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 감독, 곽현화/사진=한경DB
이수성 감독, 곽현화/사진=한경DB
배우 곽현화의 동의 없이 '감독판'이란 이름으로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상을 유료로 배포된 것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이예림 판사) 심리로 곽현화가 영화 '전망좋은 집'을 연출한 이수성 감독을 상대로 청구한 1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에서 "곽현화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수성 감독과 곽현화는 2012년 개봉한 '전망좋은 집'에서 연출자와 배우로 인연을 맺었다.

제작비 1억원의 저예산 영화인 '전망 좋은 집'은 2012년 10월 25일 개봉했으나 1주일 만에 극장에서 종영됐다. 이후 IPTV, 다운로드 서비스 등을 통해 영화가 풀렸다. 곽현화와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하나경이 청룡영화시상식 레드카펫에서 가슴 노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 영화는 뒤늦게 화제가 됐다.

두 달 뒤 제작사는 극장판에 없는 10분의 분량을 추가한 무삭제판 서비스를 출시했고, 2013년 11월경 곽현화 가슴 노출 장면이 추가된 무삭제 노출판을 서비스했다.

곽현화는 당초 이수성 감독이 상반신 노출 장면은 촬영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촬영을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이후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곽현화를 설득해 노출 장면을 찍었고, 촬영 이후 노출 장면 공개를 거부해 편집된 영화가 개봉됐다는 것.

이에 곽현화는 2014년 4월 이수성 감독을 무고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2017년 형사 고소와 별도로 이수성 감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이수성 감독은 "출연 계약에 명시된 대로 성인 영화인 '전망 좋은 집'을 촬영했지만 곽현화는 영화감독인 내가 음란물을 제작했다고 주장한다"라며 "사람에게는 금도라는 것이 있는데 곽현화 가 영화감독인 나를 성폭력범죄자로 몰고 간 것은 너무한 행위"라고 호소했다.

이수성 감독은 곽현화와의 계약서, 영화 '전망 좋은 집' 콘티 등을 공개하면서 문제가 된 곽현화의 노출 장면은 모두 동의한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형사 재판에서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수성 감독이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을 통해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의사 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문헌대로 의사 표시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확립된 법리"라며 "해당 계약서에는 노출을 제한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이상, 피해자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감독이 유죄라는 확신을 갖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이수성 감독이 곽현화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곽현화가) 노출장면 촬영 당시 촬영 결과물에 대한 반포 등 사용까지 동의하거나 허락했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노출장면 사용 여부에 관해 두 사람이 촬영을 마친 후 편집단계에서 다시 협의할 것을 예정하고 일단 촬영에 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계약서에는 곽씨가 제공해야 할 연기의 노출부위 수위를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두 사람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따라 노출 연기 내용이 결정된다"며 "촬영 결과물이 원칙적으로 이씨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더라도 특정 노출 장면에 대해 사용 동의를 유보한 채 촬영하기로 합의했다면 구체적 합의가 우선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 곽현과가 노출 장면 촬영 당일가지도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며 촬영을 원하지 않았고, 결국 이수성 감독의 설득 끝에 촬영에 임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이 판사는 "곽현화는 일관되게 '감독이 노출장면 포함 여부의 선택권을 주겠다고 설득해 우선 감독을 믿고 촬영에만 응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한 반면, 이씨는 '편집단계에서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가 이후에 '편집단계에서 선의로 보여주겠다고만 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며 "동의를 얻지 않고 노출 장면을 사용한 것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는데, 이를 단순히 곽현화를 달래기 위해 건넨 사과의 표현이나 추궁에 대한 수동적인 답변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곽현화는 2004년 KBS MC 서바이벌 입상 후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수학과 졸업이라는 경력을 살려 '수학의 여신'이라는 책을 집필했고, 현재는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에서 블록체인을 전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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