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과 비교하며 갑론을박…검경 수사권 이슈 어떻게 풀지 주목
같은 얼개 다른 밀도…아직 안갯속인 '비밀의 숲2'
3년 전 강렬했던 충격은 '버프'(게임 용어로 기본 능력치를 높이는 모든 효과)가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아직은 안갯속이다.

2018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tvN '비밀의 숲'이 3년 공백을 깨고 시즌2로 돌아왔다.

작다면 작다고도 할 수 있는 사망 사건 하나가 큰 메시지로 이어지는 극의 짜임새는 두 시즌이 같은 모습이지만, 색깔과 밀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우선 시즌2는 등장인물들에서든 전개에서든 3년이라는 시간이 여실히 느껴진다.

얼음장 같던 황시목(조승우 분)은 특유의 무표정은 여전하지만 어쩐지 조금 유해진 듯도 하고, 오지랖도 넓어진 분위기다.

오히려 뜨겁던 한여진(배두나)이 좀 더 냉정해진 것도 같다.

검경 수사권 싸움 최전선에서 만날 것이 예고된 두 사람이 먼저 식당에서 마주 앉아 잠시 나눈 대화 장면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전개 역시 초반 느린 호흡을 보여주면서도 치밀하게 성을 쌓아갔던 시즌1보다도 여유로워진 편이다.

검경 수사권이라는 큰 그림을 전제해놓고 통영 익사 사망사고라는 말단 에피소드를 꺼낸 뒤 다시 핵심으로 치고 들어가는 구조로 예상되는데, 아직은 그렇게 큰 몰입력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감상평도 꽤 있다.

황시목과 한여진이 재벌 2세의 해안 통제선 절단 행위에 함께 주목해 접점을 찾고, 그 일이 검경 수사권 조정 담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썩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과 몰아치는 대사에 비해 공백이 여기저기 엿보인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경찰 내 정보와 수사 파트 간 갈등이 있는 편인데, 최빛(전혜진)이 정보국장 겸 수사구조혁신단장을 맡는 등 리얼리티에서도 다소 흠결이 있다.

무엇보다 검경 수사권 이슈가 극적으로 풀어냈을 때 어떨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수사권 싸움을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묘사하는 양비론도 일차원적인 구상이고, 그렇다고 한쪽 편을 드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검경 수사권 자체가 큰 메시지이기는 하지만 시청자에게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조승우의 연기는 여전하고, 바뀐 연출도 시즌1의 톤을 유지하면서 변주를 준 덕분에 어색하지는 않다.

연기적인 면에서는 새로 합류한 최무성, 전혜진과 롤이 커진 윤세아, 이준혁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얼개 다른 밀도…아직 안갯속인 '비밀의 숲2'
어쨌든 초반부터 벌어지는 이런 갑론을박도 그만큼 3년 만에 돌아온 '비밀의 숲'에 거는 기대가 큰 덕분이다.

시즌2 1회 시청률은 7.6%를 기록하며 전 시즌 마지막 회가 세운 최고 성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2회는 6.4%로 하락했는데, 제작진과 배우들이 어떻게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동력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방송가에서도 여러 시선으로 '비밀의 숲2'를 주목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2일 "'비밀의 숲'의 힘은 게임을 할 때 '던전'(몬스터가 대거 포진한 소굴)에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데 한 걸음씩 걸어 나가다 보면 궁극적으로 큰 그림이 그려지듯이 전개하는 데서 나온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지루할 수 있지만 아직 제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 추진력이 안 생긴 단계"라고 했다.

그는 "작은 고리에서 시작해 큰 고리로 연결되며 전관예우 같은 권력의 문제를 다루는 게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도 "전 시즌에서 메시지를 정교하게 잘 그려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관 간 구조적 문제를 깊이 있게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 시즌보다는 분위기가 덜 무거운 것 같다.

전작이 너무 심각하고 복잡해서 시청자가 중도 이탈했는데 그런 한계점을 극복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