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현의 입에서는 연신 '감사하다', '좋다', '행복하다'는 말만 나왔다.

영화 '반도' 개봉 이튿날인 16일 만난 이정현은 '테크노 여전사에서 반도의 전사가 됐다'는 평들을 조금 전 봤다며 "너무 좋다"고 했다.

'반도' 이정현 "모성애에서 나온 전투력…조카 8명 키웠어요"
20년 전 당시 대중 음악계에서 볼 수 없었던 그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는 음악계의 레트로 열풍을 타고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 그는 누구보다 파격적이고 인상적인 데뷔를 한 배우였다.

16살의 나이에 찍은 '꽃잎'은 광주민주화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남긴 상처를 그린 영화지만, 미성년자였던 그에게 작품 안에서는 물론 촬영 현장도 폭력적이었다.

'반도'에서는 재앙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도 여성이나 아이를 가학적인 조건에서 희생양으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액션 장면인 카체이싱에서 여성과 아이에게 운전대를 맡긴다.

잠시 과거를 떠올린 듯 미소를 지은 이정현은 다시 "너무너무 좋다"고 했다.

"세대가 바뀌면서 감독들도 바뀌고, 캐릭터도 다양해진 게 정말 좋아요.

민정의 전투력이 모성애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저 역시 아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변했을 것 같아요.

"
지난해 결혼해 아직 아이가 없는 그는 "다섯 자매의 막내라 조카가 8명"이라며 "조카들 기저귀 많이 갈았고 자식처럼 키웠다"며 웃었다.

'반도' 이정현 "모성애에서 나온 전투력…조카 8명 키웠어요"
액션 블록버스터지만 CG 분량이 많은 덕에 액션 스쿨에서 배운 걸 써먹을 기회가 없을 정도로 현장은 편했다고 했다.

카체이싱 촬영 현장에 가니 그린 스크린뿐이어서 당황하고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걱정했지만, 연 감독은 미리 제작한 CG 장면과 테스트 촬영분을 합성해 현장에서 보여주며 믿음을 줬다.

"프리 프러덕션이 워낙 완벽하고 콘티가 정확하다 보니 몇 초만 찍어 이어붙여도 강렬한 액션 장면이 나왔어요.

매번 촬영이 일찍 끝나서 좋기도 했지만 걱정도 됐는데 현장 편집본을 보면 마음이 놓였죠."
그는 "이런 장면을 찍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고, 안전하고 편하게 연기했다"며 감독에게 여러 차례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촬영 막바지 제안이 들어온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 출연은 관찰 예능이라 망설이기도 했다.

그는 연 감독이 자신감을 심어줘 도전했다며 "주부 팬이 많이 생겨서 좋다"고 했다.

'반도' 이정현 "모성애에서 나온 전투력…조카 8명 키웠어요"
이정현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촬영 갔던 동료 배우들이 그냥 돌아오고 작품 제작이 중단되면서 개봉을 할 수 있을지는 물론, 영화 시장이 완전히 망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다"며 "(연기를 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기쁘다"고 했다.

현재 그는 코로나19로 제작이 중단됐던 '리미트'를 촬영 중이다.

'반도'보다 먼저 촬영한 신정원 감독의 복귀작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도 하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