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세경 "32살에 결혼? '런 온' 기선겸 같은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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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수목드라마 '런 온' 오미주 역 배우 신세경
동시통역사 설정, 신세경 영어 실력 뽐내
"32살에 결혼할 거 같다"던 신세경
올해 32살…"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동시통역사 설정, 신세경 영어 실력 뽐내
"32살에 결혼할 거 같다"던 신세경
올해 32살…"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요"
'매력'이라는 단어가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신세경이 아닐까. 유튜브 채널 '신세경'을 통해 보여준 똑부러지고 야무진 성격은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에서 오미주를 연기하면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동시통역사인 오미주의 영어 대사부터 속사포 같은 '말 맛'을 살린 것도 모두 신세경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신세경은 9살이던 1998년, 가수 서태지의 포스터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30대가 된 현재까지 인생의 3분의 2를 연기를 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신세경은 '런 온'에 대해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했다"며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면서 여전히 연기를 할 때 고민하고 있음을 밝혔다.
전작 '신입사관 구해령'에 이어 '런 온'까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하며 신세경에 대한 호감도 높아진 상황. 그럼에도 신세경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봐 주셨으면 한다"며 "누군가의 눈에 내가 있는 그대로 비추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 여름부터 겨울까지 달린 '런 온'이 마무리됐다.
작품을 함께 만드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작품인 '런 온'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정말 즐거운 6개월이었다.
◆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것도, 동정을 받는 것도 싫어하던 미주가 선겸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주를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우리 드라마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늘 가득했다.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더라.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다.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 그리고 미주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 매이(이봉련)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때에도 내가 고생하며 힘들게 자랐다는 걸 알아달라는 의도는 0.1g 도 담지 않았다. 미주는 동정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늘 그렇게 의연하던 미주가 12부에서 기정도(박영규) 의원에게 끔찍한 이야기들을 듣고 선겸(임시완)에게 포기하겠단 말을 전할 때,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결핍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 배우 신세경이 꼽은 오미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미주가 사과를 잘한다는 점이다. 미주는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멋쟁이다. 헤헤. 물론 배배 꼬아 말할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과 자신의 일도 무척 사랑한다는 점도 굉장히 좋다. 무엇보다도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서로를 잘 지켜가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정말 건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런 온'에서 유창한 영어실력이 돋보였다. 실제로 영어 공인 시험을 본적 있나?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과목을 좋아했고, 교과목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몹시 어릴 때 흥미를 붙이고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모국어가 아닌 언어임에도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냥 겁이 없을 뿐 대단히 뛰어난 실력은 결코 아니다. 시험은 따로 본 적이 없다.
◆ 스스로 꼽는 드라마 속 명장면이 있다면?
한 장면만 꼽기 힘들 만큼 명장면은 정말 많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고르자면 2회 포장마차 신이다. 드라마 방영 전, 편집실에 놀러 가서 그 신을 처음 봤을 때의 두근거림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화면상으로는 마치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주 여유 있고 몽글몽글해 보이지만 막상 촬영 때에는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며 급히 찍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대사량도 꽤 많고, 몹시 중요한 신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편집된 내용을 보았는데 썸 타는 남녀의 설렘이 그대로 담겨있더라. 그래서 정말 행복했다. 술 취한 선겸을 혼자 두고 잠시 사라졌던 미주가 다시 나타날 때, 그런 선겸의 시야 안으로 운동화를 신은 미주의 발이 한 발짝 걸어 들어오는데 세상에, 나도 미주가 너무 반가워서 외마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선겸이 달리지 않는 걸 선택했던 3부 엔딩도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선겸의 삶에 있어서 그토록 강렬한 선택의 순간이 또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에, 선겸의 언어를 미주가 통역해 주는 모습이 드라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관계성의 온전한 형태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미주가 열심히 일하는 장면들도 무척 맘에 든다. 그러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나를 비롯한 작품 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흔적이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미주가 선겸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신, 미주의 취중 고백에 선겸이 "그건 이미 하고 있는데"라고 답한 신, 아픈 미주에게 "없는 거 말고 있는 거 불러요"라고 선겸이 말한 신, "그림 뒤에 네가 있었나 봐"라는 대사가 나온 11회 엔딩신 등이 있다.
아! 마지막으로 이 신은 꼭 언급하고 싶다. 14부에서 지우(차화연) 언니가 기정도를 향해 "내 인생 네 소품 아니야. 내 인생 주인공은 나야"라고 말하던 모습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멋지다. ◆ '구해령'에 이어 오미주 역시 똑부러지고 당당한 주체적인 여주인공이다. 과거 '청순글래머'의 대명사였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변화인데, 스스로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걸 선호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음, 어려운 질문이다. 어떤 모습으로 비치어지길 바란다기 보단 베이킹 좋아하고 잘 먹고 열심히 산책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왜곡과 오해가 켜켜이 쌓인 이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눈에 내가 있는 그대로 비추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오해를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이다.
◆ '런 온'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다면?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가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 '런 온'이라는 작품을 통해 신세경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
음,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 잘 모르겠다. 하하. 내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란다기 보단, '런 온'이 종영하더라도 오미주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선겸과 투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 배우 중 가장 성공적인 유튜버로 꼽히기도 한다. 뒷광고 논란까지 피해가며 오롯이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으로 더 화제가 됐는데 유튜브를 운영하는 철학(?), 연기와 병행하는 비법이 있을까?
집에서 밥을 해 먹고, 베이킹 하는 과정들을 영상으로 기록해두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 시작한 계기 중 하나다. 지금까지 기록된 영상, 특히 베이킹 영상을 보면 완성된 반죽을 팬닝 하는 모습이나 빵이 오븐 안에서 부푸는 모습과 같은 환상적인 순간을 볼 수 있는데,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으로 차곡차곡 남겨두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많은 분들께서 이런 부분을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싶다.
브이로그라는 게 참 편집할 땐 힘든데, 완성한 것을 업로드하고 두고두고 돌려보면 참 그만큼 뿌듯한 게 없다. 마치 영상으로 기록한 나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랄까? 하하. 개인적으로는 우리집 강아지들과 함께 생활하고 산책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유튜브를 통해 얻고 싶다기 보다는 이러한 지점이 즐거워서 채널을 운영하는 것 같다.
사실 작품을 촬영할 때는 유튜브 채널 운영을 잘 하지 못하기에 병행 비법은 따로 없다. 구독자 분들도 잘 이해해 주시고, 작품에 대한 응원도 아낌없이 보내주신다.
◆ 시청자로 느끼기에 유튜브에서 보여준 인간 신세경의 모습과 닮은 모습이더라. 오미주와 싱크로율은 어느정도였는지 궁금하다.
미주와 차이점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점이 나와는 조금 다르다. 나는 적어도 세 번은 고민하는 것 같다. 나에게 있어 미주와의 싱크로율을 수치로 따지는 것은 조금 어려운 것 같지만, 미주와 닮은 점은 있다. 미주가 자주 쓰는 말 중에 "맞네"가 있는데, (여담으로 서단아(수영) 버전으로는 "그건 그렇네"가 있다 하하. ) 실제로 나도 그 비슷한 말을 자주 써서 참 신기했다. 맥락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편이다.
◆ 과거 인터뷰에서 32살에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32살인데, 유효한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면, 기선겸 같은 인물은 어떤가?
하하. 시간 참 빠른 것 같다. 32세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개인적으로 30대가 된 나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들고, 내 인생의 어떤 이벤트든 급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느낀다. 그렇게 솔직하고 투명한 사람이라면 정말 이 황폐한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만, 기선겸 같은 사람은 기선겸 한 명뿐이라고 생각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신세경은 9살이던 1998년, 가수 서태지의 포스터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30대가 된 현재까지 인생의 3분의 2를 연기를 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신세경은 '런 온'에 대해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했다"며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면서 여전히 연기를 할 때 고민하고 있음을 밝혔다.
전작 '신입사관 구해령'에 이어 '런 온'까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하며 신세경에 대한 호감도 높아진 상황. 그럼에도 신세경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봐 주셨으면 한다"며 "누군가의 눈에 내가 있는 그대로 비추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 여름부터 겨울까지 달린 '런 온'이 마무리됐다.
작품을 함께 만드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작품인 '런 온'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정말 즐거운 6개월이었다.
◆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것도, 동정을 받는 것도 싫어하던 미주가 선겸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주를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우리 드라마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늘 가득했다.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더라.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다.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 그리고 미주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 매이(이봉련)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때에도 내가 고생하며 힘들게 자랐다는 걸 알아달라는 의도는 0.1g 도 담지 않았다. 미주는 동정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늘 그렇게 의연하던 미주가 12부에서 기정도(박영규) 의원에게 끔찍한 이야기들을 듣고 선겸(임시완)에게 포기하겠단 말을 전할 때,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결핍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 배우 신세경이 꼽은 오미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미주가 사과를 잘한다는 점이다. 미주는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멋쟁이다. 헤헤. 물론 배배 꼬아 말할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과 자신의 일도 무척 사랑한다는 점도 굉장히 좋다. 무엇보다도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서로를 잘 지켜가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정말 건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런 온'에서 유창한 영어실력이 돋보였다. 실제로 영어 공인 시험을 본적 있나?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과목을 좋아했고, 교과목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몹시 어릴 때 흥미를 붙이고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모국어가 아닌 언어임에도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냥 겁이 없을 뿐 대단히 뛰어난 실력은 결코 아니다. 시험은 따로 본 적이 없다.
◆ 스스로 꼽는 드라마 속 명장면이 있다면?
한 장면만 꼽기 힘들 만큼 명장면은 정말 많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고르자면 2회 포장마차 신이다. 드라마 방영 전, 편집실에 놀러 가서 그 신을 처음 봤을 때의 두근거림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화면상으로는 마치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주 여유 있고 몽글몽글해 보이지만 막상 촬영 때에는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며 급히 찍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대사량도 꽤 많고, 몹시 중요한 신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편집된 내용을 보았는데 썸 타는 남녀의 설렘이 그대로 담겨있더라. 그래서 정말 행복했다. 술 취한 선겸을 혼자 두고 잠시 사라졌던 미주가 다시 나타날 때, 그런 선겸의 시야 안으로 운동화를 신은 미주의 발이 한 발짝 걸어 들어오는데 세상에, 나도 미주가 너무 반가워서 외마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선겸이 달리지 않는 걸 선택했던 3부 엔딩도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선겸의 삶에 있어서 그토록 강렬한 선택의 순간이 또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에, 선겸의 언어를 미주가 통역해 주는 모습이 드라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관계성의 온전한 형태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미주가 열심히 일하는 장면들도 무척 맘에 든다. 그러한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나를 비롯한 작품 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흔적이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미주가 선겸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신, 미주의 취중 고백에 선겸이 "그건 이미 하고 있는데"라고 답한 신, 아픈 미주에게 "없는 거 말고 있는 거 불러요"라고 선겸이 말한 신, "그림 뒤에 네가 있었나 봐"라는 대사가 나온 11회 엔딩신 등이 있다.
아! 마지막으로 이 신은 꼭 언급하고 싶다. 14부에서 지우(차화연) 언니가 기정도를 향해 "내 인생 네 소품 아니야. 내 인생 주인공은 나야"라고 말하던 모습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멋지다. ◆ '구해령'에 이어 오미주 역시 똑부러지고 당당한 주체적인 여주인공이다. 과거 '청순글래머'의 대명사였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변화인데, 스스로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걸 선호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음, 어려운 질문이다. 어떤 모습으로 비치어지길 바란다기 보단 베이킹 좋아하고 잘 먹고 열심히 산책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왜곡과 오해가 켜켜이 쌓인 이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눈에 내가 있는 그대로 비추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오해를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이다.
◆ '런 온'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다면?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가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 '런 온'이라는 작품을 통해 신세경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
음,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 잘 모르겠다. 하하. 내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란다기 보단, '런 온'이 종영하더라도 오미주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선겸과 투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 배우 중 가장 성공적인 유튜버로 꼽히기도 한다. 뒷광고 논란까지 피해가며 오롯이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으로 더 화제가 됐는데 유튜브를 운영하는 철학(?), 연기와 병행하는 비법이 있을까?
집에서 밥을 해 먹고, 베이킹 하는 과정들을 영상으로 기록해두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 시작한 계기 중 하나다. 지금까지 기록된 영상, 특히 베이킹 영상을 보면 완성된 반죽을 팬닝 하는 모습이나 빵이 오븐 안에서 부푸는 모습과 같은 환상적인 순간을 볼 수 있는데,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으로 차곡차곡 남겨두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많은 분들께서 이런 부분을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싶다.
브이로그라는 게 참 편집할 땐 힘든데, 완성한 것을 업로드하고 두고두고 돌려보면 참 그만큼 뿌듯한 게 없다. 마치 영상으로 기록한 나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랄까? 하하. 개인적으로는 우리집 강아지들과 함께 생활하고 산책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볼 수 있어서 참 좋다. 유튜브를 통해 얻고 싶다기 보다는 이러한 지점이 즐거워서 채널을 운영하는 것 같다.
사실 작품을 촬영할 때는 유튜브 채널 운영을 잘 하지 못하기에 병행 비법은 따로 없다. 구독자 분들도 잘 이해해 주시고, 작품에 대한 응원도 아낌없이 보내주신다.
◆ 시청자로 느끼기에 유튜브에서 보여준 인간 신세경의 모습과 닮은 모습이더라. 오미주와 싱크로율은 어느정도였는지 궁금하다.
미주와 차이점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점이 나와는 조금 다르다. 나는 적어도 세 번은 고민하는 것 같다. 나에게 있어 미주와의 싱크로율을 수치로 따지는 것은 조금 어려운 것 같지만, 미주와 닮은 점은 있다. 미주가 자주 쓰는 말 중에 "맞네"가 있는데, (여담으로 서단아(수영) 버전으로는 "그건 그렇네"가 있다 하하. ) 실제로 나도 그 비슷한 말을 자주 써서 참 신기했다. 맥락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편이다.
◆ 과거 인터뷰에서 32살에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32살인데, 유효한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면, 기선겸 같은 인물은 어떤가?
하하. 시간 참 빠른 것 같다. 32세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개인적으로 30대가 된 나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들고, 내 인생의 어떤 이벤트든 급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느낀다. 그렇게 솔직하고 투명한 사람이라면 정말 이 황폐한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만, 기선겸 같은 사람은 기선겸 한 명뿐이라고 생각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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