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차트 집계기준 1시간→24시간 개편…총공 영향력 줄어들 듯
'내가수 순위' 높이는 팬덤 '총공', 차트 격변과 함께 사라질까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이 '순위경쟁'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차트를 개편하면서 아이돌 그룹 팬덤의 이른바 '총공'(총공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총공'은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의 신곡을 높은 차트 순위에 올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음원을 조직적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멜론은 스트리밍을 한 시간에 1회만 인정했기 때문에 팬들은 보통 새 앨범 타이틀곡과 수록곡들이 포함된 1시간 길이의 '스밍(스트리밍) 리스트'를 만들어 24시간 내내 재생하는 방법을 썼다.

이 때문에 대형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 가수가 신보를 내면 타이틀곡뿐만 아니라 여러 수록곡이 차트 상위권에 늘어서며 이른바 '줄세우기'를 하는 광경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면 개편된 멜론 차트는 1시간이 아닌 24시간 누적 단위로 이용량을 집계해 반영하는 만큼 이런 '총공'의 차트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개편된 차트에서는 한 사람이 24시간당 1회 들은 것만 인정되기 때문에 음원을 자주 듣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듣는 것이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신곡이 나오자마자 팬들이 집중 재생해 단시간에 최상위권에 진입시키는 것도 어려워진다.

'총공'은 어디까지나 팬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소비 행위이기 때문에 업체 차원에서 벌어지는 사재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실제 음악 청취를 반영하지 못하고 차트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인기 아이돌이 컴백하면 여러 수록곡이 한꺼번에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는 모습이 팬이 아닌 이용자에게는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팬덤 내부에서도 이른바 '화력'을 과시하기 위한 총공 경쟁이 소모적이라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멜론의 차트 개편 소식이 전해지자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멜론은 순위 표기 및 등락 표기, 실시간 변동 그래프, '5분 차트' 등 순위 경쟁을 조장해온 다른 요소들도 여럿 없앴다.

플로·바이브 등 후발주자들은 이미 실시간 차트를 24시간 단위로 바꾸는 등 음원업계 전반이 개인 취향별 큐레이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수치화된 지표를 통한 '인정욕구'와 팬들의 헌신성이 중요하게 작동하는 K팝 팬덤 문화의 특성상 열띤 경쟁 자체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멜론은 차트 집계에 스트리밍을 40%, 음원 다운로드를 60% 반영하기 때문에 다운로드도 중요한 총공 대상이 돼 왔다.

이 비율은 차트 개편 전후가 동일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19 음악산업백서'는 "한국 음원시장의 흐름 가운데 이례적인 부분은 음원 다운로드 시장의 성장"이라며 "(음원 다운로드는) 차트 순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아이돌 팬덤을 자극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미끼상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1시간 단위 차트를 유지하는 2위 음원업체 지니뮤직으로 경쟁이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지니뮤직 측은 "스트리밍할 때 본인 인증을 강화하는 등 기술적 고도화를 통해 차트 어뷰징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교적 이용자가 적어 상위권 진입이 쉬운 음원 사이트가 순위 경쟁의 '틈새시장'이 되는 사례도 있다.

소리바다 실시간 차트에는 멜론이나 지니뮤직 상위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가수들의 노래가 '톱 100'에 줄세우기를 하는 듯한 현상이 빚어지곤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근본적으로는 차트를 없애고 취향별·장르별로 음악을 제공하는 게 맞다"며 "순위 만들기에 대해서는 팬덤도 성찰이 필요하다.

거대 음원 사이트들이 이를 방조해서 이익을 취해온 면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