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던 날'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데뷔 34년차 배우 김혜수는 아직도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을 느낀다.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김혜수는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제 영화 볼 땐 남의 영화 보듯 본다"고 귀띔했다.

앞서 김혜수는 '은퇴'에 대해 언급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오래 했는데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많은 배우들이 작품을 시작할때 마치고 나면 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연기하는 것에 대해 김혜수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현대인들 공황이 많지만 배우들 특히 공황이 많다. 한때 배우들은 왜그렇게 예민할까? 싶었는데 나도 공황이었더라. 이걸 해내기까지 얼마나 기묘하게 힘든지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두려움이 전제하지 않는 현장은 없다. 감당을 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감당할 수 없는 크기가 되어 버렸다. 배우, 감독, 제작자… 남의 돈 가지고 하는 건데 너무 무서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라는 말의 뜻은 '사람이 아닌 일을 빼어나게 하는 일'이라고 한다. 말이 안되는 일을 해야 하는게 배우다. 모순되고 그럼에도 해내야 하고 결국 해내는 사람이 있다. 경이롭고 신비롭고 두려운 일"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김혜수는 "연기가 즐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어떤 배우들은 고통스럽지만 오히려 그런 것을 즐기는 태도로 희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 하는 자체가 즐겁기는 힘들다. 코미디를 해도 굉장히 두렵고 힘들다. 즐겁지 않다"고 답했다.

인생의 즐거움을 어디서 찾냐는 질문에 김혜수는 "사랑, 사람, 음악, 시, 글, 아이들, 하늘, 초록빛 이런 것들이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로부터 충전이 되어 사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동안 영화 '국가부도의 날', '도둑들', '차이나타운' 등 매 작품 변화무쌍한 모습을 선보이며 연기력과 흥행력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 김혜수는 사라진 소녀의 흔적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았다.

김혜수는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함과 일상이 무너진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진정성 있는 연기로 '역시 김혜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내가 죽던 날'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처와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12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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