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인터뷰
"장르 표현에 어려움 느껴, 경험치 획득"
"사운드와 이미지 만으로 직선적 이야기 하고 싶었죠"
[인터뷰+] 평점 테러맞은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이 답하다

이제훈, 박정민을 발굴했던 영화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9년 간의 담금질 끝에 새 영화로 돌아왔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사냥의 시간' 이야기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열린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국내 개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하다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결국 넷플릭스로 독점 공개하게 됐다.

넷플릭스로 향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해외세일즈사 콘텐츠 판다가 갈등을 빚어 법정 공방까지 벌였고, 결국 두 회사의 극적 합의 끝에 영화는 빛을 보게 됐다.
5점 대 평점 맞은 '사냥의 시간'
감독 "왜 이런 영화를 사람들이 안 찍는지 알 것 같아요."

[인터뷰+] 평점 테러맞은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이 답하다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가 공개되자 관심이 쏟아졌다. '파수꾼'을 만들어 낸 윤 감독의 차기작이며, 이제훈, 박정민, 최우식, 안재홍 등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청춘 스타가 주연이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았다. 캐릭터의 개연성이 없고,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 평점 10점 만점 기준, 5점 대를 받고 "사냥의 시간이 내 시간을 사냥했다", "빈수레가 요란했다", "캐비아로 매운탕을 끓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한국 영화계 새로운 시도", "장르물로서 서스펜스는 갑", "긴장감 하나는 미쳤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에서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에 대해 "이런 영화를 왜 사람들이 안 찍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비는 90억 수준으로 아주 큰 영화는 아니었지만 '파수꾼' 때보다 큰 영화였고, 인물에 집중했던 '파수꾼' 때보다 표현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선 드라마 중심의 영화들이 많지 않나. '사냥의 시간'은 표현하지 않았던 영역이었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 평점 테러맞은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이 답하다

'사냥의 시간'을 통해 윤 감독은 '경험치'를 획득하게 됐다. 그는 "모르는 영역이라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했는데 정말 어려웠고 많이 배웠다"라며 "다음엔 내가 잘 할 수 있는 드라마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앞으로는 직접 쓰지 않은 시나리오도 연출할 수 있을 정도로 열린 마음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더욱 영민해져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정체불명의 추격자가 이들의 뒤를 쫓으면서 시작되는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윤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동시 개봉할 수 있어 설레이고 영광이다"라며 "오랜 기다림 끝에 공개를 하는거라 많은 분들이 볼 걸 생각하니 설레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드라마에 집중된 영화가 아니라 사운드와 영상에 집중된 영화"라며 "핸드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큰 화면으로, 사운드를 크게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보신다면 이 영화가 가진 재미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현실의 '지옥도', 사운드·이미지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인터뷰+] 평점 테러맞은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이 답하다

다음은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과의 일문일답.

▶ 한국영화에서 이례적으로 개봉 대신 넷플릭스를 택했다. 한편으로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TV 화면으로 보는 데 아쉬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로 공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사운드적인 부분들에 공을 들였고, 애초에 극장용으로 믹싱을 했지만 넷플릭스 공개 확정 이후부터 거기에 맞는 믹싱을 공들여서 했다. 단지 보시는 분들이 핸드폰이 아니라 큰 화면, 사운드를 크게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봐주시면 좋겠다. 좀더 이 영화가 가진 재미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파수꾼' 이후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실 원래 하려던 작품은 '사냥의 시간'보다 2배 규모인 200억대의 영화였다.시나리오를 쓰면서도 못하겠구나 싶었다. 여우같이 했었어야 했는데 제가 여우같지 못했다. '안 됐을 때'의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변화가 왔을 때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배경음악이라는 평가가 많다.

"'파수꾼'은 드라마다보니 대사 위주의 영화였다. 그 이후에 준비하던 시나리오도 드라마였다. 오래 준비했는데 제작에 못 들어갔다. 결국 9년만에 '사냥의 시간'을 내놓게 됐다. 시나리오를 쓰다보니 드라마가 아닌 직선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 안에서 영화가 가진 사운드, 이미지가 가진 힘으로만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운드 적인 영역에 많이 공을 들인 영화다. 프라이머리가 음악 감독을 맡았는데 워낙 즐겨 들였던 아티스트였다. 그분이 가진 스펙트럼이 매우 특별했다. 영화를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볼륨을 높이고 영화를 보시면 좋겠다."

▶ 디스토피아적 설정으로 세계관을 구축한 이유는?

"미래라는 개념에 집중해 만든 것은 아니다. 청년 세대가 현실을 지옥에 빗대 표현을 하니까 우화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헬조선'이라고 하지 않나. 그렇다면 지옥같은 이미지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단, 이 영화가 SF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지옥이 아니라 '우화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다. IMF에서의 잔상들과 남미의 화폐가치 하락 등을 떠올렸다. 음료수 하나 사려면 돈 다발을 줘야 하는…그런 기억들을 참고삼아 세계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얼한 현대 배경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영화에선 은유적으로 표현해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이 지옥도와 장르들을 어떤 형태로 풀어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범죄와 서스펜스, 서부극을 좋아해서 엔딩에 장르적인 차용을 했다. 한 장르에 국한시키는것 보다 여러 장르를 섞어 매력적이게 표현하고자 했다."

▶ '파수꾼'에 이어 이제훈과 함께 한 소감은?

"'사냥의 시간'에서 이제훈은 마초적이고 거친 인물을 연기지만 '파수꾼'에선 거칠면서도 섬세했다. 유리알같이 깨지기 쉬운 복합적인 성향이라고 할까. 거친 느낌은 있지만 본질적인 결은 완전히 다른 형태다. 이제훈 배우가 가진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집중력인 것 같다.감정에 몰입할 때 진심이 다 느껴진다. 저도 배우들에게 진정성을 강조하는 편인데 배우들이 스스로 납득이 안된다고 했을 때 제가 쓴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배우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제훈이 가진 감정적 진정성과 집중력, 그 안의 에너지, 그걸 다양한 표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얼굴. 모든 것들이 타고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친구와 같이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다."

▶ 박정민 또한 '파수꾼'에 이어 함께했다. '사냥의 시간'에서 분량이 크지 않았는데.

"저도 박정민의 분량이 적어 아쉬웠다. 박정민은 역할을 마음에 들어했고, 작든 크든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후에 기회가 된다면 중심적인 역할로 꼭 다시 작업을 해보고 싶다. 박정민의 가능성이 아직 안나왔다고 생각한다. 최대치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파수꾼'에서 함께한 배우들 모두 응원하고 있다. 다음 행보를 걸어갈 때 저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선 안에서 좋은 이야기 하려고 한다. 자라는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뿌듯하다. 저는 9년간 작품을 못했지만 이제훈, 박정민이 커나가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감독과 배우 관계가 아니라 친한 친구들이다. 같이 행복해하고 슬퍼할 귀중한 친구들이다."

▶ '파수꾼'을 본 사람들은 '사냥의 시간' 속 주인공이 결은 다르지만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솔직히 전작 인물들과의 연속성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본질적으로 굉장히 다른 영화다.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영화적 형태에 집중하고 싶었다. 반면 '파수꾼'은 대사가 많은 드라마적인 영화다. 비주얼화 할 수 있는 영역이 없었지만 깊이있게 현미경같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냥의 시간'은 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청년 세대에 대한 고민들의 영역은 공통적으로 있기 때문에,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비슷하 부분은 있겠다. 파수꾼은 내적이었다면 이번은 메시지적인 영화다. 화법이나 리듬들이 무의식중에 연상되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 박해수 배우가 연기한 '한'이라는 킬러 역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개연성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이라는 인물을 미스터리하게 남겨놓은 이유는 개인적인 취향인 것 같다. 사연이 없는 악당을 만들고자 했다. 엄청난 서사를 부여하기보다 '죠스'와 같이 장르로서 지배하는 지점에 접근하고자 했다. 한국은 드라마 기반이니까 모든 인물들에게 사연과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 인물들이 가진 공포감들이 많이 약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숙하고 익숙한 느낌이 들면 절대적인 두려움들이 덜 표현될 것 같았다. 개인의 취향이었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류의 킬러 혹은 악역이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만들었다."

▶ 욕설과 흡연이 난무했다는 지적도 있다.

"캐릭터 구축은 배우들이 알아서 했다.스스로 만들어낸 화법이다. 본인들도, 저도 왜 이렇게 욕을 많이 하지 싶었다. 담배 또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추가하지 않았나 싶다."

▶ 긴장감과 서스펜스에 대한 호평은 많지만 결말 부분에서 허탈했다는 리뷰들이 보인다.

"지옥도에서 벌어지는 청년 세대의 이야기로 가다보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요즘 청년들은 벗어나고 싶고, 탈출하고 싶고, 낙원 같은 곳으로 도망가고 싶어한다. '사냥의 시간'은 어렵게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고자 장르적 욕심을 부렸다. 리뷰를 보면서 '허탈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다 싶었다.

▶ 시즌 2를 염두하고 쓴 건가?

"한번도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형태적으로 예고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겠다. 전혀 아니다."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가?

"요즘은 감독이 꼭 글을 써야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스필버그와 같이 존경하는 감독들을 보면 본인이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이 많지 않다. 어떤 구성, 음악, 효과로 보여줄지 감독으로서의 능력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그럴수 있다면 행복한 감독이 될 것 같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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