 헌사를 남겼다.

고약한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하지만 크고 깊은 사랑을 품고 있는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배우 윤여정은 미국에서 여우조연상 23개를 거머쥐며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3월 3일 개봉.
가장 보통의 특별한 꿈을 심다…영화 '미나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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