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에서 이민혁을 연기한 배우 이태빈./사진=서예진 기자
'펜트하우스'에서 이민혁을 연기한 배우 이태빈./사진=서예진 기자
배우 이태빈이 아이돌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지난 5일 종영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연출 주동민, 극본 김순옥) 시즌 1을 통해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선보인 이태빈은 극중 고상아(윤주희 분)의 아들이자 청아예고의 핫이슈를 모두 꿰뚫고 있는 성악 전공 이민혁 역을 맡았다. 상류층 자녀인 친구들과 함께 민설아(조수민 분)를 괴롭히는 인물 중 하나로 실제 성격과 180도 다른 캐릭터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저는 민혁이랑 너무 다른 사람이에요. 결이 다른 민혁이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죠. 공감 가는 부분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캐릭터 잡기가 힘들었고요. 그나마 다행인 건 민혁이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악행을 저지를 때 사건의 중심에 있지 않고, 불순한 의도가 없다는 점이에요. 지금은 민혁이를 이해해요. 제가 청아예고에 있었다면 민혁이를 갱생시켜주고 싶어요"
'펜트하우스' 속 '나쁜 학생'으로 분한 이태빈 ./사진=서예진 기자
'펜트하우스' 속 '나쁜 학생'으로 분한 이태빈 ./사진=서예진 기자
이태빈은 김순옥 작가의 세계관 속에서 '나쁜 학생' 이민혁으로 분했다. 평소 시대극이나 스릴러,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태빈은 맨 처음 두려움이 앞섰다. 김순옥 작가의 작품은 아직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고, 결이 다른 캐릭터도 어려웠다. 차분하고 진중한 성격을 가진 이태빈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이었다.

"너무 유명하신 분이니까 압박감이 있었어요. 순옥 작가님께서 처음엔 민혁이와 제가 맞지 않는다고 하셔서 고민도 많이 했죠.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따로 칭찬해 주시면서 지금처럼만 해달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열정도 커지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작가님께서 '내일을 기다리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한 말이 너무 와닿았어요. 시즌 2, 3도 굉장히 기대돼요"

이태빈은 흡수력이 빠른 배우다. 김순옥 작가의 칭찬 한마디를 흡수해 자신감을 얻은 것처럼 현장에서 선배들이 던진 말 한마디도 흘려듣지 않고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또한 또래 배우나 자신보다 어린 배우를 말할 때도 ‘선배님’이라 말하는 깍듯한 인성을 보였다. 이태빈은 그렇게 겸손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하지만 친근하면서도 편안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유진 선배님은 항상 먼저 인사해주시고 제 이름을 기억해 주셨어요. 정말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은 선배님이세요. 봉태규 선배님은 진짜 친구 같은 아빠처럼 어색하지 않게 대해주셨어요. 형처럼 옆에서 연기적으로 도움도 많이 주시고 제 연기 모니터도 해주셨어요. 청아예고 학생 패밀리와도 팀워크가 너무 좋았고 지희는 3살 차이 귀여운 동생이지만 선배님이기도 해요. 아이디어도 많이 주고 너무 고맙죠"
이태빈은 "마음속에 순수하고 어린 영혼이 있다"고 말했다./사진=서예진 기자
이태빈은 "마음속에 순수하고 어린 영혼이 있다"고 말했다./사진=서예진 기자
청아예고 학생 패밀리 중 이태빈은 가장 큰 형이다. 올해 26살로 고등학생 역할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앳된 외모 덕분에 교복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간 이태빈은 교복에 관한 추억이 거의 없다. 2년 전 연극 무대에서 일본식 교복을 입은 것 외에는 약 9년 만이다.

"전 아직도 20살이라고 믿고 있어요. 마음속에 순수하고 어린 영혼이 있죠. 26살이라니, 믿기지 않아요. 밖에서 이태빈으로 사는 것보다 '펜트하우스'에서 민혁이로 사는 게 더 편했어요. 9년 만에 입어보는 교복이라서 반갑기도 하고 그렇게 부담스럽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좋았죠"

이태빈은 아이돌 출신 배우다. 2018년 아이돌 그룹 마이틴에서 배우로 전향한지 벌써 4년 차를 맞았다. 배우라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뉴질랜드 유학 도중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이돌로서 많은 인기와 기대를 받았던 이태빈이 자신의 꿈에 집중하고자 어렵게 내린 선택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항상 처음 시작하는 마음가짐 또한 덤으로 따라왔다.
오래 전부터 연기를 꿈꾸던 이태빈./사진=서예진 기자
오래 전부터 연기를 꿈꾸던 이태빈./사진=서예진 기자
"제 꿈은 오래전부터 연기였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아이돌과 연기를 병행하면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건 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이틴 멤버들에게도 미안한 점이 많아서 연기의 길만 걷는 게 옳다고 판단했어요. 탈퇴 이후 기본을 다지기 위해 연극 무대부터 찾았고, 작년 말에 지금 회사를 만났어요. 4년 차라고 말하지만 이제부터가 제 연기 인생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펜트하우스' 이민혁은 이태빈과 함께 성장 중이다. 시즌 2를 준비하는 이태빈은 드라마 종영 후 아쉬웠던 부분을 회상하며 앞으로의 각오도 내비쳤다. "결이 다르다"라고는 했지만 캐릭터를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민혁이와 친해지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초기엔 그런 것들이 방송에서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아요. 지금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많이 친해졌어요. 시즌 2에서는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거라고 확신해요"

서예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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