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K콘텐츠의 진격

지구촌 강타한 한류
K팝·영화·드라마 이어
동요·국악으로 'n차 확산'
“유튜브 차트는 그동안 뮤직비디오가 장악해왔는데, ‘아기상어’는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인기의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한국 유아용 콘텐츠 ‘핑크퐁’의 ‘아기상어 댄스’ 영상이 세계 유튜브 조회 수 1위를 차지한 의미를 이렇게 평했다. 이 매체는 변방에 머물던 비주류 콘텐츠가 팝이 장악한 유튜브 주류 질서를 뒤흔든 점에 주목했다. ‘아기상어 댄스’는 조회 수 72억 회를 기록하며 푸에르토리코 가수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 뮤직비디오(70억 회)를 뛰어넘었다. 영국 방송 BBC도 유아용 콘텐츠의 압도적인 조회 수를 강조했다. BBC는 “지금까지의 조회 수만큼 영상을 계속 틀면 3만187년이 걸린다”고 소개했다. 빙하기 말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시간이다.

한국 비주류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의 주류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유아용 콘텐츠, 국악 등이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쓰며 글로벌 시장의 중심부를 파고들고 있다. 이 현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대, 장르, 지역을 잇는 ‘연결’과 ‘통섭’ ‘낯선 익숙함’이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서로 다른 장르를 섞었으며, 옛것으로 새 가치를 창출했다.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한 스마트스터디의 자산가치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아기상어가 쏘아올린 72억뷰…판소리·호러 만화에도 '지구촌 중독'

“이질적 요소 잇는 반도 문화가 근원”
‘아기상어’뿐 아니라 국악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도 옛것을 재해석한 곡이다. ‘아기상어’는 북미 구전 동요를,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를 빌려왔다. 전통을 고수하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더해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한 것이다.

‘아기상어’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르되, 머릿속에 오래 머물도록 기획·설계됐다. 엇박자를 활용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뚜루루뚜루’라는 강렬한 후렴구를 넣었다. 미국 음악매체 롤링스톤은 ‘10년간 음악사에 중요하게 기록될 50곡’ 중 하나로 ‘아기상어’를 꼽았다. 이날치는 판소리의 문학적 특성을 현대음악, 댄스와 결합했다. 원곡에 짧게 들어간 ‘범 내려온다’ 부분도 반복적으로 넣어 중독성 강한 ‘후크송’으로 재탄생시켰다.

비주류 콘텐츠로 통했던 창작 애니메이션도 고정관념을 깬 파격으로 해외 시장을 장악했다. CJ ENM의 채널 ‘투니버스’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10.2%)을 기록한 ‘신비아파트’는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의 ‘호러’물이다. 4~13세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금기시됐던 귀신을 등장시켰다. 이를 통해 최근 1년간 13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하고 연결하는 것은 한국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륙과 바다를 잇는 반도 문화의 고유한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외국 문화와 새로운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면서도 본래 가지고 있던 것을 녹여낸다”고 말했다.

각 지역 국가를 연결하는 전략은 인기를 단기간 압축해 증폭시키는 촉매가 됐다. ‘핑크퐁’의 제작사 스마트스터디는 인도네시아에서 나타난 시장 반응을 재확산 기회로 삼았다.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일종의 ‘챌린지’를 확산시켰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필리핀도 적극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영국 등으로 돈을 벌러 나간 필리핀 ‘내니(nanny·유모)’들이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틀어주면서 ‘아기상어’는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팬심 뒤흔든 정교한 상업화 전략
글로벌 시장의 주류 채널로 떠오른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 것도 주효했다. 온라인에 최적화된 전략과 물량 공세를 펼쳤다. ‘아기상어’ 영상엔 스마트폰으로 쉽게 볼 수 있도록 다른 콘텐츠에 비해 크고 선명한 그림, 굵은 자막을 넣었다. 1년에 500~600개의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꾸준히 유튜브에 올렸다. 핑크퐁 콘텐츠는 현재 20개 언어로 4000여 편이 노출돼 있다.

이런 성과는 단기적인 성취가 아닌, 치밀한 전략과 축적의 결과물이란 평가다. 화장품처럼 바르면 얼굴이 바뀌는 ‘성형수’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기기괴괴 성형수’는 기획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6년간 차곡차곡 쌓아 선보인 장기 프로젝트다. ‘핑크퐁’도 처음부터 중국과 대만의 언어·문화적 차이까지 치밀하게 연구하고 반영하는 등 정교한 글로벌 전략을 짰다.

전문가들은 이런 열풍을 오래 끌고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물건은 오래 파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는 외국에 비해 이 부분에 둔감하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는 영화, 게임,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재생산돼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냈다”며 “우리도 더 광범위한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엽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주임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쌓은 인지도를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라이선스 사업화가 중요하다”며 “유튜브, 넷플릭스, 현지 방송사 등 각 플랫폼의 특성에 맞는 전략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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