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애로부부'·JTBC '우아한 친구들' 선정적 소재·연출로 빈축
'부부의 세계'가 쏘아올린 '19금' 콘텐츠, 자극만 노리며 변질
28%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JTBC '부부의 세계' 이후로 소위 '19금'을 내건 드라마와 예능이 속속 등장했지만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빈축을 사고 있다.

19세 이상 시청가라는 명분으로 전면적으로 등장한 선정적인 볼거리, 제작진의 성 인지 감수성을 의심케 하는 스토리 등으로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채널A 예능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는 남들 앞에서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부부들의 '앞담화' 토크쇼를 표방한다.

방송에서 금기시되는 것은 물론,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던 부부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당당하게 꺼내 보자는 취지는 언뜻 용기 있는 시도로 보이나, 4회까지 방송된 지금 이러한 기획 의도가 충실히 구현되고 있는지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애로부부'는 시청자들이 보낸 사연을 극화한 '애로드라마'와 실제 부부가 출연해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인터뷰 부분으로 나뉜다.

이 중 '애로드라마'에 등장하는 부부들의 사연은 전부 불륜으로만 채워진다.

남편과 같은 직장 여직원, 남편과 옆집 여자, 남편과 인터넷 BJ, 아내와 미술학원 선생 등 구체적인 대상만 다를 뿐 부부 중 하나가 바람을 피운다는 이야기는 천편일률적이다.

부부 문제가 외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로부부'는 불륜 하나에만 천착한다.

심지어 1화에선 아내가 내연녀의 부모 앞에서 불륜 사실을 폭로하는 등 '부부의 세계'와 유사한 장면으로 인기에 편승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부부의 세계'가 쏘아올린 '19금' 콘텐츠, 자극만 노리며 변질
종영까지 단 2주밖에 남지 않은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은 방송 전부터 전 회차 '19금'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을 내걸었으나 시청자들 반응은 부정적이다.

극 중 주강산(이태환 분)은 남정해(송윤아)를 납치하기 위해 정신을 잃게 만드는 약물을 사용하고 강간 미수에 해당할 범죄를 저지른다.

그러나 드라마는 성범죄의 피해자 남정해가 신고만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을 억지로 스릴러와 엮으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자극적인 전개를 위한 억지 설정에 많은 시청자는 '성범죄 피해자가 왜 피해 사실을 숨겨야 하냐'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8회에선 영화 제작사 대표가 전직 에로배우 출신 강경자(김혜은)에게 잠자리를 요구하고, 강경자가 무능한 영화감독 남편 조형우(김성오)를 위해 이를 수락하는 듯한 장면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지어 이러한 장면이 코믹한 톤으로 연출되면서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2일 통화에서 "'부부의 세계'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목적성이 분명했지만 '우아한 친구들'은 메시지가 뭔지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장면들도 '19금'을 의식해서 자극적으로 내놓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에서 '19금' 콘텐츠가 자주 시도되지 않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을 '19금'으로 많이들 오해하지만, 성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에 수위 있는 표현이 필요할 때 하는 게 '19금'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