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규 4집 '박수무곡'…"국악 영감받은 동시대 젊은이들 음악"
밴드 고래야 "춤출수 있는 음악…대금 솔로에 떼창 어떨까요"
전통악기 '박'의 '짝' 소리가 일정하게 곡을 이끄는 가운데 일렉기타, 거문고, 장구, 퉁소의 어우러짐이 점점 무르익었다.

별안간 모든 악기의 에너지가 고조되고, 무대에 선 '고래야' 멤버들이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자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박수에 합류했다.

비록 좌석간 거리 두기가 적용된 객석이었지만 휘몰아치는 흥만큼은 록 페스티벌 못지않았다.

지난 18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문외한)' 프로젝트 공연으로 관객을 만난 고래야는 10년간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을 결합한 음악을 해왔다.

이들이 네 번째 정규 음반 '박수무곡'을 20일 발표한다.

박수 소리는 수록곡 전체를 엮어주는 테마다.

공연에 앞서 만난 고래야는 "사람들을 춤출 수 있게 하는 음악을 많이 만들고 싶었고 그러기에 가장 좋은 소재가 박수라고 생각했다"며 "손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라고 설명했다.

고래야는 2010년 데뷔한 뒤 세 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2016년 정규 3집 '서울포크'를 발매한 이후에는 멤버 교체와 함께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경이(퍼커션), 김동근(전통 관악기), 김초롱(전통 타악기)에 보컬 함보영이 오디션으로 새롭게 합류하고, 객원 멤버로 활동하던 나선진(거문고)과 고재현(기타)이 정식으로 영입돼 현재의 6인조가 됐다.

9개 트랙이 담긴 새 앨범은 '누구나 박수치며 즐길 수 있는' 보편적 리듬 위에 전통 악기와 일렉기타가 유연하게 호흡을 주고받으며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어느 한 장르로 정의할 수 없는, "동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의 음악"(고재현)이다.

국악과 실용음악 등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멤버들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융합된 결과다.

서로 다른 음악 장르를 어떻게 결합하느냐는 질문에 보컬 함보영은 "말이 서로 통하게 하는 과정이 길다"며 웃었다.

"멤버들이 다 같이 함께 편곡을 하는 팀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중요해요.

완벽하게 짜인 악보를 연주하는 연주자들 집단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길을 찾지 않으면 음악이 만들어지지 않는 '밴드'의 정체성을 갖고 있어요.

"(경이)
"무엇을 기본으로 하고, 무엇과 무엇을 합치고 이런 건 없고요.

그냥 각자 할 줄 아는 것, 지금 좋아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있어요.

각자의 취향이 되게 중요한 밴드라고 할까요.

"(김초롱)
밴드 고래야 "춤출수 있는 음악…대금 솔로에 떼창 어떨까요"
수록곡 '왔단다'에는 R&B 뮤지션 서사무엘이 피처링한 것이 눈에 띈다.

서사무엘의 솔 가득한 목소리가 전통 장단에 얹혔는데 뜻밖에 조화롭다.

경이는 "곡을 쓸 때부터 읊조리는 듯한 솔 싱어가 부른다면 어떨까 상상했는데 실제로 정말 '찰떡'이었다"고 전했다.

국악의 장단과 가사 등은 고래야 음악에 영감을 주는 요소다.

첫 곡 '박수소리'는 함경도 민요 전갑성 타령 멜로디에 가사를 입혔다.

'날이 새도록' 후렴에 등장하는 직설적 가사 '슬픈 노래는 다 집어 치워 버리고'는 금강산 타령에서 따왔다.

장구와 꽹과리 등 타악기를 담당하는 김초롱은 "고래야에서 사용하는 국악적 요소는 궁에서 하던 음악보다는 서민 음악에 있던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음악이 원래 가지고 있는 토속적인 힘이 매력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결합은 최근 음악계의 화두기도 하다.

밴드 이날치와 소리꾼 이희문, 방탄소년단 슈가의 '대취타' 등 전통음악을 신선하게 풀어낸 시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호응을 얻었다.

관악기를 연주하는 멤버 김동근은 "10년간 활동하면서 세대가 젊어질수록 정말 많은 음악을 듣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런 거 왜 하냐'는 소리도 들었는데 사람들이 젊어지면서 같이 춤추고 느낄 수 있는 게 점점 많아졌다"고 했다.

퍼커셔니스트 경이는 "소위 말하는 퓨전국악의 대변화가 최근에 결과로 표출이 된 것 같다.

수면 위로 드러난 느낌"이라며 "좋은 결과물이 많이 축적되면서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사람들도 '이 안에 이렇게 멋진 게 많았단 말이야'를 발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밴드 고래야 "춤출수 있는 음악…대금 솔로에 떼창 어떨까요"
고래야는 지난달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의 음악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 시리즈에 출연하는 등 해외에서도 꾸준히 주목받았다.

이들은 "국내에서 사랑받는 가요를 하는 팀"으로 자리잡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이달 31일과 8월 1일에는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새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을 열고, 온라인 라이브도 활발히 준비하고 있다.

"'먼동이 틀 때'라는 노래에 대금 솔로 부분이 있거든요.

메탈리카 같은 외국 록 밴드 보면 기타 솔로가 나올 때 '우어어어∼' 하고 팬들이 따라하잖아요.

우리도 대금 솔로를 따라하는 팬덤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