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오민석, 각 드라마서 악역 맡아
극의 시청률과 전개를 좌지우지한 '서브남'
시청자들, 악역 향한 이례적인 호응 보내
배우 오민석(왼쪽)과 안보현/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텐아시아DB

배우 오민석(왼쪽)과 안보현/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텐아시아DB

최근 드라마 속 악역들이 예상 밖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주 종영한 JTBC '이태원 클라쓰'의 안보현과 KBS '사풀인풀'의 오민석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모두 재벌가 자제로 분해 나쁜 남자의 매력을 발산했다. 자칫하면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었지만 두 배우는 뛰어난 연기력과 남다른 캐릭터 소화 능력으로 각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자리를 위협했다.

안보현은 극중 요식업계 1위 기업 장가(長家) 회장의 아들 장근원 역을 맡았다. 장근원은 박새로이(박서준 분)를 퇴학 당하게 만들고, 뺑소니 사고로 그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뒤 사건을 은폐한 악당이었다. 특히 방송 말미에는 박새로이를 향한 복수심으로 납치에 살인교사까지 저질렀다.
'이태원 클라쓰' 속 안보현/ 사진제공=JTBC

'이태원 클라쓰' 속 안보현/ 사진제공=JTBC

하지만 장근원은 다소 뻔한 음모와 허당끼로 매번 당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인물인 탓에 연민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생겨났다. 오수아(권나라 분)를 향한 짝사랑은 번번이 실패하고, 나중에는 아버지 장대희(유재명 분)에게도 버림 받는 등 짠한 모습도 인기 요인이 됐다.

그의 인기는 시청률로도 나타났다. 장근원은 극의 중반부터 감옥에 들어가면서 분량이 줄었다. '이태원 클라쓰'는 장근원이 빠진 11회 처음으로 시청률 감소를 겪었다. 이 시점부터 전개 속도도 느려지고 박새로이의 매력 또한 반감되는 등 전체적으로 극의 활력을 잃은 듯 보였다.

한편 '사풀인풀'의 오민석은 아내를 두고 비서와 바람핀 불륜남 도진우를 연기했다. '이태원 클라쓰'의 안보현처럼 범죄를 일으킨 악인은 아닐지라도 용서받기 어려운 잘못을 저질렀다.
'사풀인풀' 속 배우 오민석/ 사진제공=KBS2

'사풀인풀' 속 배우 오민석/ 사진제공=KBS2

하지만 도진우는 사고 이후 아내 김설아 (조윤희 분)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으며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쳤다. 아무리 김설아가 밀어내도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며 꿋꿋하게 그가 돌아와주길 빌었다. 이러한 짠내 나는 모습에 두 사람의 재결합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제작진 역시 시청자 반응을 의식한듯 극의 중후반부터 도진우 중심의 이야기가 전개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작가가 갑자기 극의 전개를 바꿨다"는 불만을 내놨으나 결국 최종회에서 도진우는 김설아와 재결합하는 해피 엔딩을 맞이했다.

앞서 언급한 두 배우는 사실상 '서브남'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시청률과 극의 전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만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동시에 욕받이로 전락해도 무방한 나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자신만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악역을 향한 이례적인 호응을 이끌어 낸 두 배우의 다음 활동에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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