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경 의원·영화진흥위, '코로나 시대' 영화산업 포럼 개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 영화가 나아갈 바를 논의하는 자리의 주인공은 기획재정부였다.

영화 산업과 창작자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과 영화진흥위원회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영화 다음 100년을 준비하다'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영화 산업을 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정부 부처들의 인식은 영화를 여가 활동의 부산물이라거나 '당장 굶게 생겼는데 영화가 대수냐'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콘텐츠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업계에) 직접 지원을 하려 해도 예산이 동반되면 기재부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내년 종료되는 영화발전기금을 대체할 새로운 기금을 출연하고, 실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김영진 영진위 부위원장도 "영진위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영화'가 아니라 '기재부'였다"며 "결국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집행할 수 있는 돈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발제자인 최항섭 국민대 교수 역시 "영화 산업을 정치·경제에 비해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오랜 관행과 인식"을 지적하며 "영화는 사회적 가치이고, 이에 종사하는 이들을 사회적 안전망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극장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고, 집이 아닌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그 가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극장과 제작사 등 업계만이 아니라 감독과 작가, 배우 등 창작자들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기재부' 만큼이나 자주 언급된 건 지난해 칸 국제 영화제와 올해 초 아카데미 시상식을 동시에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다.

김영진 부위원장은 "봉준호라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걸출한 인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정부의 지원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감독과 제작자가 모범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시대의 산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는 당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 정책의 원칙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재원을 확충하는 등 영화 산업을 지원했다.

영화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엔에이 대표 역시 "'기생충'이 거둔 성과는 미국 영화로도 없었던 '이상한 일'이었다"며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가진 작품이 나오는 나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그런 영화의 비율이 높아졌고, 20년 전(김대중 정부 시절) 이뤄진 정부의 지원들이 좋은 인력이 모여 개성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이 안 좋으면 제작자들은 관습적이고 전형적이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새로운 영화는 접게 된다.

신인 감독과 작가는 그렇게 꿈이 접히는 상황"이라며 "(신인 감독이나 작가들에게) 국가적인 지원을 한다거나 다양성과 새로운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기생충'의 성과를 다시 기대해 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민규동 감독은 "고민해서 만든 많은 제안이 국회만 오면 블랙홀처럼 사라지고, 멈추고, 발전이 되지 않아서 처음 국회 오는 발걸음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민 감독은 "한국의 영화 산업은 세계 5위로 성장했고 한국 영화는 위상이 높아졌지만, 한국 감독들이 처한 현실은 원래 재난 상태였다"며 프랑스처럼 감독의 저작권을 인정해 주는 저작권법 개정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