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사진=UL엔터테인먼트
김영재/사진=UL엔터테인먼트
끝까지 뭔가 일을 꾸밀 줄 알았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호감인 캐릭터로 남았다. '비밀의 숲2'에서 김사현과 그 인물을 연기한 배우 김영재가 사랑받았던 이유다.

tvN '비밀의 숲2'는 2017년 방영된 '비밀의 숲'을 잇는다. 선과 악에 대한 고찰과 검찰 비리에 대해 전했던 '비밀의 숲' 시즌1과 달리 '비밀의 숲2'에서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을 두고 펼쳐지는 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시즌1이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시즌2는 기획 단계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김사현은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 인물. 검찰 내에서 소위 승진 코스로 불리던 국회 법제사위원회 파견 검사였지만, 각종 로비에 법사위가 이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검사의 국회 파견이 폐지되면서 대검 법제단에 합류한다.

황시목(조승우)과 함께 법제단 멤버로 활약하면서 검찰의 서열 문화와 특권을 잘 알고 이를 놓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온화한 인상처럼 보이지만, 경찰에게 수사권 조정의 불필요성을 설파할 때나 후배 황시목의 돌발 행동을 지적할 땐 카리스마를 내뿜는 검사로 분한다.

그래서 김사현은 마지막까지 '빌런'이 아닌지 의심받았다. 마지막 회에야 "김사현은 그냥 '꼰대' 조력자였다"면서 시청자들은 안심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비밀의 숲2' 촬영을 마치고 시청자의 마음으로 본방 사수 했다는 김영재는 그런 반응들에 "재밌고, 즐거웠다"면서 신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영재/사진=UL엔터테인먼트
김영재/사진=UL엔터테인먼트
"촬영을 마치고 다 잊고 있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여럿이 모이기도 힘들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죠. 그러다 방송 초반엔 '꼰대'라고 욕먹는 걸 보면서 '망했다' 싶었어요. 마음을 비우게 됐죠. 그런데 8부가 넘어서면서 지인들에게도 연락이 오고, '네가 죽였냐'고 그러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어요."

일부 시청자들은 "김사현이 뭐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끝내는 거냐"면서 "캐릭터 낭비"라고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긴장감 조성을 위해 김사현이 이용당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반응에도 김영재는 웃어 보이며 "제가 여기서 더 부각되거나, 나쁜 행동을 했다면 시청자들이 보시기 힘들지 않았겠냐"면서 작품 전체를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12부 대본을 받았을 땐 전율이 왔어요. 황시목에게 '너, 내방에 왜 들어왔어'라고 소리치는 장면이었는데, 배우들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던 상태라 '어머, 나인가?' 싶었죠. 제가 시즌2의 이창준(유명준), 서동재(이준혁)가 되는 건가 싶고.(웃음) 그래서 대사를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전체적인 이야기를 봤을 때 이게 맞는거 같아요. 작가님의 큰 뜻이 있으셨던 거죠. 그래서 사랑받은 거 같아요."

김영재가 아닌 김사현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본래 시놉시스의 김사현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고. 김영재가 캐스팅된 후 '곱상하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비밀의 숲2' 연출자인 박현석 PD와 단막극으로 인연을 맺었던 김영재는 이수연 작가의 '픽'으로 '비밀의 숲2'에 최종 합류했다는 후문이다. 본인이 쓴 시놉시스까지 다시 수정하며 김영재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그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따로 회식이나 만날 기회가 없어 여쭤보지 못했다"는 것.

'비밀의 숲2'에 합류한 후 김영재는 "시즌1이 너무 좋은 작품이라 소주를 마시며 자축 파티도 했다"면서 "서동재와는 다른 유연함이 있고, 손해를 보려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악한 인물도 아닌 애매한 김사현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비밀의 숲2' 이후 쏟아지는 관심에 "솔직히 민망하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일상과 '비밀의 숲2'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영재/사진=UL엔터테인먼트
김영재/사진=UL엔터테인먼트
"이 나이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신기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주변에서 SNS를 많이 추천해주시더라고요. 전 메이킹 촬영 카메라도 피해다니는 사람이에요. 연기할 때 외에 카메라는 불편했거든요. 셀카라는 건 찍어본 적도 없어서, 요즘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확실히 (조)승우는 잘해요. 배테랑이에요."

'비밀의 숲2'가 마무리된 후 곧바로 화두가 된 건 시즌3였다. 코로나19로 종방연도 하지 못했고, 이후 따로 만남을 가지지 못한 탓에 "다음 시즌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시즌3를 한다면 당연히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비밀의 숲2'는 코로나19로 많은 부분에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에요. 작가님과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그분들이 생각했던 사현과 저의 연기가 맞아떨어졌는지도 궁금하고, 너무 제 생각만 말하는 거 같아 민망하기도 해요. 어쨌든 사현이는 살아남았으니까, 다음 시즌에도 활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