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사진=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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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산후조리원은 '비발디' 사계 노래처럼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이 휘몰아쳐요. 출산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죠."

공개 연애와 결혼, 출산까지 4년 동안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출산을 마치고 복귀한 후 젊은 아내, 며느리 역을 도맡아 하며 "이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던 배우 박하선이었다.

tvN '산후조리원'에서도 박하선은 출산 후에도 완벽한 미모를 자랑했던 오은정 역을 맡았다. 오은정은 능숙하게 모유수유부터 신생아 관리까지 해내며 모두의 부러움을 자아냈던 인물. 초반엔 얄미운 모습으로 분노를 자아냈지만, 그 역시 똑같은 엄마였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공감대를 자아냈다.

실제 출산과 산후조리원을 경험했던 박하선이기에 더욱 세심한 연기를 선보일수 있었다고. 뿐만 아니라 무협 사극에 교복, 후배 연기자 남윤수와 달달한 '썸'까지 다채로운 모습으로 극의 재미를 불어 넣었다.

박하선 역시 "너무 행복했던 작품"이라며 '산후조리원'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부득이 서면으로 인터뷰가 진행됐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마다 '산후조리원'을 아꼈던 박하선의 마음이 엿보였다.
박하선/사진=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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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하선의 일문일답



'산후조리원'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 정말 행복한 한 달이었고, 조은정을 떠나보내기가 무척 아쉽다. 좋은 평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본, 연출, 배우, 제작진 모두 완벽한 작품에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 너무 아쉬워서 시즌 2를 꼭 했으면 좋겠다. 함께 열광적으로 호흡하고 지지해준 시청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조은정'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점이었나

우아하고 도도하면서도 웃기고 짠하고 귀엽고 슬프고. 여러 가지 매력과 인간적인 모습이 있는 정말 복합적이고 버라이어티한 캐릭터다. 이 정도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연기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인생 캐릭터였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거나,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대본에 '풀메이크업에 진주 귀걸이를 한'이라는 지문이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인물이었고, 데뷔 이래 처음으로 꾸밀 수 있는 캐릭터였다. 조리원 복장 안에서 최대한 캐릭터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해 명품 스카프, 개인 소장 헤어밴드, 제가 썼던 아대, 수면양말, 내복 등을 사비로 구입해 활용했다. 그리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여서 '나는 여왕벌이다', '나는 최고다' 생각하며 연기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출산 후에도 완벽한 외모를 유지하는 모습으로 첫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 박하선의 실제 산후조리원 생활은 어땠나.

저도 조리원 동기가 있고, 지금도 연락을 한다. 단톡을 얼마 전에도 했는데, 이 분들과는 전우애 같은 게 있고, 실제로도 굉장히 힘이 된다. 애를 키울수록 정보싸움인데 그런 점에 있어서 너무 든든하고 고맙고 힘이 된다.

싱크로율은 어느정도였을까.

은정이와 결도 다르고 그만큼의 노력에는 못 미치지만,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점이 비슷한 것 같다. 그렇지만 은정이처럼 캐릭터 도시락을 만들고 하는 부분에는 따라갈 수 없다. (웃음)

하지만, 저는 은정처럼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그런 강박적인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어렸을 때는 저도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었지만,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남한테 도움도 받고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고단함과 외로움을 혼자 다 짊어지려는 은정이가 안타까웠다.
박하선/사진=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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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에 대해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출산 경험자들의 반응이 적지 않다. 출산 경험자로서 연기를 하며 남달랐을 거 같다.

실제로 조리원에 가보면 정말 비발디의 사계 노래처럼 숨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이 휘몰아친다. 분명 쉬러 가는 건데 쉬지 못하는 공간이 산후조리원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한 시간마다 수유 콜을 받는다. 드라마상에서도 나오는 장면들인데 수유 콜 때문에 영화도 한 편 못 봤고, TV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서 수유 콜을 거부한 적도 있었다. 현진(엄지원)과 루다(최리)가 몰래 치킨을 시켜 먹는 장면이 있는데 저 또한 그랬다. (웃음) 아빠들끼리 친해지는 풍경들도 현실과 똑같다.

현실과 달랐던 부분은 저는 루다처럼 당당하게 새벽 수유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완모는 이상과 현실과 좀 다르더라. 새벽에라도 자고 잘 쉬어야 오히려 수유가 더 잘 되기도 했기에 새벽 수유는 포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었나.

초반에 '얄밉다', '박하선이 저런 연기도 잘하네'라는 반응에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짠하다', '공감 가서 미워할 수가 없다'라며 은정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분들의 댓글을 보며 즐겁고, 감사했다.

실제 남편 류수영의 반응도 궁금하다. 후배 배우 남윤수와 '썸'도 있었는데.

드라마 상에서 예쁘게 나오다 보니 더 좋아했다. ‘이러다 집 앞에 줄 서는 거 아냐?’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명장면, 명대사를 꼽는다면?

매 장면들이 레전드이지만, 6화에서 베이비시터를 두고 현진과 경쟁하는 장면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바주카포가 강렬했다. 연기하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이런 광기 어린 연기를 언제 또 해볼 수 있을까 하며, 그동안 봤던 모든 비이성적인 캐릭터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명대사는 마지막 8화에서 은정이 자책하는 현진에게 하는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나"라는 말이 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해서 마음에 가장 와닿았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다.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

유경험자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도움이 됐던 부분들도 있었을 것 같다.

캐릭터 구축을 할 때 저의 실제 조리원 동기 모임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임 중에 한 분이 시크하게 책을 추천해 주는 등 굉장히 프로페셔널 한 분이 있었고, 둘째 맘이라 여유 있고 항상 웃으며 인사하시는 분이 계셨다. 그 두 분께 직접 말씀을 드리고 두 분의 캐릭터를 섞어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제게 굉장히 도움이 됐던 분들이시다.

극중 조리원 동기 멤버 중, 출산 경험이 있는 배우는 저랑 열무엄마 (최)자혜 언니 밖에 없어서 아이 호흡법, 모유 수유법 등에 관해서 다른 배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줬다. 감독님도 제가 가장 최근에 출산 경험이 있었던 터라 많이 물어보셨다. 제가 은근히 꿀 팁이 많다. 실제로 산후 조리할 때 머리가 많이 빠지는데 좋은 발모제도 추천 드리고 했었다. '찐은정'이라고 인정해주더라.

이전까지 착하고 청순가련한 이미지였다면 '산후조리원'을 통해 '윤호부인'부터 '완벽한 엄마'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더라.

은정이를 처음에 얄밉게 봐주셨는데 그런 반응들도 재미있었고, 카메라 앞에서 그런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내 자신을 깰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를 보는 분들도, 저도 제 자신을 편견 아닌 편견에 가둬두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역할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 많다고 생각하고 저 또한 아직도 저를 다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통해 도도하고, 사이다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열애 공개, 결혼 후 4년 동안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진과 같은 좌절을 느끼셨을 텐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나.

'나는 이세상에서 제일 고귀한 일을 하고 있어', '값진 일을 하고 있어.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야'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일은 못 하고 있었지만 제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 시간들 동안 다양한 작품들을 굉장히 많이 봤고, 그런 시간들이 제게는 약이 되더라. 또 한편으로는 이 작품을 하려고 그런 시간들을 지나온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둘째 생각은 없는지

아직은 딸 아이를 돌보기에도 벅찬 상황이고 일이 피크라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 같다.(웃음) 당분간은 딸에게 사랑을 쏟고 싶다.

엄마 박하선은 어떤 모습인가. 은정처럼 완벽한 모습일까.

은정은 하나하나 완벽하고 정성스럽다. 저도 미술놀이 같은 경우에는 한다고 하는데 은정이만큼에는 못 따라갔던 것 같다. (웃음) 또 은정이는 집에서도 예쁘게 입고 있다. 은정이를 연기하면서 저도 한번 예쁜 실내복을 구입하여 따라해봤다. 고가의 옷은 아니지만 예쁘고 깔끔하게 있어야겠다 싶더라. 그동안 내가 집에서 너무 후줄근하게 있었구나 싶었고, 아이 앞에서의 모습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박하선/사진=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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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오후3시의 연인'과 '산후조리원', '며느라기'까지 젊은 유부녀 역을 독점하고 있다. 이 시장을 개척한다고 하셨는데, 2개 작품을 마쳤고, 1개 작품이 공개됐다. 지금까지 도전을 자평한다면?

그저 지금은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고, 그게 다행히도 좋은 선택이 되어 너무 감사하다. 사실 예전에 비해 선택지는 많지 않지만,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천운이라 생각하고, 이 시기를 못 잊을 거 같다. 당분간 공백이 또 생기더라도 버틸 수 있는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일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저에게 큰 힘이 된 작품들이어서 점수를 매기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사회 분위기상 '비혼'과 '딩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산후조리원'을 하면서, 일하는 엄마로서 느끼는 부분도 컸을 텐데.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해 이렇게 말해주는 드라마가 그 동안 없었고 이 작품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비혼의 시대이기도 하고, 주변에 딩크 족들도 많은데, 이 드라마는 이런 힘든 부분들을 ‘알고도 결혼할 것인가’, ‘알고도 애를 낳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저는 개인적으로 결혼은 해야만 하는 것인 줄 알았고, 애는 낳아야만 하는 것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는데, 살아보니 그건 개인의 선택이란 생각이 들더라. 그렇기에 결혼과 출산을 해보지 않고 비혼과 딩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현명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런 관점에서 누구도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한다. 이혼도 굉장히 많은 시대에서 딩크 족인데 두 분이서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게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연기가 너무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연기, 어떤 활약을 하고 싶나.

저는 이성적인 면이 있어서 장르물에 잘 맞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한다. '쓰리데이즈'에서 액션을 해보긴 했지만 액션을 더 해보고 싶고, 사극, 시대물도 도전해 보고 싶다. 국내 첫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이라는 역사적 인물도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 역사상 최초로 이혼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쓴 여류 화가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다. 의사도 해본 적이 없어서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 하고 싶은 역할은 너무 많다.

그리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가 있는데, 아동 학대를 다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고백'과 산후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아이'다. 두 작품 모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만큼 개봉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청년경찰’ 이후로 공백이 길었던 만큼 영화적으로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광고로도 많이 찾아 뵙고 싶다. 최근 광고 러브콜도 많이 들어오는데, 육아와 관련된 광고들 다 좋다. 유모차든, 분유든, 섬유탈취제든 육아템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 (웃음)

벌써 16년 차인 게 너무 신기하다. 전 이제 시작인 것 같고, 이제 막 연기의 재미를 찾은 신인배우 같은 마음가짐이다. 계속 쉬지 않고 다양한 연기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 대중에게 모든 걸 소화할 수 있는 배우, ‘박하선이 연기하는 건 다 재미있더라’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믿고 보는 배우,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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