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사진=메이스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음)

런 온 (사진=메이스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음)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이 초고속으로 설레는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심장을 저격한 가운데, 쿨내 진동하는 인물들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임시완, 신세경, 최수영 등 모두가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고, 돌려 말하는 법 없이 직설적이기 때문. 더군다나 쿨하게 뼈를 때리는 대사들은 감정이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아 더 매력적이었다.

#1. 임시완, “네 탓하지 말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남 탓부터 해.”

국민 첫사랑 여배우 어머니, 국회의원 아버지, 세계 랭킹 1위 골프 여제인 누나를 둔 유명한 가족 때문에 어딜 가나 주목받는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 기선겸(임시완). 남들의 시기 어린 질투와 관심에 그닥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적어도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시된 것들에 대해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반복되는 훈련과 기록과의 싸움, 관행적으로 내려오는 선수촌에서의 위계질서까지 모두 어렵다는 후배 김우식(이정하)에게 “네 탓하지 말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남 탓부터 해”라던 무심한 조언이 그랬다. 암묵적으로 용인돼왔던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그 안에서 개인은 결국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일 터. 하지만 결국 우식은 다리를 잃기 직전까지 폭행을 당했고, 선겸은 직접 가해자들을 응징하며 위계 폭력 문제를 화두에 올렸다.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라는 감독(서진원)에겐 “제 앞길에 그런 융통성을 바라신다면, 저는 그런 앞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되고 싶은 건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였거든요”라고 일침 했다.

#2. 신세경, “영화에 번역자 얼굴이 자막이랑 같이 나옵니까?”

대학 동문이 여럿 모인 영화제 뒤풀이에 참석한 영화 번역가 오미주(신세경)에겐 학창 시절부터 그녀가 번역한 작업물을 자신의 공으로 삼아 번역료를 채가던 황국건 교수(김정호)와의 만남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꼰대’ 주정까진 참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집에 가고 싶다는 티를 낸 게 발단이 돼 황교수의 술 세례를 받고 말았다. “여자 번역가들 정신 차려야 돼. 너 그거 적당히 해야 매력이야. 알아?”라는 황교수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엔 그만 참기로 했다. “제 낯짝 반반한 게 번역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교수님 보시는 영화에는 번역자 얼굴이 자막이랑 같이 나옵니까?”라고 조목조목 잘못을 짚으며 사과도 요구했다.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한 통쾌한 순간을 선사한 거침없는 팩트 폭격이었다.

#3. 최수영, “다 같으면 편할텐데, 귀찮네요.”

선겸이 소속된 에이전시 대표 서단아(최수영)는 현실을 직시했다. 자신을 찾아와 후배의 복수를 위해 폭행했다고 덤덤하게 밝히는 선겸에게 화를 낼 법도 했지만, 그보단 폭행 사건의 판도를 뒤집을 전략을 먼저 세웠다. 유망주 우식이 다리를 잃기 직전까지 폭행 당한 걸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던 선겸의 정의감을 이용해 동정 표라도 받자는 명분으로 징계위원회에 소송을 걸겠다는 것. 물론 “누가 지 때렸으면 개가 짖네 했을 거면서. 지부터 좀 사랑하지”라는 팩트를 잊지 않고 짚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 때린 걸로 영웅 만드냐는 선겸의 무던한 질타가 돌아오자 “다 같으면 편할텐데. 귀찮네요”라며 허탈해진 감정을 드러냈다. 애초에 사람은 생각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정지현(연제욱) 실장의 위로에 대한 리액션이었다. 모든 사람이 다 내 맘 같다면 현실이 지금보단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한 번쯤 생각해 봤던 이들의 공감대를 자극한 대목이었다.

한편 ‘런 온’ 매주 수, 목 오후 9시 JTBC 방송.

김나경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hub@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