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하는 K-좀비물 '#살아있다'
유아인 "인물 감정 심도 있게 다뤄"
"극한 상황 놓인다면? 도구보다 '사람'이 필요"
"삶의 불분명함, 자연스러운 것"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좀비물, 너무 좋아하죠. 이번 영화는 인물을 그리는 방식이 기존 좀비물과는 차별화돼 있어요. 최근에 봤던 작품 중에 이 정도로 장르적 특징이 살아있으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는 좀비물은 찾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배우 유아인은 영화 '#살아있다'만의 매력 포인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창궐해 도시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생존기를 그린다. 유아인은 생존자 준우 역을 맡았다. 유아인은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 고립됐다는 점을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잘 그려진다면 재밌고 현실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았다"고 밝혔다.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극 중 준우는 게이머이자 유튜버로, 평범한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베테랑', '버닝', '국가부도의 날' 등 최근 유아인이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들보다 일상적인 인물이다. 유아인은 "오랜만에 평범한 친구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제가 원래 이런 인물들을 많이 연기했는데 최근 몇 작품으로 이미지가 확 바뀌었어요. 예전엔 심지어 '너무 유약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말이죠. 하하. 준우는 원래 제가 그려냈던 인물들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어요. 하지만 평범하다고 해서 존재감 없이 스쳐가는 인물이 아니라 중간 중간 힘 있게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일상적인 편안한 느낌과 더불어, 극한 상황에서 감정이 최고조에 도달했을 때 모습까지, 그 진폭을 이질감 없이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이 숙제였죠."
영화 '#살아있다' 유아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살아있다' 유아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한 준우는 드론, 휴대폰, 노트북 등을 생존 도구로 활용한다. 드론으로 외부 상황을 살피고 휴대폰으로 SNS에 구조 요청을 하고 노트북으로 생존 일기를 기록한다. 생존 필수품으로 챙기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묻자 유아인은 "혼자 살지 말아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준우의 가장 극심한 고통의 원인은 외로움이에요. 생존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밥이라도 먹고 싶고 물이라도 마시고 싶지 않을까요? 제일 중요한 건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야 한단 사실 같아요. 그런 생각도 했어요. 우리한테 가장 필요한 건 휴대폰이고 인터넷이었나. 한 번 씩은 제가 바보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그거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거죠. 다들 천재면서 바보인 거예요."

유아인은 이번 영화를 통해 박신혜와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다. 박신혜가 연기한 또 다른 생존자 유빈은 덜렁거리는 준우와 달리 차분하고 치밀하게 탈출 계획을 실행해나간다. 극 중 준우와 유빈은 맞은편 아파트에서 서로의 생존을 확인한 후, 생존 동지로 의기투합한다. 유아인은 박신혜에 대해 "주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용감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자기주장을 확실히 펼치는 배우였어요. 제 기우를 깨주기도 했어요. 혼자 오래 촬영하다보니 누군가 등장했을 때 연결이 자연스러울까 걱정했거든요. 현장 편집본에서 제 얼굴만 주구장창 보다가 박신혜 씨가 맞은편에 등장하자 그 순간 안정감이 느껴졌어요. 본질적인 힘을 갖고 있는 배우에요."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배우 유아인 / 사진제공=UAA
'베테랑', '사도', '버닝', '국가부도의 날' 등을 통해 개성 있는 연기와 뾰족한 존재감을 보여준 유아인. 그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소신을 드러내고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로 대중들에게 각인돼 있다. 유아인은 "무언가를 정의하고 판단내리는 것이 지나고 보니 아주 근시안적이고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더라.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고 열려있었냐 였다"며 "그런 부분에서 도전과 선택의 기준이 조금씩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목표의 성취와 그 이후의 상실감으로 인해 난 어떤 연기를 더 할 수 있나, 뭘 더 욕심내야 하나 같은 생각을 한 과도기를 지나기도 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주변을 보니 '이쯤에선 저런 걸 추구하며 살아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전 딱히 그런 것엔 관심이 없는 거죠. 동력을 잃은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고민의 순간들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게 됐어요. 우리는 불분명하다는 상태 자체를 부정적으로 느끼는데, 그게 문제될 게 있을까요? 저 역시 그런 순간들을 거쳤고, 어쩌면 아직 그 순간을 지나고 있을 수도 있죠. 여러 욕망들이 이끄는 삶 속에서 내 발걸음이 어디로 갔을 때 더 떳떳한가를 전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