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노래(사진=KBS 한국방송)

17일 방송된 ‘한국인의 노래’에서 MC 최수종이 ‘소울 보컬 사진사’ 장원기 씨와 ‘노래하는 매니저’ 지우진 씨를 위해 노래 배달에 나섰다. '한국인의 노래'는 최수종이 사연의 주인공을 직접 찾아가 주인공만을 위해 특별 편곡한 노래를 배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최수종이 찾은 첫 번째 주인공은 ‘슈퍼스타K5’ TOP 5 출신, 독보적인 음색의 ‘소울 보컬 사진사’ 장원기 씨였다.

MC 최수종이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강화도의 한 사진관이었다. 주인공과 인사를 나눈 후 사진관을 둘러보던 최수종은 한쪽 벽에 걸린 옛날 교복을 보고 콘셉트 사진 촬영을 제안했고, 녹슬지 않은 모델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에 장원기 씨는 마치 10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근사한 사진을 만들어내며 보답했다.

두 사람은 스튜디오에 앉아 음악 인생 토크를 시작했다. 장원기 씨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최수종에 “신혼여행으로 간 필리핀에서 현지인들의 공연에 감명받아, 이런 밴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귀국 후 ‘에보니힐’이라는 밴드의 보컬로 데뷔한 스토리를 전했다.

하지만 장원기 씨는 데뷔 당시 이미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7~8년 동안 음악 이외의 일을 병행해야 했던 장원기 씨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가정과 음악을 동시에 지키기 위해 아르바이트, 공장 일, 막노동 등 육체적으로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과거를 회상했다.

또한 장원기 씨는 밴드 생활을 하며 “방송도 하고, 피처링도 하고, 앨범 작업과 공연도 했으나 실질적인 수익은 없었다”며 빛을 보지 못한 채 해체해야 했던 에보니힐 활동 시절을 떠올렸다. 이어 “모든 멤버가 하얗게 불살랐기 때문에 결과론적인 것보다 과정 안에서 각자 가슴속에 많은 것을 얻었다”며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평생 가슴에 남을 노래에 대한 열정은 얻었음을 전했다.

하지만 장원기 씨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 음악을 했으면 다른 일도 아닌 노래로 돈을 벌어야겠다”라며 즐기던 음악에 욕심을 가지게 된 장원기 씨는 결국 부담감에 공황장애를 얻게 되었다. “위산 때문에 속이 쓰려 허리를 못 펼 정도였다. 정신적인 건 어떻게든 다스려보겠지만 육체적인 건 어떻게 안 되겠더라”라며 공황장애로 인해 무대 공포증까지 겪었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이후 “가수 생활 11년 정도 했고,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내려놓자”는 생각으로 음악과 이별을 위해 제주도로 떠난 장원기 씨.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버스킹을 했더니 오히려 지친 마음이 달래지고 음악에 깊이가 생겼다”라며 제주에서 음악에 대한 원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한, 노래하는 본인을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음악 인생의 새로운 행복이라는 장원기 씨의 말에 최수종도 같은 아버지로서 깊은 공감을 전했다.

노래를 듣기 전 공개된 선곡 과정에서는, 어떤 곡이든 빠르게 흡수해 자기 스타일로 표현하는 장원기 씨에게 구창모의 ‘희나리’를 제안하는 작곡가의 모습이 비쳤다. 발라드 명곡 ‘희나리’와 장원기 씨의 소울 넘치는 음악 스타일의 신선한 조합을 기대한 하광훈 작곡가의 선곡 의도가 엿보였다.

완성된 곡을 들은 최수종은 “노래의 끈을 놓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라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으로서 격려를 전하며 따뜻한 분위기 속 첫 번째 노래 배달을 마무리했다.

두 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K팝스타6’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배우 민영기의 매니저 지우진 씨였다.

최수종과 만난 지우진 씨는 공연 연습 중인 민영기를 가리키며 “저는 저기 연습 중인 민영기 배우의 매니저”라며 본인을 소개했다.

본격적인 대화를 위해 이동한 자리에서 지우진 씨는 “매니저 일을 하기 전 가수의 꿈이 있었다. 지금도 출퇴근길 차 안에서 혼자 노래하며 목 풀기도 한다”라며 여전히 노래의 꿈을 이어오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지우진 씨는 “노래로 돈 버는 일이라면 버스킹, 축가 알바, 라이브 호프, 라이브 카페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라고 말하며 노래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가수의 꿈을 내려놓고 매니저의 길을 선택한 지우진 씨는 “전에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던 기회가 매니저가 되고서야 오더라”며 ‘K팝스타6’에 출연했던 일을 언급했다. 방송에서 노래한 커버 음원이 나오던 날 “퇴근길 차 안에서 혼자 노래를 들었는데,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나서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30분 동안 펑펑 울었다”고 말하며 감회에 젖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 지우진 씨는 ‘K팝스타6’에서 TOP10 직전까지 갈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지만,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노래하다가 무대 밖의 매니저로 돌아오니 느껴지는 괴리감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불후의 명곡>에서 민영기와 함께 무대에 서게 됐고 “눈을 마주 보고 노래하는데, 희망 메시지가 담긴 가사를 저에게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라며 “내가 생각했던 음악은 욕심 없이 내 이야기를 하고, 위로되는 음악이었지”라는 걸 그때 깨닫고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리에 합류한 민영기는 지우진 씨를 “욕심나는 매니저”라고 표현했다. 이어 매니저를 그만두고 가수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최수종의 질문에는 “응원해야죠. 몸 불살라 해보겠다면 제 곁이 아니더라도 날개를 달아줘야죠”라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이날 지우진 씨가 ‘한국인의 노래’에서 부른 노래는 변진섭의 ‘너무 늦었잖아요’였다. 노래의 도입부에는 변진섭의 깜짝 내레이션이 등장했고, 변진섭의 코러스와 영상 메시지까지 이어져 노래를 듣는 두 사람을 웃음 짓게 했다.

노래를 들은 지우진 씨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셨던 노래. 어머니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노래는 지우진 씨의 어머니에게도 전달되었고, 최수종은 성공적으로 배달을 마무리했다.

신지원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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