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웠던 시대 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공포…'반교:디텐션'

백색테러 시대(1949∼1987의 계엄령 시대)의 대만. 반공을 내걸고 '불순분자'를 뿌리 뽑는다는 명분으로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숙청과 박해를 가하던 권위주의 정권은 학교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고등학생인 팡루이신(왕정 분)과 웨이중팅(증경화)도 모든 것을 통제받는다.

등굣길부터 '간첩 신고'를 하라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끊임없이 나오고, 등교 후에는 국기 게양식이 거행된다.

학교의 뜻있는 장 선생님(부맹백)은 웨이중팅을 비롯한 학생들을 모아 이른바 '금서'를 몰래 읽는 비밀 독서 모임을 조직한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의 밀고로 독서모임원 전체가 체포돼 고문을 받는다.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된다.

팡루이신과 웨이중팅은 모두 사라져버린 학교에 단둘이 남겨진다.

비슷하지만 낯선 학교는 음산하기 그지없고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환영과 귀신들이 두 사람을 괴롭히고 팡루이신은 끊임없이 자신과 연관된 죽음의 이미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학교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대만 공포영화 '반교: 디텐션'은 2017년 출시된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대만의 역사와 공포 요소를 연결시킨 이 게임은 출시 첫날부터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판매량이 대만 지역 1위, 전세계 3위에 올랐다.

게임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온 영화는 공포보다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다루는데 더 비중을 뒀다.

팡루이신과 웨이중팅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환영과 귀신은 모두 이 끔찍하고 가슴 아픈 역사와 관련돼 있다.

'여고괴담' 시리즈 등 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공포영화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로서는 영화 자체의 설정보다는 비교적 낯선 대만의 역사가 더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대만의 현대사를 잘 모른다 해도 비슷한 시기에 반공·권위주의 정부·민주화 운동 등을 겪은 한국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는 지점이 있다.

영화는 게임이 원작임을 분명히 한다.

세 개로 나뉜 챕터, 곳곳에 숨겨진 단서나 패닝샷(동체의 속도나 진행 방향에 맞춰서 카메라를 이동시키면서 촬영하는 방법), 1인칭 카메라 시점 등은 마치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다만 중반부부터 드러나는 로맨스 서사는 다소 클리셰처럼 보이며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