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 핫펠트 데뷔 14년 만의 첫 정규앨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핫펠트가 겪은 일 담아
핫펠트 "'1719' 호불호 나뉘겠지만 만족스러운 앨범이기에 괜찮다"
가수 핫펠트(HATFELT) / 사진제공=아메바컬쳐
가수 핫펠트(HATFELT) / 사진제공=아메바컬쳐
가수 핫펠트(HA:TFELT)가 핫펠트만의 음악 세계를 꾸며나가고 있다. 핫펠트의 음악은 당당하고 소신 있는 그의 성격과 똑 닮았다. 과감할 정도로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죽고 싶었을 정도로 우울했던 시간을 이겨냈고, 똑같은 시간을 겪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만들고 글을 썼다. 애써 밝은 척하기보다는 어두운 시절을 그대로 꺼내 보이는 것, 꾸며내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핫펠트의 음악이었다.

핫펠트가 23일 오후 6시 첫 번째 정규앨범 '1719'를 발매한다. 예은에서 핫펠트로 활동명을 바꾼지 6년 만이고 '핫펠트'로서 내는 것은 데뷔 14년 만이다. '1719'는 핫펠트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겪었던 일들을 담아낸 앨범으로, 불안정한 감정들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로 인해 잠겨있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냈다.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새틀라이트(Satellite)' '스윗 센세이션(Sweet Sensation)'을 비롯해 14곡이 수록됐다. 전곡 핫펠트가 작곡·작사했다. 트랙과 각 챕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에세이집 '1719(부제: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도 함께 발간해 더욱 풍성한 앨범으로 만들었다. 앨범 발표를 앞둔 핫펠트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나 앨범과 스토리북, 그동안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0. 데뷔 14년 만에 핫펠트의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낸 소감은?
핫펠트 :
애정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앨범명처럼 2017년부터 2019년에 쓴 노래가 담긴 앨범이다. 책도 같이 준비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소중한 보석 같은 앨범이다.

10. 앨범과 함께 스토리북 '1719(부제: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을 낸 이유가 궁금하다.
핫펠트 :
예전부터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었다. 음악 따로 글 따로 내는 게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는 커다란 앨범을 만들고 싶었고, 음악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준비하게 됐다.

10. 스토리북 내용이 굉장히 솔직하다. 가족, 사랑, 이별, 죽음 등 여러 감정들이 '이렇게까지 써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솔직하게 기록됐다. 이런 글들을 팬들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핫펠트 :
부담이 안됐다면 거짓말이다. 음악을 만들 때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라 글도 그렇게 쓴 것 같다. 2017년은 많이 지쳐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의욕도 없었다. 이런 내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실제로 아무것도 안하고 흘러 보냈고, 1년 동안 상담을 받았는데 원장 선생님이 글 쓰는 걸 추천했다. 글을 쓰다가 음악이랑 엮어서 발매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 글을 주변에 보여줬을 때 이건 꼭 내야한다는 분들이 많아서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10. 이번 앨범은 핫펠트의 음악이면서 박예은의 시간이다. '나의 감정'에 집중해서 쓴 자전적 이야기고 어둡고 우울했던, 잠겨 있던 내면이었기 때문에 노래를 다시 마주했을 때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 당시의 힘들었던 기억도 났을 거고, 어두웠던 감정 때문에 작업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핫펠트 :
감정이 벅차오를 때 음악 작업을 하는 편이다. 이번 앨범의 절반 이상이 2017년에 작업한 곡인데, 그때가 감정기복도 심하고 감정들이 터져 나오던 시기다. 그런 시기였기 때문에 노래들의 제목을 보면 그때의 (불안정한) 감정이 생각났다. 그 감정들을 마주하는 게 쉽진 않더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음악을 시작했고, 음악이 내 감정을 해소하고 발산하는 창구가 됐다. 여러 가지 힘든 일들과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걸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고, 음악으로 풀었다.
가수 핫펠트(HATFELT) / 사진제공=아메바컬쳐
가수 핫펠트(HATFELT) / 사진제공=아메바컬쳐
10. 전곡에 다양한 감정선이 담겼다. 어둡고 우울감이 느껴지는 곡이 있는가하면 희망차고 위로가 되는 힐링곡도 있다. 더블 타이틀곡 '새틀라이트(Satellite)' '스윗 센세이션(Sweet Sensation)'은 희망이 가득한 분위기다.
핫펠트 :
밤이 아름다운 이유는 별이 빛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조금의 희망 혹은 빛나는 순간들이나 꿈이 우리를 살게 하지 않나. 힘든 시간을 지나온 분들에게 내 이야기가 공감이 되고 희망이 됐으면 했다. 그래서 희망적인 분위기의 타이틀곡으로 하게 됐다. 대중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하고 싶었다.

10. 앨범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핫펠트 :
13번 트랙 '스카이 그레이(Sky Gray)'. 영어로 쓴 곡인데 지난 3년간 내 정서에 가장 가까운 곡이 아닐까 싶다. 3년 동안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죽고 싶다'였다. 그 감정에 대한 곡을 한글보다는 영어로 풀면 좋을 것 같아서 영어로 가사를 썼다.

10. 앨범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핫펠트 :
완성도. 음악들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 다시 한 번 듣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 3년 동안 내내 고민했기 때문에 앨범을 만들 때 고민은 생각보다 하지 않았다. 2019년 말 머릿속이 정리가 되고 그림이 나오고 나서부터는 완성도에만 집중했다.
가수 핫펠트(HATFELT) / 사진제공=아메바컬쳐
가수 핫펠트(HATFELT) / 사진제공=아메바컬쳐
10. 앨범을 위해 3년 내내 고민했다고 했다. 아티스트로서 정규앨범에 대한 부담감인가 아니면 예은의 개인적인 고민이었나?
핫펠트 :
둘 다 아닐까. 2017년부터 정규앨범을 내겠다고 말해서 팬들이 정규 언제 내냐고 물어봤다. 첫 정규기 때문에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내고 싶었다. 2017년에는 나의 전체 상황이 어두웠기 때문에 노래도 다 어두웠다. 노래의 방향성이 없었다. 2018년은 작업이 되질 않아서 쉬고 상담을 받았다. 아티스트로서 결과물을 내기보다는 예은으로서 나부터 살려야 하는 시기였다. 2019년이 돼서야 정리가 된 것 같다.

10. 인터뷰가 나가면 팬들의 걱정이 클 것 같다. 현재는 어떤가. 안정은 찾았나?
핫펠트 :
죽고 싶다는 감정은 이제 없는 것 같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선 죽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많은 걸 해봤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도 많이 가봤고, 상도 많이 받았고 사랑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인생에서 욕심들을 많이 내려놨다.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거니까 매 순간 충실히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음악을 만들고 만든 음악을 선보일 때 가장 행복하고 건강해지는 것 같다. 녹음을 하고 도움을 받아 노래를 완성시켜나가는 과정들이 제게 힘이 많이 됐다. 글이 주는 에너지로도 힐링이 된 것 같다.

10.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감정을 담았기 때문에 앨범 공개 이후 반응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 같다. 대중들이 핫펠트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
핫펠트 :
대중의 반응은 저도 고민이었다. 노래에 대한 스토리를 알게 되면 음악이 좀 더 가깝게 들리지 않나. 음악을 먼저 듣고 음악 먼저 듣고 책을 읽고 음악을 다시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음악을 듣고 글을 읽는다면 음악이 좀 더 좋게 들릴 것 같다.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면 그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나뉜다. 이 앨범은 나다운 모습을 꺼내놓은 시간이었고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 앨범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거다.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길 바라지만, 그러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한 작업이라 뿌듯하다.

10. 핫펠트의 음악은 원더걸스의 음악과 확실히 다르다. 스스로가 정의내리는 원더걸스의 음악과 핫펠트 음악의 차이점은?
핫펠트 :
원더걸스는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주는 노래였다. 핫펠트는 그냥 나 자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꾸며내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나 자신 그대로의 날 것. 그게 바로 핫펠트가 추구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원더걸스는 이미지와 콘셉트에 집중했다면 핫펠트는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를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는 게 새로운 과제가 됐다.
가수 핫펠트(HATFELT) / 사진제공=아메바컬쳐
가수 핫펠트(HATFELT) / 사진제공=아메바컬쳐
10. 핫펠트는 늘 당당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는데 거침이 없다. 특히 SNS로 참지 않고 소신을 드러내고 있는데.
핫펠트 :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 말을 안 하면 뭔가 걸리더라. 조금 욱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세 번 참고 말하자는 규칙을 스스로 정했다. 하고 싶은 말이 올라와도 참고 올라와도 참는다. 세 번 참은 정도면 해야 하는 말이지 않나. (웃음) 비난은 있겠지만 지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하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10. 추후 활동 계획 혹은 더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핫펠트 :
라디오와 온라인 북토크, 단독 유튜브 채널로 팬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콘서트를 너무 하고 싶은데 시국이 시국인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음악 작업을 계속하겠지만 당분간 정규 앨범을 내는 건 어려울 것 같다. 너무 힘들었다. (웃음) 또 작가는 아니지만 단편 소설을 쓰고 싶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은 굉장히 많다. 뭔가 이뤄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10. 어떤 사람들이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나.
핫펠트 :
우울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셨던 분들 혹은 죽고 싶었다는 생각을 하신 분들. 그런 분들이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고 도움이 되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10. 팬들에게 남기는 당부의 메시지가 있다면?
핫펠트 :
'1719' 핫펠트의 첫 정규앨범이 나왔다. 다양한 삶의 감정을 담으려했고, 내가 겪은 감정이다. 이미 이겨낸 부분들이라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시면 될 것 같다. 건강하세요!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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