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 준우승팀, 오늘 첫 싱글…"장르가 중요하지 않은 색깔 내고파"
기억을 소환하는 음악…밴드 '루시'가 데려가는 시공간
때로 음악은 우리를 다른 공간으로 데려간다.

눈을 감고 음악이 그리는 심상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공간으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기억 속에 묻힌 특정한 시공간을 되살리기도 한다.

4인조 밴드 루시(LUCY)는 그런 감각을 깨우는 음악을 한다.

특히 앰비언스 사운드(공간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JTBC 밴드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를 통해 결성된 이들은 동물들이 우는 '크라이 버드'로 시청자를 정글로 안내하더니, 자명종 알람 소리가 담긴 '선잠'을 선보여 도시인의 마음을 울렸다.

'슈퍼밴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루시는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일 참이다.

기존 멤버 신예찬(리더·바이올리니스트), 조원상(베이시스트), 신광일(보컬·드러머)에 새 보컬 최상엽을 영입해 최근 미스틱스토리에 둥지를 틀고 8일 오후 6시 첫 싱글 '디어'를 발매한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네 멤버의 얼굴에선 정식으로 첫발을 내디디는 설렘이 배어났다.

조원상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 느낌"이라고 했고, 최상엽은 "직업란에 '학생', '버스커'라고 쓰다가 확실히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동할 자격이 생겨 열심히 하게 된다"고 전했다.

기억을 소환하는 음악…밴드 '루시'가 데려가는 시공간
이들의 첫 싱글엔 '인트로'(Intro)와 타이틀곡 '개화' 2곡이 담겼다.

특히 인트로는 덜컹덜컹 달려가는 듯 예스러운 기차 소리로 듣는 이들을 이끈다.

인트로가 배경에 깔린 '프롤로그 필름' 영상에는 멤버들이 '루시 아일랜드'로 가는 표를 받아드는 장면이 나온다.

타이틀곡 '개화'에선 겨울이 끝나고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청량한 바이올린 소리가 시작을 연다.

"바람아 내게 봄을 데려와 줘 / 벚꽃 잎이 흩날리듯이" 하는 가사와 이미지가 겹쳐진다.

바이올린의 존재는 일반적 밴드 구성에서 찾기 힘든 색다른 점이다.

클래식을 전공한 신예찬은 "대체로 다른 밴드는 제 자리가 일렉기타 자리"라며 "일렉기타가 내는 짜릿함보다 섬세하게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루시 음악을 독특하게 만드는 또 한 가지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도맡은 조원상의 프로듀싱 능력이다.

그가 '슈퍼밴드'에서 편곡한 '어드벤처 오브 어 라이프타임'(Adventure of A Lifetime) 무대는 원곡자 콜드플레이가 찬사를 보내는 등 화제가 됐다.

조원상은 "어떤 공간이나, 그 공간 속에서의 감정 같은 것들을 영상으로 머릿속에 그려 가면서 곡을 쓴다"며 "항상 저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는다.

'몇살 때 어디 있었고, 언제 이런 적이 있었고' 같은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것 같다"고 했다.

기억을 소환하는 음악…밴드 '루시'가 데려가는 시공간
이런 스타일은 라이브 영상으로 공개한 '난로'에도 묻어난다.

추운 공기 속 문을 열고 들어와 난롯불을 피우는 듯한 소리가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겨울의 기억을 자극한다.

'각자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감정 이입하게 되는 것 같다'고 하자 신예찬이 답했다.

"그게 원상이가 항상 하는 말이에요.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는 거죠."
"어떤 분이 아내 분과 같이 퇴근 후에 늘 슈퍼밴드를 보는데,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됐나', '꿈이 없는 잠을 바라며' 같은 '선잠' 가사를 보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는 댓글을 봤어요.

(노래의) 내용으로 감동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저한테도 감동이었어요.

"(조원상)
신예찬과 조원상의 연주에 최상엽의 순수한 음색이 얹히고, 드럼·베이스·기타·보컬 등 여러 파트를 다뤄 '사기 캐릭터'라는 별명을 지닌 신광일이 든든히 뒷받침하며 루시 스타일의 음악이 완성된다.

이들은 '슈퍼밴드' 심사위원 윤종신을 비롯해 하림, 조정치, 정인 등 쟁쟁한 뮤지션이 포진한 미스틱스토리 첫 보이밴드이기도 하다.

'이방인 프로젝트'로 외국에 머무는 윤종신은 항상 '잘할 수 있다'고 조언을 보내준다고 한다.

숙소 생활도 함께한다는 네 멤버는 이제 합을 맞춘 지 7개월쯤 됐다.

작년 말 '슈퍼밴드 톱3 콘서트'에서부터 함께 무대에 섰는데 그때의 감동이 여전한 듯 보였다.

기억을 소환하는 음악…밴드 '루시'가 데려가는 시공간
"관객분들이 파란색 스티커를 핸드폰 플래시에 붙여서 파란 불빛을 만들어 주셨는데 바다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 바다를 표류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스크린의 아름다웠던 장면이 기억났어요.

"(최상엽)
"사실 제가 (무대에서) 제일 뒤에 있잖아요.

형들 세 명이 앞에 서 있고 불빛이 딱 비추면 진짜 천국에 온 기분이에요.

"(신광일)
이번 싱글 이후에도 여름과 겨울쯤 음반 발매를 계획한다.

조원상은 "이른 시일 안에 좀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빠르게, 바로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팬분들이 보내주시는 메시지 중에 '사라지지 말라'는 말에 저는 마음이 엄청 뭉클해요.

안 사라질 테니까 열심히 많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예찬)
"사람들이 듣고 '이건 루시 음악이네' 하고 바로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장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루시의 색깔을 만들고 싶어요.

"(조원상)
기억을 소환하는 음악…밴드 '루시'가 데려가는 시공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