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찾기 힘든 독특한 포맷…시청률 낮아도 데뷔 그룹에 기대
아이돌 서바이벌, 세계관을 품다…반환점 돈 엠넷 '아이랜드'
"이곳은 아이돌의 꿈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 성장하며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오랜 기간 동안 설계된, 가장 완벽하고 진화된 생존경쟁의 공간입니다.

"
지난 6월, 스토리텔러를 맡은 배우 남궁민의 내레이션과 함께 엠넷 '아이랜드'가 베일을 벗었다.

빅히트와 CJ ENM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기업이 손을 맞잡고 보이그룹을 탄생시키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대를 끌기에 충분했다.

3일 '아이랜드'는 파트1을 마무리하고 파트2를 향해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파트1에선 참가자 23명 중 12명만 살아남아 경쟁을 지속한다.

12명 중 6명(박성훈, 양정원, 이희승, 제이, 제이크, 케이)은 프로듀서 선정과 자체 투표를 통해 파트2 진출이 확정됐고, 나머지 6명은 글로벌 팬들의 선택으로 운명이 결정된다.

아이돌 서바이벌, 세계관을 품다…반환점 돈 엠넷 '아이랜드'
'아이랜드'는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 '쇼미더머니' 시리즈 등 엠넷의 기존 서바이벌과는 다른 독특한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방시혁 빅히트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나서서 아이돌 그룹을 뽑는 프로그램이지만 엠넷은 '아이돌 오디션'을 내세우지 않고 '관찰형 리얼리티'임을 강조했다.

가장 유사하게 '아이랜드'와 비교되는 세계관은 영화 '헝거게임'이다.

참가자들은 무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거대한 공간에서 경쟁을 벌이고, 이 과정은 리얼리티 예능으로 시청자들에게 중계된다.

하지만 굳이 영화의 세계관을 빌리지 않아도, 이러한 형식은 '통제된 사회에서 참가자들이 게임을 한다'는 서바이벌 예능에서 흔히 관찰되는 포맷이다.

tvN에서 방송한 '소사이어티 게임'이나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빅 브라더' 등이 그 예다.

'아이랜드'가 독특한 이유는 '관찰형 리얼리티'에서 관찰의 대상이 '아이돌의 탄생'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아이돌 서바이벌, 세계관을 품다…반환점 돈 엠넷 '아이랜드'
그런 이유로 '아이랜드'는 특별하면서 동시에 낯설게 느껴진다.

적어도 한국에선 전례를 찾기 어렵다.

힙합, 트로트, 댄스 등 음악을 바탕으로 한 서바이벌은 심사위원의 평가와 시청자들의 투표로 1등을 가리는 직관적인 포맷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엔 '스타를 내 손으로 뽑는다'는 즉각적인 쾌감이 주였지만, '아이랜드'에선 통제된 시스템 속 플레이어들의 심리 상태를 지켜보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체 투표와 프로듀서(심사위원)의 평가, 팬들의 투표 등이 골고루 들어가는 규칙은 치밀하고 흥미롭지만 그만큼 복잡하기도 하다.

최근 3회째 시청률이 0.7∼0.8%대로 정체인 것도 마니아들만 보는, 중간 유입이 쉽지 않은 프로그램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청률보다 중요한 건 '아이랜드'로 탄생할 보이그룹의 성패다.

물론 방송사 입장에선 시청률이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보통의 서바이벌 오디션이 여성 참가자 시즌을 프로토타입 격으로 제작하고 수익성이 뛰어난 남성 그룹을 후속 시즌으로 만든다는 점을 상기하면, 시작부터 보이그룹을 목표로 한 '아이랜드'는 방송보단 방송을 통해 데뷔할 그룹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엠넷 관계자는 "5회까지 글로벌 방송 누적 시청자 수가 1천100만명에 달했고, 전 세계 171개국에서 7월 31일 낮 기준 총 누적투표수가 1천만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방송될 7회에선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출연이 예고돼 이들이 '아이랜드'의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