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쇼헤이(야마자키 츠토무 분)의 70세 생일을 맞아 아내 요코(마츠바라 치에코 분)는 미국과 도쿄에 사는 두 딸을 불러 모은다.

큰딸 마리(다케우치 유코 분)는 남편을 따라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했지만 영어는 전혀 늘지 않고, 무뚝뚝한 남편과 사춘기 아들은 멀기만 하다.

일도 연애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둘째 딸 후미(아오이 유우 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쇼헤이의 생일상 앞에서 요코는 남편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딸들에게 알린다.

따로 살며 바쁜 일상을 핑계로 상황을 외면하던 후미는 요코가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게 되면서 아버지의 병간호를 도맡고, 그제야 홀로 아버지를 보살펴 온 어머니의 고단함에 공감한다.

나카노 료타의 세번째 가족 영화…'조금씩, 천천히 안녕'
영화 '조금씩, 천천히 안녕'은 교장 선생님을 지낸, 꼿꼿하고 책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면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7년의 세월 동안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가족들은 원치는 않았지만 어쨌든 다가온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떨어져 지내던 딸들은 예전 같지 않은 아버지에게 오히려 다른 방식의 위로를 받는다.

나카노 료타 감독은 '캡처링 대디'(2013), '행복 목욕탕'(2016)에 이은 이번 작품으로 '가족 3부작'을 완성했다.

어린 시절 집을 나간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길을 떠난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캡처링 대디'는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말기 암을 선고받은 엄마가 철없는 남편, 사춘기 딸, 새로운 가족과 함께 다시 목욕탕 문을 여는 '행복 목욕탕'은 일본 아카데미를 석권한 바 있다.

이번 영화는 나오키상 수상 작가인 나카지마 교코의 자전적 소설 '긴 이별'이 원작이다.

제목은 길어졌지만, 긴 이야기를 두시간 짜리 영상으로 함축하면서 설정과 등장인물은 줄었다.

원작의 세 자매에서 전업주부인 둘째가 빠지고, 첫째 마리의 아들도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었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도 10년에서 7년으로 압축됐다.

공감을 끌어내거나 뒷받침할 만한 이야기들이 같이 줄어든 건 아쉬운 점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일상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영화는 충분히 예상되는 갈등 없이 그저 따뜻하기만하다.

5월 27일 개봉. 전체관람가.

나카노 료타의 세번째 가족 영화…'조금씩, 천천히 안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