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1주년 백반집 총망라 책 발간…"맛 표현 여전히 어려워"
"차기작은 취미에 관한 이야기, 늦여름 발간 예정"
허영만 "아직 못 가본 맛집 널려…'백반기행'은 복덩이"

"봄에는 나물이지. 두릅도 그렇고 나물의 참맛을 느끼려면 고추장보다는 간장이나 된장으로 무친 게 맛있어요.

고추장에 무치면 쌉싸름한 맛이 사라지니까.

엊그제도 한 식당에 갔더니 나물만 열 가지를 내더라고. 정말 맛있었는데 올해는 이제 끝났네."
'식객'과의 만남답게 첫인사는 자연스레 음식 이야기였다.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방송 1주년을 맞아 15일 광화문에서 만난 허영만(본명 허형만·73) 화백은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촬영이 조심스럽다면서도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목숨 걸고 한다"고 했다.

1년 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백반기행'을 제안받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는 허 화백은 "어릴 때 먹었던 어머니 밥상과 가장 가까운 게 백반이라, 기획이 마음에 들어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그는 지역 곳곳에 숨은 백반집을 찾아다니며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허영만 "아직 못 가본 맛집 널려…'백반기행'은 복덩이"

전국 팔도 웬만한 맛은 다 꿰고 있을 것 같은 허 화백에게 매주 맛집과 메뉴 선정도 직접 하지 않느냐 물으니 "작가들이 다 골라 온다.

대부분 나는 몰랐던 곳"이라고 한다.

"여전히 모르는 집이 널렸고, 맛있는 집이 정말 많이 숨어 있어서 굉장히 반갑습니다.

우리 작가 중 한 명은 하루에 7~8끼를 먹느라 몸무게가 14㎏ 늘었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나도 배가 좀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웃음)"
'백반기행'에는 청국장찌개처럼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메뉴부터 숭어, 뜸부기처럼 독특한 제철 재료들도 등장한다.

허 화백은 "우리 어머니들이 그랬듯, 백반집도 메뉴를 머릿속에 담고 시장에 가기보다 시장에 가면 메뉴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철 밥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영만 "아직 못 가본 맛집 널려…'백반기행'은 복덩이"

방송 1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개했던 식당 중 '알짜'를 추린 책 '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200-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가디언, 352쪽, 1만7천원)도 발간했다.

허 화백의 소담한 그림과 글이 곳곳에 삽입됐고, 여행 가이드북처럼 들고 다닐 수 있게 핸드백에 들어갈 만한 사이즈로 제작돼 실용성도 확보했다.

허 화백은 "이 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동안 여러 책을 선물했지만, 영양가로는 이게 최고다.

어느 지역을 가도 이 책 한 권이면 하루 세끼가 그냥 해결되는 보물 같은 책"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백반기행' 방송 횟수가 누적될수록, 이 책의 권수도 쌓여갈 것이라고 했다.

허 화백은 기억에 남는 밥상을 한두 가지 꼽아달라는 요청에는 공주의 알밤 육회비빔밥과 목포 게살비빔밥, 서울 청국장비빔밥을 꼽았다.

"한 메뉴를 먹다가 맛있으면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어져요.

한 자리에서 열 끼니를 먹을 수가 없으니, 이 집을 '마스터'하려면 한 사흘은 있어야겠구나 하면서 항상 아쉬워하지. 나로서는 '유레카'예요.

"
그는 그러면서도 "맛 표현은 여전히 너무 어려운 과제"라며 "맛있게 먹다가도 '이따 어떻게 표현하지' 생각하면 힘들어진다.

과장해서 말하기는 싫고,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전달하고 싶다 보니 더 어렵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허영만 "아직 못 가본 맛집 널려…'백반기행'은 복덩이"

허 화백은 밥상을 함께하며 가장 장단이 잘 맞았던 게스트로는 배우 신현준과 오현경을 꼽았다.

앞으로 초대하고 싶은 사람으로는 축구선수 손흥민과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 전 권투선수 홍수환 등 주로 체육인을 꼽았다.

1974년 '집을 찾아서'로 데뷔한 허 화백은 작품 활동 햇수만 근 50년에 이른다.

'식객'을 비롯해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미스터Q', '타짜', ''꼴' 등 무수히 많은 히트작을 남긴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백반기행'을 이어가면서도 늦여름쯤 선보일 신작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허 화백은 "차기작은 '취미'에 관한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맛'에 대한 작품은 더 없느냐는 질문에 '북한판 식객'을 꼭 하고 싶었는데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취재가 여의치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호텔 같은 곳 말고, 서민들과 접촉해 식당도 구경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렵겠더라고요.

그래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
마지막으로 '백반기행'은 어떤 작품이냐고 묻자 한마디로 답했다.

"복덩이지."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