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개되는 유럽 영화 2편

역사의 비극이 개인의 삶에 남긴 상실감을 섬세하게 담아낸 두 편의 유럽 영화가 나란히 관객들을 찾는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헝가리 영화 '살아남은 사람들'과 같은 날 재개봉하는 폴란드·덴마크 영화 '이다'(2013)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담담하지만, 현실적으로 역사의 비극을 드러낸다.

홀로코스트, 박해 등 당시 사건을 직접 묘사하지 않지만, 남겨진 이들을 통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역사의 피해자에게 남겨진 상실감…'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부모가 행방불명 된 소녀 '클라라'와 홀로코스트로 아내와 두 아이를 잃은 중년의 의사 '알도'. 두 사람이 바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알도는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로 삶에 의미를 두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겁게 버티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자신과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클라라는 안쓰러운 존재다.

클라라는 부모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드러낸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공유한 두 사람은 아버지와 딸처럼 서로의 마음을 돌보며 상처를 치유해간다.

극복할 수 없었던 상실감은 두 사람의 유대감으로 조금씩 채워지면서 웃음을 더하고, 희망을 기대하게 한다.

이들의 관계는 남녀 간의 사랑으로 비치기도 한다.

비좁은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고, 공원 벤치에서 알도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클라라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회의 시선도 담겨있다.

이들의 순수성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관계를 실체를 떠나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이들이 겪은 마음의 아픔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치유의 힘이다.

영화는 2020 헝가리 필름 아카데미상 4개 부분과 헝가리 영화비평가상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역사의 피해자에게 남겨진 상실감…'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이다'는 1960년대 폴란드를 흑백 영상의 로드무비로 담아낸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 박해가 자행됐던 역사의 비극을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되짚어간다.

보육원에서 자란 견습 수녀인 '안나'는 정식으로 수녀가 되는 서원식을 앞두고 하나뿐인 혈육인 이모 '완다'를 찾아간다.

이모에게서 자신의 원래 이름이 '이다'라는 것과 유대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부모님의 죽음을 추적하게 된 이다의 여정에 완다가 함께 하게 되면서 가족사의 비밀이 드러난다.

이다의 부모님과 완다의 어린 아들이 당시 유대인에 대해 행해진 박해로 죽임을 당한 것.
영화는 갑작스러운 상실감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다와 평생을 상실감 속에서 살아온 완다를 큰 감정의 분출 없이 묘사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비극을 극복할 희망을 이야기했다면, '이다'는 고통을 각자의 방식으로 감내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시청각 요소들은 인물이 겪는 이 불편한 감정을 극대화한다.

주변의 소음조차 잘 들리지 않는 적막이 흐르는 장면들은 긴장감을 높이고, 인물을 화면의 중심이 아닌 좌·우측 하단이나 상단에 배치한 구도의 흑백 영상은 불안감을 자극한다.

폴란드 출생의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이 10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으로 런던국제영화제 작품상, 뉴욕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영화상 등 전 세계서 68관왕을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