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민 연매협 회장 "제도 개선 중요하지만 결국은 신뢰 문제"
"연예인과 매니저는 부부와도 같아…연이은 갈등 참담"
원로 배우 이순재부터 배우 신현준, 김서형, 가수 김호중까지.
최근 연예인과 매니저 또는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 간 갈등이 연이어 불거진 데 대해 손성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회장은 "연예인과 매니저는 신뢰가 깨지면 함께할 수 없다.

잇단 갈등에 참담하다"고 말했다.

22일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손 회장은 이날 연매협 차원에서 발표한 매니저 근로 실태 전수조사와 관련 법제도 개정도 중요하지만, 연예인과 매니저 간 신뢰가 결국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는 부부와도 같습니다.

'옛날 연예인'일수록 구두로 관계를 시작한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 위자료를 달라 말라 하는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걷잡을 수가 없어지죠. 매니저는 연예인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직업이라 관계에서 '갑'이 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고요.

갑과 을의 신분이 같이 격상되면 되는데 실질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고, 연예인이 뜨더라도 믿음이 지속하면 되는데 결국 생각 차이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
손 회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생각의 차이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법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연예인과 매니저는 서로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기에 수습 기간이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도 계약서가 필요하다.

이순재 배우가 사과한 부분도 그에 대한 부분이 아니냐"며 "또 계약서 외 부속 합의서 등에 출퇴근 등 공적인 부분과 사적 업무 지원 범위를 상세하게 구분하고 급여 관련 내용도 세세하게 명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속 합의서와 같은 장치는 현장에서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법률 전문가 입회 없이 비밀 각서 식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갈등 발생 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역시 앞으로 업계가 제대로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손 회장은 또 "미국은 에이전트와 개인 매니저가 구분돼 있지만 우리는 그게 혼합된 형태에 계약도 거의 구두로 이뤄졌는데, 한류라는 바람이 불면서 환경이 변했지만, 시스템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해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처럼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가 구분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했다.

손 회장은 매니저라는 직업 자체도 좀 더 엄격하게 자질이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故) 장자연 사건으로 대중문화산업발전법이 생겨 매니저 지원자의 성범죄 이력은 조회할 수 있게 됐지만 사기나 폭행 등 범죄 전력은 여전히 알 수 없어요.

이 부분이 보완돼야 합니다.

또 2015년에는 4년 이상 관련 업계에 종사한 경력이 있어야 협회에 매니저로 등록할 수 있었지만 '일자리 창출'이 강조되면서 2년 이하, 1년 이하, 40시간 교육 이수로 점점 진입장벽이 낮아졌어요.

"
그는 "MBC TV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만 봐도 그렇듯이 매니저란 직업이 너무 화려하게 비친 측면도 없지 않다"며 "이 업계에 대해 잘 모르고 들어와서 '내가 밴을 운전하는가', '내가 어느 급 연예인과 일할 수 있나'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매니지먼트업에 손을 대려다 안 하는 이유도, 다들 마케팅 측면에서만 이 일에 접근하지 현장에서 부딪히고 고생하는 매니저 업무는 안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매니저는 결코 화려한 직업이 아니라 사명감이 있어야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결국 매니저에 대한 처우가 제대로 명문화되지 않거나, 매니저를 하려는 사람들도 제대로 된 직업의식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여러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례들이 대중문화 산업 근간을 흔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요새 갈등이 자꾸 소송전이 되는데, 이렇게 연예인들과 매니저들 간 불편한 관계가 조성되면 서로 일을 못 한다.

특수 업무이다 보니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매협에서는 별도로 상벌조정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연예인과 매니저 각각 조정 신청을 하면 11명의 위원과 자문 변호사 등이 합의를 위해 나서며 조정이 끝나기 전에는 외부에 내용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한다.

해결한 사건은 약 230건에 이른다.

연매협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로 대중문화예술인 3천여명과 그들을 매니지먼트 하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회원사 260여 곳, 그리고 회원 5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연관단체로는 가요 산업 중심의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있다.

연매협은 문체부와 함께 매니저 근로 실태조사 후 다른 단체들과 협력해 본격적인 제도와 인식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연예인과 매니저는 부부와도 같아…연이은 갈등 참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